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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티브 정 Jul 16. 2020

어쩌다 그림 - 계획대로 안되는구나(2)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의 미술에 대한 열정은 식을 줄 몰았기 때문에 서울로 올라와서도 일주일에 한 번씩 작업을 했다. 우리 아들이 어렸을 때 다녔던 미술 학원에 찾아가 부탁을 하니 흔쾌히 받아 주었다. 우리 아들이 너무 예쁘고 미술도 잘해서 기억이 난다고 하면서.

지금까지는 대가의 작품을 보고 따라 그리거나 다른 사람이 찍어 논 사진을 보고 그렸었다면, 이제부터는 내가 직접 찍은 사진을 보고 그려 보기로 했다. 모아 놓은 사진을 뒤져 보니, 가평 ‘쁘띠 프랑스’라는 마을에 놀러 가서 찍은 사진 하나를 발견했다. 프랑스 풍의 예쁘고 아기자기한 멋이 있는 마을이어서 사진을 여러 장 찍어 왔었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골라 그리기로 하였다. 

밑 작업을 마치고 색칠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좀 더 창의성을 발휘해서 그려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사진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 본건 있어 가지고 면을 나누어서 단순화시키고 면마다 각각 다른 색상을 입혀 구성을 해 볼 생각이었다. 이렇게 작업을 하니 다음과 같은 그림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맘에 들지 않고 뭘 그린 것인지 알 수 없는 그림이 되어가고 있었다. 붓을 놓고 고민을 했다. 학원 선생님과도 이런저런 상의를 해 보았다. 그러나 선생님께 대신 그려 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결정은 내가 내려야 하는 것이기에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다. 이번 그림은 비구상으로 하기로. 구상의 반대가 비구상이고 쉽게 말하면 흔히 추상화라고 하는 것이리라. 그림 그린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추상화를 그리려 한단 말인가. 스스로도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처음부터 다시 그릴 용기가 없었기 때문에 한번 해 보기로 했다. 

만만치가 않았다. 추상화는 주제가 있어야 하는데, 주제는 집, 건물, 그리고 그것들 위에 있는 하늘 뭐 이런 거였고 여기에 나의 사상을 담기로 했다. 내가 쁘띠 프랑스 마을에서 찍은 사진을 보고 느낀 것을 도형적으로 표현하고, 아울러 그 당시 내 안에 있는 감정과 그것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색과 구도감으로 나타내 보려고 노력하였다. 

물론 대단히 어설펐다. 하지만 그림은 내 마음대로 그리는 것이고 누가 이렇게 하라고 정해 놓은 것도 없으니 얼마나 자유로운가. 이 그림을 그릴 때 나의 창작 욕구가 마구 솟구치고 아드레날린이 샘솟는 느낌까지 가졌던 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비구상화를 완성했다.


도시 그리고 숲 - 캔버스에 아크릴


부끄럽지만 이 그림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오른쪽 아래 귀퉁이에 있는 ‘숲’이다. 나무가 빽빽이 들어차서 햇빛조차 들어오기 힘든 그런 대자연의 숲. 이런 숲을 추상적으로 표현하였는데, 스스로 맘에 들었다. 사실 원장님께서도 칭찬을 해 주셨다. 도시와 숲. 인공과 자연. 뭐 이런 개념을 포함시킨 그림이 된 것 같다.


어렵사리 또 한 작품을 완성하고 나서 느낀 점은 다름 아닌,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질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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