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DONGYOON_HAN / 2015년 3월 여행 중
신비롭다. 영험하다. 그리고 아름답다.
오로라.
태양의 에너지가 지구 자기장과 부딪혀 나오는 현상이자 북반구 근처에서만 볼 수 있다는 과학적인 이론들은 차치하고, 오로라는 시대를 넘나들며 신비로운 현상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그리고 이로 인해 많은 여행자들이 오로라를 보기 위해서 추운 겨울에, 그리고 그 보다 더욱 차가운 물가를 자랑하는 북반구로 향하게 된다. 나는 그중에 세계에서 오로라가 가장 잘 관측된다고 해서 오로라의 수도라고 불리는 캐나다의 Yellowknife로 행선지를 정했다.
비싼 카메라를 1년 넘게 가지고 다닐 자신이 없어서, 그나마 수동 조정이 조금은 가능한 미러리스 카메라를 들고 다녔다. 하지만 여행 중 처음으로, DSLR 카메라가 없다는 것이 후회된 적이 있는데 바로 오로라를 찍기에는 조금 부족한 옐로나이프에서였다.
무슨 말이 필요하랴. 우선 사진을 올려본다. (오로라 헌팅이라는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가이드의 좋은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올려본다. taken by North Star Adventures)
실제로 옐로나이프에 8일간 있으면서 오로라를 관측하지 못한 날은 단 하루였다. 소문대로 오로라는 매일같이 볼 수 있었지만,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다 보니 더 아름다운 오로라, 더 강한 오로라, 더 화려한 오로라를 보고 싶었다. 참고로 내가 옐로나이프를 여행한 날짜는 3월 말이었다.
지금까지의 사진들은 오로라의 강도가 Moderate - Active 정도의 강도이다. 정말 다행히도 매우 강한 강도의 오로라를 하루 볼 수 있었는데, 아쉽게도 미러리스라는 한계로 인해 사진들이 좋지는 않다.
오로라의 세기가 강한 날은, 그 색이 초록색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하늘에 점 하나가 점점 커지더니 불꽃놀이의 분수처럼 빛이 사방팔방으로 갈라진다. 이후에는 하늘에 퍼지고 있는 오로라 분수는 처음에 그 색이 흰색을 띠다가 분홍색으로, 보라색으로, 초록색으로,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불현듯 사라지면서 반대쪽 하늘에는 일반적인 초록색 오로라 띠가 하늘에 떠 있다. 초록색 띠로 형성되는 오로라도 충분히 신기하지만, 여행을 좋아하고 사진으로 보기 힘든 신비로운 광경을 보고 싶다고 한다면 꼭 한 번 오로라만을 위한 여행을 가길 추천한다. 왜냐하면 오로라는 사진으로 보는 것이 실제로 보는 것보다 잘 나와 보인다. 또한 강도가 센 불꽃놀이 st. 의 오로라는 사진으로 담는 것이 불가능하다. 고로 죽기 전에 꼭 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에게 여행은 자연이 8할이었다. 그리고 그 자연 광경 중에서 단연 최고였던 것은 오로라였다. 오로라에 대해서, 그리고 유명한 자연경관을 맞이하기 전에 내 스스로 만들어낸 기대치와 환상이 있었지만, 그 환상을 충분히 뛰어넘는 광경을 선사한 것이 오로라였다. 자연경관에 압도당하는 그 기분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