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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Dongyoon Aug 17. 2016

#12. 평범한 동양 여행객st.

Posted by DONGYOON_HAN / 2015년 3월 여행 중

길 잃고 헤매던 중 발견한 브라질 스타일의 성조기

한국에서 여행을 준비하던 단계에서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바로 '2014 브라질 월드컵'이었는데, 월드컵을 가지 않다 보니 브라질 여행에 대한 기대감은 낮아져 있었다. 사실 월드컵 2014 vs 계절에 맞게 여행 중 나의 선택은 계절이었다. 첫째는 긴팔보다는 반팔 위주의 짐을 꾸릴 수 있었고 또한 해가 일찍 지는 겨울 여행은 여행하기 불편하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결정했다(일례로 남미 여행의 백미라고 하는 파타고니아 여행은 추위와 어둠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결과적으로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의 결과가 좋지 못했기 때문에 월드컵 여행을 선택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역시나 기회비용적으로 아쉽긴 마찬가지다.

이에 더해서, 브라질 여행은 위험하다는 소리를 여행 전에 숱하게 들었다. 세계일주를 하는 여러 여행자들도 브라질에 들어가게 되면 조심하라는 말부터 해 주었다. 그래서 여행 전에 브라질에 대한 기대감은 뚝 뚝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4일간의 리우 여행은 별다른 사고가 없었다. 그만큼 밤에 돌아다니지 않고 사람 많은 곳을 다니는 등 재미없게 여행한 것도 있지만, 굳이 브라질에서만큼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즐겁고 싶지 않았다. 즉, 다분히 평범한 동양인 관광객으로 여행을 했다.

리우데자네이로 시내에 있는 작은 예수상

평범한 동양인 관광객 스타일은 무엇일까? 바로 관광 명소 위주로 다니면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여행 스타일 아닐까? 브라질 리우에서는 기존의 여행 스타일과는 다르게 철저히 동양 관광객이 되었다. 그래서 꼭 가 보아야 할 곳들 위주로 여행을 했고, 그만큼 문안했으며 특별할 것도 없었다.

리우의 예수상 앞 평범한 동양인 관관객
리우의 예수상은 엄청 크다

생각해보면 기분이 이끄는 대로, 발길이 닿는 대로 여행을 하다가 동아시아 스타일의 관광지 위주 찍고 찍는 여행을 해보니 그 또한 재미있었다. 멋진 예수상도 보고 (물론 사람이 너무 많아서 불편했지만) 축구의 나라 브라질의 자랑인 마라카낭 경기장도 가고 리우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구 도시임을 확인할 수 있는 빵산도 갔다.

예수상에서 바라본 빵산
빵산에서 바라 본 리우, 왼편에는 예수상도 작게 보인다
속이 다 시원하다, 빵산에서 바라 본 공항

지극히 평범하게, 여기도 가 보고 저기도 가 봤다. 기운 없고 지치고 생각에 사로잡혀서 의욕도 생기지 않을 때, 유명한 관광지를 찍고 찍는 여행을 하는 것도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책에서 보던, 눈으로 꼭 확인하고 싶던 여행지를 찾아가는 것 그 자체로도 여행의 매력이 있는 것이다. 단순하게 '우와, 정말 크다', '이야, 정말 멋지군'이라는 극히 평범한 감탄사가 주를 이루어도, 실제로 크고 멋진 모습을 눈으로 본 다는 단순한 사실 그 자체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까부는 키작은 동양 즐라탄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로 여행은 비 오고 흐린 날씨가 주를 이루었다. 하늘도 알았던 것인지, 때마침 호스텔에 도착해서 친구에게 온 연락. 착하고 밝은 대학 친구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부고. 어찌 보면 평범한 여행객의 모드가 되어 여행을 하지 않았으면 힘이 빠져서 날씨만큼 우울하게 있었을지도 모른다. R.I.P. A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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