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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티브 정 Jan 02. 2017

7. 사업하는데 피할 수 없는 2가지 (2)

대기업과의 관계

사업계약서에 이어 대기업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제가 사업을 했던 8~9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 볼 때 대기업의 운영 방식과 국내 경제에서의 위상, 그리고 국민이 대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소위 '재벌'이라 불리는 대기업들, 그리고 최근 대기업의 반열에 오른 기업들의 속성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듯합니다.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지금의 우리나라의 국정 혼란과 정치적 소용돌이의 중심에도 여지없이 '대기업'이 관여되어 있음을 보더라도 알 수 있습니다. 정부, 권력 및 사법기관과 강하게 연결된 유착의 고리를 해소하는 데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해외 선진국의 '대기업'의 특성과 우리나라에서 자라온 대기업, 즉 '재벌'의 특성은 매우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 창업을 시작하시는 분들, 그리고 앞으로 대기업과 거래를 희망하는 사업가 분들께 저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몇 가지 대기업의 속성들을 얘기하고자 합니다.


1. 대기업과 거래의 시작


우리나라 경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은 사업 영역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마치 인체의 혈관과 같이 구석구석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이럴진대, 최근 어떤 정치인들은 재벌을 해체하자는 주장을 하곤 합니다. 그 말의 취지는 이해가 합니다. 하지만 과연 재벌을 해체한 후 발생할 수 있는 엄청난 일들을 책임질 수 있을까요? 대기업-1차 협력업체-2차 협력업체-3차-4차..로 이루어져 있는 순환 고리를 끊는다면 국내 경제가 대 혼란에 빠지지 않을까요. 재벌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거나 지배구조를 투명화 하는 작업을 통하여 좀 더 공정하고 민주적인 기업문화로 변모시키는 일이 차라리 가능성이 있고 바람직한 개선 방향일 것입니다.


