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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Dongyoon Nov 12. 2016

#21. CUBA, 다른 세상, 같은 세상 #2

Posted by DONGYOON_HAN / 2014년 11월 중

문화와 예술의 수준이 높음과 낮음이 민중의 배고픔을 해결해주지 않을지언정, 쿠바의 선택은 당장의 돈에 타협하지 않은 듯하다. 무슨 이런 나라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거리의 악사가 뽐내는 연주 실력은 너무나도 뛰어나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살사를 즐기는 춤 실력은 수준급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춤추며 놀아보라고 하면 그저 아줌마 고속버스 춤이나 부장님 춤으로 대표되는 아주 질이 낮은 춤사위가 전부 아닌가. 뛰어난 흥과 멋을 겸비한 민족이라고 하는데, 그 흥과 멋이 살아가는데 중요하지 않고 국영수가 훨씬 중요하다고 어릴 적부터 철저히 교육받았으니 제대로 놀 줄도 모르는 것이다.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영화에서도 볼 수 있듯이 쿠바인들도 우리와 같은 세상의 사람이기에, 미국의 눈부신 경제 발전과 화려한 건축물에 놀라고 부럽고 경외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부각하지 않는 빈부격차는 물론 존재하지만) 생계가 어려워서 빵을 먹지 못하거나 위생적이지 않은 공간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을 미국에서는 더 이상 찾기 힘들기 때문에, 스페인 강점시기에 지은 낙후된 건물에서 살고 국가에서 지정한 5만 원 내외의 월급으로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쿠바 민중들에겐 미국을 포함한 다른 선진국들의 눈부신 경제 발전이 분명 부러울 것이다.

난생 듣도 보도 못한 세계 최고 수준의 모던 재즈를 쿠바에서 단돈 만원으로 감상할 수 있다

그러나 쿠바에는 재즈가 있고 살사가 있다. 또한 미술과 음악, 스포츠 등 문화 예술 각 분야에서 쿠바인들의 실력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여행객들도 아주 저렴한 가격에 이를 즐길 수 있다. 보통 만원 내외로 이용할 수 있었는데 개인적인 관심과 흥미가 달라서 즐기지 못했던 살사바 (정확한 장소는 Casa de la musica-음악의 집이라는 뜻)를 제외하고 모든 문화 예술은 최고였다. 아쉬움과 후회라는 것이 태생적으로 적은 내가 쿠바를 오랜 기간 여행하면서 더 많이 즐기지 못해서 아쉬울 정도다.

여행객도 단기로 살사를 배울 수 있다
아바나 대학교 음악과 학생들의 콩쿠르, 난생 처음 듣는 높은 특유의 음색과 뛰어난 연주 실력을 겸비했다

우리나라는 물가가 비싼 것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문화 예술을 즐기는 것이 어렵게 느껴진다. 물론 관심이 없어서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잘못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미술관과 영화관을 제외한 나머지는 가격이 비싸다. 특히 음악회, 콘서트, 페스티벌은 큰 맘먹고 가야 할 정도다. 또한 반대로 홍보가 부족한지, 관심이 없는지 아니면 두 가지 이유 모두인지 우리나라 전통 예술을 접하기도 사실 쉽지가 않다. 국악, 사물놀이, 전통 무용, 풍속화 등에 대해서 일 년에 한 번 이상 접하는 대중이 몇이나 되는지, 아니면 그것들이 정말 성시경 콘서트나 디제이 페스티벌보다 그 중요함이나 재미가 적은 것인지 한 번 정도 생각해볼 내용이다.

휴일에는 시내에 노점상 시장이 열린다

기본적으로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는 미국인들이 휴양지로 이용하던 과거의 역사로 인해서 미처 본국으로 가져가지 못한 오래된 차가 많다. 그리고 교역이 제한되면서 새로운 차를 수입하는 것이 어려워진 쿠바는 미국인들이 버리고 간 오래된 차를 재활용해서 택시나 일반 교통수단으로 사용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오래된 차에서 내뿜는 거대한 매연으로 도시에 공기가 매우 탁하다. 

수도 아바나의 말레콘 해변

더러운 공기에도 불구하고 아바나는 정겹다. 스페인 시대의 성당들, 그리고 그곳에서 볼 수 있는 수준 높은 미술 작품들, 세계 최고 수준의 재즈, 아프리카 감성이 담긴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수놓아진 건축물들, 유기농 커피와 주스, 거리의 악사, 그리고 늦은 밤에 다녀도 안전한 치안(하지만 이전보다는 조금 위험해졌다)까지. 

아바나 시내 까삐똘리아 근처에 있던 서울 시내버스
골목 스튜디오 앞에 있던 전시품, 저 빵은 썩는 걸까 안 썩는 걸까

쿠바의 수도 아바나 여행을 마치고 공항에서는 즐거움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인터넷이 자유롭게 연결되는 곳으로 복귀한다는 즐거움과 아쉬움, 스타벅스와 맥도널드를 이용할 수 있다는 즐거움과 아쉬움, 결론적으로 익숙한 곳으로 복귀하는 것의 즐거움과 아쉬움이 생겼다.

쿠바는 다른 세상이고 또 같은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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