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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 Jul 22. 2021

나도 예술가가 되고 싶어요

예술가 지망인 혹은 예술가 동경인이 하는 말

직장인이 되고 난 뒤부터 예술가를 더 동경하기 시작한 것 같다. 그 무렵, 내 블로그 닉네임은 '예술가'였고, 작년엔 친구가 소원 하나를 말해보라길래 '예술가가 되는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예술가를 향한 나의 동경은 '시'를 해석하는 시인의 멋진 문장에서부터 출발되었다.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변두리로 밀려난 자가 아니라 변두리를 선택한 자가 되어갔다...... 죄짓지 않고 사는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시를 쓰며 사는 일밖에는 없다고 생각했다. 시는 경쟁하지 않고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홀로 제 갈길을 가는 자들의 몫이므로, 나에겐 시가 무엇보다 옳게 보였다.

<김소연 시인 - 시옷의 세계>


스스로 변두리가 되기를 선택한 사람이라는 문장에 시선이 머물렀다. 원래 세상은 다 그런 거니까 어쩔 수 없다는 말로 자본 논리를 수긍하는 게 아니라, 다른 층위로 사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 삶의 유일한 돌파구인 것 같았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나면, 나는 방금 외운 낯선 단어를 까먹어 버린 외국인처럼, 기억을 잃은 회사원이 되었다.


회사에선 '더 많이 소비하세요.' '다른 브랜드보다 우리 브랜드가 더 좋으니까, 바로 구매하세요'라고 말하는데 여념 없는 쫀쫀한 직장인으로 변신했다. 예술가와 직장인 사이에서 가장 큰 어지럼증을 느꼈을 때는 피부 리프팅 기계에 대한 광고 제안을 해야 했을 때다. '여성의 피부 두께는 눈가, 입가 모두 다르니까,  ㅇㅇㅇ리프팅!’ 타닥타닥 키보드를 두들기고 모니터를 봤을 땐, 정말이지 눈을 꼭 감아버리고 싶었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이 일이 의미 있는 걸까. 진득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고민할 틈도 없이 시간만 흘러갔다. 평일에는 야근하느라 바빴고, 주말에는 평일에 쌓인 피로를 푸느라 바빴다. 다른 업계로 이직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거렸다. 도대체 어디로 이직해야 한담..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 최근 고흐의 생을 그린 영화 '러빙 빈센트'를 보고 잠잠했던 예술가에 대한 동경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왔다.


자신의 귀를 자른 광기 말고는 알지 못했던 고흐의 인생을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고흐는 29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37살에 생을 마감한다. 그는 8년 동안 800개의 그림을 그렸지만, 생전 팔린 건 단 1개의 그림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그림에 대해서 그는 확신했다. 자신의 가치를 훗날 다른 사람이 알게 될 거라고 동생 테오에게 말했던 고흐를 보며 마음속 한편에 있던 단어 ‘예술가 동경’에 불이 팍 켜져 반짝거렸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자신의 가치를 확신할 줄 아는 게 바로 예술가의 마음일까. 그게 가능할까. 남들의 평가에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길을 걸어가는 게 예술가라면, 나는 한참 멀었다. 브런치에 업로드한 내 글 조회수는 왜 이렇게 적은 지, 구독자는 왜 늘어나지 않는지, 내 글은 왜 이렇게 우울하기만 한지. 내 글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내 글이 과연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나는 그 어느 것도 확신할 수 없다.


회사 다니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 고민한다. 동시에 이번 달 통장에서 빠져나갈 금액의 헤아려보며, 나는 도저히 변두리에서 살기를 선택할 수 없다고 체념한다. 그래도 나중에 나만의 산문집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품어본다. 그러나 아직도 나는 글쓰기 모임 '쓰당'에서 내 글이 별로라는 친구들의 피드백을 들으면 가슴이 쓰라리게 아프고 글 쓰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같은 예술가 지망생 혹은 예술가 동경인에게 이 글이 작은 공감이라도 주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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