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많은 분들의 소망이 대기업과의 거래를 터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것일 것입니다. 특히 기술 창업을 하게 되면, 개발한 기술이 대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에 적용되길 바라고 더 나아가서는 대기업이 구매를 해 주기를 바랍니다. 그렇다면, 사업을 시작한 회사 대표가 대기업과의 관계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어려운 일이지만 그것은 대표 혹은 직원이 가지고 있는 인맥을 통해서 접근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주 드문 경우에는 시장에서 어떤 벤처기업의 기술력과 가능성을 알아보고 대기업에서 먼저 손을 내미는 경우도 있기는 합니다. 그 회사를 인수하려는 노력도 많이 하죠. 이렇게 되면 1차적으로 그 벤처회사는 성공을 거둔 셈일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창업회사들은 이러한 경우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인맥을 통해서 대기업을 '찾아가야' 합니다. 대기업과 인연을 맺는 방법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면 대기업의 윗선으로부터 먼저 접근하거나 아니면 아래쪽의 실무자선으로부터 접근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먼저 윗선으로부터 접근하는 경우는, 창업회사 대표가 인맥을 통해 회사의 임원급 이상을 만나 사업을 소개하게 됩니다. 소개를 한 후 사업에 대해 호평을 받거나 실행할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이면 그 임원이 담당부서 책임자(팀장 또는 부장급)에게 검토 지시를 내리게 되고 실무자(과장 또는 차장급)는 사업을 소개한 회사로 연락을 취할 것입니다. 만일 임원급에서 가능성이 희박하거나 회사에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그 제안은 묵살될 것입니다. 임원이 실무자에게 지시를 내렸다면 어떻든 실무자로부터 연락을 받을 것이고, 대부분의 경우 창업회사 대표가 대기업을 방문하여 실무자와 책임자들을 상대로 사업 설명을 할 것입니다. 이 기회가 매우 소중하고 중요한 기회입니다. 여기서 최대한 실무자의 관심을 모아야 하고 제품 또는 사업의 가치와 가능성을 설득해야 합니다. 이 결과에 대해 실무자가 판단을 하여 진행할만한 프로젝트라고 생각을 하게 되면 처음 지시를 내린 임원에게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포함한 보고를 할 것입니다. 이와 반대로 제안받은 사업이나 제품에 대해 문제점이 부각되고 가능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임원에게 부정적인 의견을 보고할 것입니다. 여기서 유념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업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는 직원이 바로 과/차장급 실무자입니다. 대기업이다 보니 연간 사업계획이 이미 짜여 있어서 과/차장급이 맡아서 처리해야 할 프로젝트가 빈틈없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임원의 지시에 의해 추가적인 일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대부분의 실무자는 이를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고 부담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경우 아무리 전망이 좋은 사업 아이디어라도 담당 실무자를 설득시키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실무자는 창업기업과 협력하여 사업을 진행하기는 하지만 사업의 성과가 실무자에게 돌아오는 것이 아니고 더군다나 사업이 잘 되어도 월급이 오르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혹시 사업의 결과가 좋아 회사에 큰 이익을 안겨 준다면 그 일에 대한 보상을 인사고과의 형태로 받을 수는 있을 것입니다. 제안받은 것이 사업 아이디어가 아니고 회사에서 채용해야 하는 제품이라 할지라도, 구매한 제품에서 문제점이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은 실무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아주 까다로운 검토 절차를 밟아야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윗선에 부탁을 하여 실무자를 통해 일을 진행하는 것은 성공하기가 어렵습니다. 진행이 안될 경우 사업을 지시한 임원은 '실무자의 의견이 부정적이다.'라고 핑계만 대면 그만인 것입니다. 간혹 임원의 지시와 관심이 매우 높아 일단 일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지만 실무자가 윗사람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어서 마지못해 진행하다가 흐지부지 되는 경우를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아랫선으로부터 접근하는 경우는 좀 더 가능성이 많다고 보면 될 것입니다. 우선 자신이 제안하고자 하는 사업 제품과 관련 있는 부서가 정확히 어디인지 파악하는 작업부터 해야 합니다. 담당하는 부서의 직접적인 실무자를 아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지인을 통하여 소개, 또는 소개의 소개를 받아 연락을 취하게 됩니다. 소개를 받은 실무자에게 창업가가 전화를 하거나 이메일을 보내 약속을 하고 만나게 되는데 대부분 실무자가 근무하는 회사로 찾아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난 자리에서 제품이나 사업에 대해 설명을 하게 되면 검토 후 답변을 주겠다는 말과 함께 헤어지게 됩니다. 실무자가 관심을 보이고 적극적으로 추진해보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상사에게 보고를 하고 그 상사는 담당 임원까지 보고를 하여 일을 추진하기로 결재를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무자가 그 사업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추진 의사가 없다면 상사에게 보고를 하지 않을 수도 있고 보고한다 치더라도 부정적인 의견을 낼 것입니다. 제가 이 경우가 가능성이 더 많다고 한 이유는 실무자의 의지 여하에 따라서 일의 진행이 판가름 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자면, 실무자가 이 사업을 추진하고 싶지만 상사가 반대하게 되면 이 사실을 제안한 대표에게 알려올 것입니다. 그러면 회사 대표는 상사를 설득할 추가적인 아이디어를 실무자에게 전해줄 수도 있고 가능하다면 상사를 만나서 직접 설명할 기회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기회를 잘 살린다면 일을 추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게 됩니다. 일의 진행은 결국 실무자와 하기 때문에 실무자가 관심이 많을수록 일이 수월해집니다.


