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계약, 대기업과의 관계
이번 글에서는 사업 계약과 대기업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사업 계약은 사업을 영위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사항입니다. 아울러 우리나라에서 대기업과 거래를 하지 않고 사업을 해 나가기란 힘든 일일 것입니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맞물려 있기 때문에 같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사실 저는 지난 사업을 하는 동안 대기업과 계약을 맺고 거래를 해 오면서 좋은 점과 안 좋은 점들을 겪어 보았습니다. 처음 창업을 하여 사업하는 분들은 사업을 일정한 괘도에 올려놓고 안정적으로 해 나가기를 원하기 때문에 대기업과 사업 거래를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을 것이 자명합니다. 잘 꾸려 간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렇게 하기에 앞서 몇 가지를 염두에 두고 시작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이 두 가지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사업 계약은 사업의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사업의 첫 단추를 꿰는 것이 사업 계약이고 사업이 잘 안되었을 때 마지막에 남는 것도 사업계약서입니다. 사업 당사자간에 분쟁이나 다툼이 발생하면 계약서부터 들여다보게 되어있고, 소송까지 가게 된다면 더욱이 사업계약서는 아주 중요한 문서가 됩니다. 물론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고 잘 진행된다면 사업계약서는 꺼내볼 필요가 없겠지만, 사업의 과정에서 계약의 위반이나 불성실한 계약 이행, 갑작스러운 입장의 변화, 일방적인 결정의 번복, 계약의 취소 등 수많은 문제가 반드시 발생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계약서는 아주 신중히 잘 작성되어져야 합니다.
사업과 직접 관련된 계약서의 종류는 양해각서(MOU), 물품공급 계약서, 구매 계약서, 기술용역 계약서, 기술개발 계약서, 유지보수 계약서, 라이선스 계약서, 파트너십 계약서, 총판 계약서 등등 수없이 많이 있습니다. 좀 더 넓은 범위로 보자면 근로계약서, 인력 공급 계약서, 임대차 계약서 및 신용보증서, 보증보험 증권, 하자보증 계약서, 금융거래 계약서(대출 등)와 심지어 차용증도 계약서이고 홈페이지 외주 구축도 계약을 해야 합니다. 계약서 없이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계약서를 중심으로 모든 일이 진행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창업을 하는 분들은 계약서 작성에 익숙해져야 하고 계약을 잘 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합니다.
사업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이 곧 사업이다.
잘 아시겠지만, 계약서를 누가 작성하든지 한 번에 'OK' 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계약서라는 것은 그전에 많은 협상 과정을 거쳐 합의 내용을 문서화한 것일 것입니다. 크고 작은 만남, 미팅, 회의를 통하여 가격, 물량, 공급 시기, 권한의 범위 등 계약의 조건을 협의해 나갑니다. 이 과정에서 오고 간 구두상의 말들이 결과적으로 계약서상의 문구로 표현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특히 회사의 대표라면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또는 비공식 상의 자리라도 긴장을 늦추지 말고 사업 내용에 대한 대화는 조심스럽게 언급을 해야 합니다. 상대 회사와 어느 정도 친분이 쌓였다고 해서 내 회사에 손실을 가져 올지도 모르는 조건에 대해 너그럽게 받아들이거나, 상대방이 이해해 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회사의 약점을 노출한다거나 하면 이러한 사항들이 고스란히 계약 조건에 반영이 되고 나중에는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나중에 다시 말씀드리겠지만 우월적 지위에 있는 대기업과 사업 협상을 하면 창업자의 경험이 없음을 이용하여 긴장을 늦춰 경계심이 허물어지는 상황을 이용하여 민감한 조건을 이끌어내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습니다. 이러한 경우는 술자리에서 많이 발생을 하고 워크숍, 단합대회 등 업무환경을 떠난 자리에서 빈번히 일어납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솔직히 말해야 한다.
아는 체 하지 말아야 한다.
대표의 말이 곧 계약입니다. 협상의 기술, 설득의 기술 등은 훈련을 통하여 연마가 가능하겠지만 제 생각으로는 이러한 능력은 대부분 타고난다고 생각하고 실전 경험을 통해서 길러지는 능력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노력 한만큼 향상이 되겠지요.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는 방법 중 하나는 자신 없는 내용은 '회사로 돌아가서 확인해보고 알려 드리겠다.' 또는 모르는 사항은 솔직하게 '잘 모르니 전문가와 상의 후 결정을 내리겠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업가 분들이 잘 모르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하거나, 모르면 상대회사가 무시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 또한 이런 마음가짐을 가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작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사업적으로 큰 손해를 입힌다면 그것은 더 큰 창피함을 부르는 일일 것입니다. 사업을 하는데 금기시해야 할 마음가짐은 '까짓 거 해보지 뭐, 어떻게 되겠지', '쿨하게 합시다.'등이 있습니다. '사장님, 시원시원해서 너무 좋습니다.' 또는 '사장님 멋있습니다.' 이런 말을 듣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이전 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사업은 감정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업을 하면서 허울만 좋고 실속 없는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님들을 너무 많이 보아 왔습니다. 사업은 멋있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업의 성과가 있고 결과가 좋아야 멋있는 것이지 멋있게 한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대표님 너무 깐깐하십니다.' 또는 '너무 소심한 거 아닌가요.'라는 말을 듣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결코 상대방에게 쉽게 보여서는 안 됩니다.