실무자에게 제안하고 임원의 관심을 얻어라.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이 두 가지를 병합하는 방법입니다. 자신이 가진 인맥을 총동원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우선 실무자를 만나 설명을 하고 그다음은 실무자 부서의 담당 임원에게도 소개할 기회를 마련하여 '이러이러한 사업 아이디어가 있으니 검토를 부탁드린다. 담당 부서 누구누구를 만나 실무적인 설명은 드렸다.'라는 식으로 임원에게 전달을 합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실무자와 의논을 하면 좋을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그 일이 힘을 받게 되어 일의 진척 속도가 빨라지고 추진이 훨씬 원활하게 됩니다. 손뼉이 부딪쳐야 소리가 나는 것처럼 위아래가 서로 만나게 되면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게 됩니다. 실무자는 윗사람의 관심을 받는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임원이 관심을 보인다면 만사 제쳐놓고 그 일에 매달릴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대기업과 인연을 맺기 위해서는 서로 마음이 맞는 실무자의 의견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저는 금융회사, 통신사, 제조회사 등 많은 대기업과 사업을 했기 때문에 수많은 경우를 겪어 보았습니다. 공동 사업을 하다가 중단된 경우, 시작도 못한 경우, 대기업이 저를 기만하여 약속을 안 지킨 경우, 협력이 잘 되어 끝까지 결말을 본 경우 등등.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깨달은 바를 위에서 말씀드린 것입니다. 대기업과 그 속에서 일하는 사람의 생리와 속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 줄타기(인사 시즌)


줄타기라고 말씀을 드리면 혹시 오해를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실력에 의하지 않고 줄과 소위 '백'에 의해 일을 성사시키라는 말인가 하는 분들이 있으실 텐데 그런 의미가 아님을 밝혀 둡니다. 대기업은 매년 한차례씩 임직원의 승진이나 퇴직 등을 포함한 인사 발표를 합니다. 이렇게 되면 창업회사와 같이 사업을 진행하던 직원이 승진이 되기도 하고, 퇴사를 하기도 하며, 다른 부서로 보직을 변경하기도 합니다. 담당 직원이 부서를 옮기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업무가 바뀌거나 하면 창업기업 입장에서는 매우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당장 추진하던 사업이 중단되지는 않지만 상대 실무자가 바뀌게 되면 진행하던 일에 대해 다시 교육을 시키는 등 재검토를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실무자의 의지와 적극성 정도에 따라 일의 양상이 달라지기 때문에 창업회사 대표는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업무 외에도 담당 임원이나 책임자급이 승진을 하게 되면 빨리 정보를 입수해야 합니다. 지금은 김영란법에 의해 선물이나 화환을 보내는 일 등이 거의 사라졌겠지만 그 당시에는 하루를 지체하지 않고 화환, 선물 등 일종의 성의의 사례를 표하였습니다. 회사 대표가 처리해야 할 아주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입니다. 대기업 실무자, 책임자, 임원의 털긋만한 작은 마음이라도 틀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진땀을 쏟아야 합니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아주 작은 의사결정 또는 업무처리에 불과하지만 창업회사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회사를 죽이고 살리는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창업회사나 벤처기업에 있어서 시간은 그야말로 돈과 같습니다. 대기업과 협력하는 사업이 성공하여 매출로 자리잡기 전까지는 그 모든 시간들은 비용입니다. 누구 탓이든 간에 사업이 한 달, 두 달 지연이 되면 그동안의 인건비, 임대료, 대출이자 등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대기업 실무자의 입에서 '당분간 보류'라는 말이 나오기라도 하면 벤처 입장에서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것입니다. 이것이 인사 시즌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입니다. 담당자가 교체됨으로써 재검토하는 시간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업의 맥이 끊기고 비용이 추가가 되고 시장의 타이밍도 어긋날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부 회사들은 로비나 기타 방법을 동원하여 담당자의 인사까지도 조정하려는 노력을 하곤 합니다. 이러한 일들은 매일 보는 뉴스에도 쉽게 만날 수 있지 않습니까? 이러한 예상치 못한 암초들을 만나고 버텨낼 여력이 없는 회사들이 사업을 중지하게 되는 것이고, 또는 억지로 돌파하기 위해 추가 대출을 받고 돈을 빌리게 되는 것입니다.


떠나는 직원도 찾아가라.


최악의 경우를 피하기 위해서는 회사 대표가 발 빠르게 뛰는 수밖에 없습니다. 인사 시즌이 가까워 오면 더 자주 실무자를 만나 친분을 쌓아 놓고 해당 부서에 더 자주 방문을 하면서 많은 정보를 입수해야 합니다. 누가 승진 가능성이 있는지, 누가 회사를 그만두는지, 부서를 이동하는지 등등 정보를 입수해야 합니다. 카운터 파트가 변경된다는 정보를 입수하면 후임으로 누가 오는지 조사하여 그 사람을 미리 몇 번 만나서 사업에 대한 이해를 시키고 좋은 느낌이 형성이 되도록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 상황이 바뀌더라도 그 사업이 연착륙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게 됩니다. 또 그동안 같이 호흡을 맞추던 실무자가 다른 부서로 간다고 하더라도 '이제 관련 없으니 관심 안 가져도 되겠지.'하고 마음을 먹으면 안 됩니다. 그 실무자가 회사를 떠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후임자에게 많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습니다. 후임자에게 사업에 대한 소개를 잘 해줄 수도 있고 문제점이 생기면 중간에 조율해줄 수 있는 역할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경시하지 말고 정중히 인사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이 모든 것들을 창업자 대표가 맡아서 챙겨야 하는 것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담당 부서의 경조사라도 발생을 하면 쫒아다지니 않을 수가 없습니다. 어렵습니다. 대기업과 거래를 하는 것이 이점이 많은 반면 그와 상응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3.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대가)


추진하던 일이 잘 성사되어 대기업과 사업 계약 혹은 구매계약을 체결하게 된다면 창업 회사로서는 얼마나 기쁜 일이겠습니까. 그동안 숱하게 많았던 고생스럽고 힘든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갈 것입니다. 창업회사가 서비스 또는 개발 제품을 차질 없이 잘 완성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왔을 테지만, 대기업의 협력 없이는 큰 시장으로의 진출이 어려웠을 것이고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의 가치와 신뢰를 업고 사업을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많은 것들이 보장이 되고 업계에서 인정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대기업의 담당 실무자는 물론이고 그 위의 책임자들에게 얼마나 고마운 마음이 들겠습니까. (사업 계약이 정상적으로 체결되었다는 전제 하에) 정말이지 원하는 것을 전부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아무 실적 없이 다년간 힘든 시기만 보낸 창업회사라면 이것은 가뭄에 단비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것과 다름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문제가 발생을 하게 됩니다. 대기업 직원에게 고마움의 표시 또는 노고의 대가라는 반대급부를 어떻게 처리해야 되는지 하는 문제입니다. 밥 한 끼 사주는걸로는 부족해 보이고, 또 고가의 선물을 하자니 대기업 직원에게 바치는 대가성 뇌물일 수도 있고, 심지어는 회사의 지분을 공여하는 것을 생각하기도 할 것입니다. (이것은 법적으로 큰 문제가 되니 추호도 생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제가 굳이 언급을 하지 않아도 우리나라의 사업 환경에서 사례비(현금), 유 무형의 선물, 접대, 심지어는 뇌물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많은 거래와 주고받음이 있을 것입니다. 최근의 국정 사태에서도 사건의 핵심에는 정치인, 정부 관료, 공무원과 기업인이 얽히고설켜 '반대급부의 부적절한 처리'라는 부분이 핵심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을 알 것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는 정부 공무원과 대기업의 관계와 매우 흡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 하면 여기서 한쪽은 갑이고 한쪽은 을의 관계가 형성이 되기 때문입니다. 갑에서 을의 입장을 처리해 주지 않으면 을은 원하는 것을 얻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덧붙여 국가 공무원은 사실 갑 중의 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책과 법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기업 하는 사람들의 일의 성사 여부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저도 경험한 일 입니다만 기업이 원하는 방향으로 일을 도와주고 노골적으로 반대급부를 원하는 직원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의 경우는 아니지만, 중소기업으로부터 뇌물과 주식을 대가로 받아 이 사실이 윤리 심의위원회에 발각이 되어 회사를 그만두는 대기업 직원도 옆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참으로 민감한 사안이고, 창업을 시작한 대표의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사실은 저도 몇몇 대기업과 사업을 추진하면서 접대를 많이 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과도한 접대는 아니었지만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고 실무자의 기분을 살펴 가면서 적절히 부드러운 관계를 유지해야만 했습니다. 이러한 관계나 상황은 위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대기업 직원은 급여를 받고 당연히 해야 할 업무적인 일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단순한 업무 처리가 창업회사 에게는 회사를 일으킬 수 있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저 밑바닥에 깔려있는 사람의 심리가 나타납니다. '내 덕분에 이 회사가 성공하는데 내가 도움을 준 만큼 대가를 받아야 하는 게 아닌가..' 혹은 '이 사업 아이템으로 회사 대표가 어마어마한 돈을 벌 텐데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잖아.'라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가끔은 정직하고 성실한 직원을 만나 이러한 애매한 상황이 많이 발생하지 않고 협조가 순조로웠던 경우도 있었지만 매우 드문 경우이고 운이 따라줘야 하는 것 같습니다.