계약과정에서 '이 정도면 그냥 넘어가도 되겠지..' 또는 '나중에 혹시 문제가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이 들었다면 나중에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고 보면 됩니다. 세상 모든 일이 완벽한 일은 없겠지만 적어도 스스로 판단하기에 할 만큼 하였다는 생각이 들고 약간의 고통이 느낄정도 까지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짜내어 고려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는 것이 사업이 아닐까 합니다. 사견입니다만, 사람이 하는 일이 있고 신이 하는 일은 따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일을 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되게 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 아닐까 합니다. 마음 내키지 않는 계약은 차라시 체결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입니다. 제가 저지른 실수 중 하나는,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일단 대기업과 계약을 하고, 일단 시작을 하면 만회할 기회가 오겠지. 대기업과의 계약이 얼마나 큰 기회인가!'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번 계약이 성사되면 후속적으로 또 다른 사업이 있을 것이라는 직원의 구두상 말만 믿고 계약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경영층의 반대로 후속 사업은 진행이 안되었고 저는 큰 손해만 떠안게 되었습니다.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일은 반드시 문제가 된다.
사업상의 조건도 중요하지만, 법적인 사항도 매우 중요합니다. 법무 검토가 중요한 이유는 검토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사항이 발견되고 특히 법적 분쟁이 발생할 상황을 대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큰 회사와의 계약을 할 경우 그 회사는 내놓라 하는 법률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법무팀에서 검토를 합니다. 자기 회사 중심적으로 다소 이기적인 조항들을 제시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창업회사가 꼭 갖추어야 할 기능이 법률 검토가 가능한 직원을 채용하거나 법무법인과 별도의 계약을 맺고 의뢰를 하는 것입니다. (이것도 또 다른 계약입니다.) 실력이 좋고 법률 지식이 풍부한 사람을 영입하는 것은 쉽지가 않고 높은 수준의 대우가 필요합니다. 법률 자문도 지명도가 있는 법무법인을 통하는 것이 좋지만 그에 걸맞은 보수를 지불해야 합니다. 회사 운영비도 없는 판에 자문료로 많은 자금을 쓴다는 것은 회사 대표 입장에서는 용납하기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간혹 지인을 통해 법적 자문을 구하곤 하는데, 비용은 적게 들지 모르지만 아쉽게도 그분들은 책임감 있게 검토해 주는 경우를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가까운 사람의 일을 혹시라도 나중에 '책임지기'를 꺼려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창업 회사의 대표로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것은 대표 스스로가 법률적 지식을 연마하는 것입니다. 사업을 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처음에 몇 번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겪어봐야 압니다. 힘들고 실수해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경험을 통하여 알아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모르는 법적 문제는 여기저기 물어보고 자문회사에게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알아내야 합니다. 이렇게 2~3년 시간이 지나면 웬만한 계약서는 대표 스스로도 검토가 가능하고 아주 전문적인 부분만 의견을 구할 수 있습니다.
대표자가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자가 쩨쩨하게'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이러한 정서를 사업 계약을 치르는데 적용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사람이 살아 가는데 너그럽고 온유한 마음이 필요할 때가 있지만 사업 계약은 아닙니다. 문구 하나하나 문장 하나 세밀히 살펴야 하고 계약을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지켜내야 할 사항은 끝까지 얻어내야 합니다.
저의 경험 한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시중 은행에 단말기를 공급하는 '물품공급 계약'을 체결하게 되었습니다. 첫 사업인데 대기업(은행)과 계약을 하다니. 큰 성취감으로 회사 전체가 들떠 있었습니다. 계약 물량이 10만 대였는데, 계약서 상의 문구는 '10만 대를 구매하도록 최대한 노력한다.'로 작성이 되었습니다. 이 문구에서 '구매'라는 단어와 '최대한 노력한다.'라는 문구를 이끌어내는데만 몇 달이 걸렸습니다. 은행 실무자는 "은행은 법적으로 사업 물품을 구매하기 어렵다. 최대한 노력한다의 표현이 최대치이고 이것은 보장한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라고 거듭 강조를 하였습니다. 10만대라는 물량은 대단히 큰 물량이었고 저는 사업적으로 고무가 되어 이 말을 믿고 계약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보수적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5만 대를 생산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결국 판매는 2만 대에 그치고 말아 나머지 3만 대의 재고를 껴안게 됨으로써 막대한 손실을 봐야 했습니다.. 이 손실이 결국 회사를 기울어지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법률가의 의견에 따르지 않고 단지 사업적인 판단에 의해 계약을 하였던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누가 보아도 물품공급 계약이 아니었습니다. 시기와 수량, 가격이 명시가 되어야 구매계약인 것입니다. 결국 이 일은 추후 소송으로까지 번졌으나 증거의 불충분으로 소송에서 패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아픈 경험을 간략하게나마 말씀드리는 것은, 되도록이면 모든 중요한 사항은 문서화시켜야 한다는 것과 마음에 조금이라도 석연치 않는 구석이 있다면 해결을 하고 진행하라는 말을 전해드리기 위함입니다. 대표자라면 항상 머리를 맑고 몸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노력하십시오. 이것이 판단의 실수를 줄이는 한 방법입니다.
(대기업과의 관계에 대한 내용은 다음 글에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