대기업 직원과 인간적이고 진실한 관계를 형성하라.


그렇다면 이러한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현명하게 타개해 나가야 할까요. 제 생각으로는 상대 직원과 진실하고 진지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일 것입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일적인 관계가 아니라 인간적으로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일처리를 잘 해야 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대기업 담당 직원에게 진실하고 성실한 마음으로 대해야 합니다. 일을 하다 보면 실수를 하게 됩니다. 같은 실수라 할지라도 큰 조직에서의 영향력과 작은 조직에서의 파장은 서로 다릅니다. 작은 회사는 의사결정 구조가 단순하고 기민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착오가 발생해도 처리 과정이 단순하고 빠르지만 큰 기업에서는 매우 여러 사람이 관여가 되고 책임소재를 가리기 때문에 처리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작은 회사가 대기업과 업무를 할 때 탄탄한 신뢰가 형성이 안된다면 사소한 문제로 관계가 깨지기 십상입니다. 이것은 바로 실무자가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므로 실무자와 신뢰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인간적으로 가까워지다 보면 서로 간의 고충을 얘기하게 됩니다. 실무자는 지금 진행하고 있는 창업자의 고충을 처리해줄 수 있는 역량이 있습니다. 하지만 창업자는 실무자의 어려움을 처리해 줄 힘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회사 일 외에 창업자가 실무자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소개하여 주는 일, 꼭 필요한 정보를 주는 일, 바빠서 처리하지 못하는 일을 처리해 주는 일 등등. 어찌 보면 마치 영업사원의 일과 흡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접대나 물질적인 대가를 치르는 것보다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대기업 직원들도 항상 격무에 시달리고 일하는 것만큼 벌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고생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창업자과 진행하는 일 외에도 여러 업무를 병행합니다. 그리고 창업자는 진행하는 일이 잘 되면 성공으로 이어지고 또 다른 기회를 잡을 수 있지만 대기업 직원은 월급쟁이 생활을 벗어나기 힘듭니다. 이러한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가며 일을 한다면 좀 더 순조롭게 이어갈 것입니다.


서두에도 말씀드렸지만 요즘은 대기업을 상대로 하는 업무 방식이 바뀌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얘기드리고자 하는 것은 어떠한 필요한 정보를 드리는 것보다는 일과 관계 자체의 속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드리고자 함입니다. 일의 본질과 속성, 그리고 사람 사이의 관계의 기본적인 것들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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