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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Dongyoon May 02. 2017

#25. 아찔한 Vegas

Posted by DONGYOON_HAN / 2014년 10월 여행 중

온몸에 저릿저릿한 느낌이 약 1주일 내내 이어진 여행지. 대자연과 대문명을 한 곳에서 경험한 여행지. Las Vegas에서 방문한 그랜드캐년은 아찔할 정도로 멋지고 무서웠다. 그러나 밤의 도박은 그 이상으로 아찔한 경험이었다.

라스베이거스의 상징 중 하나인 스트라토스피어 전망대, 그리고 그 전망대를 품은 숙소에 자리를 잡았다. '매우' 고급스러운 호텔인 이 곳에 특가 상품이 나와서, 그간 고생하는 여행을 진행 중인 나를 위로하고자 기꺼이 돈을 지불했다. 

호텔방의 고급스러움을 만끽한 것도 잠시, 나는 도박의 무서움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화려한 빛을 자랑하는 만큼, 낮과 밤이 따로 없는 곳이 바로 Las Vegas

사실 고급 호텔임에도 가격이 저렴해서 예약한 것도 있고, 메인 스트림에 위치해서 예약한 이유도 있지만 라스베이거스에 온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겜블링을 직접 체험해보고 싶었다. 어릴 적 친구들과 나이 먹기 고스톱을 치면서 유년기를 보낸 나는, 여러 도박과 카지노와 관련된 영화들 - 라운더스, 21, 오션스 일레븐 등 인상 깊게 봤고 또한 그에 대한 로망도 있었다. 내가 고니가 된 듯, 고니가 내가 된 듯한 느낌으로 1층 라운지에 위치한 카지노를 방문했다.

지인의 조언, 블랙잭은 승리 혹은 패배 이 두 가지의 방정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5 공식만 지키면 본전 치기는 할 것이라고 했다. 즉, $5를 걸고 승리했으면 그대로 $5를 챙기고 다시 $5 게임을 시작할 것. 그리고 패배했으면 전 판의 두 배인 $10을 걸고 승부를 한 뒤, 이기면 다시 $5를, 졌으면 두 배인 $20을 걸고 플레이를 하라는 것이다. 만일 $20에서 승리했으면, 지금까지 잃은 금액은 $15, 딴 금액이 $20이니 나머지 $5를 걸고 처음부터 다시 한다면, 절대로 잃을 일이 없다는 것이다.

참 좋은 형인데 이 이론만큼은 책에서 배운듯하다. 블랙잭 초보인 나는 카운팅은 고사하고 승률이 50%를 절대로 유지할 수가 없다. 블랙잭에는 기본적으로 '무승부'가 있었고, 또한 운에만 의지하기에는 50%의 승률은 지키기가 매우 어렵다. 

결국 첫날에 이론대로 두 시간 남짓 게임을 하다가 계획한 돈의 절반인 $500을 잃고야 말았다. 숙소에 올라와서 멍해진 채, 지금까지의 여행과 판이하게 다른 엄청나게 고급스러운 침대에 누워서 발발 떨리는 손으로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었다. 분한데 대상이 나였으니 분풀이를 하지도 못하고, 파르르 떨리는 손은 끔찍하게도 긴장이 풀리지 못한 채 고급 호텔 천장만 바라보게 되었다.

이튿날, 그랜드캐년 투어에 아침 일찍 참여했다. 쫄보 갬블러가 돈 잃은 분한 마음에 어디 여행을 나갈 기분은 아니었지만, 어쩌리오 여행은 계속 이어 나가야지.

돌이 가득한 네바다 주의 여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광활하다 못해 스산한 느낌까지 들게 하는 그랜드 캐년을 직접 볼 수 있었다.

굉장히 큰 댐, 내 마음은 Damn
대자연 그대로, 그랜드캐년
지평선까지 이어지는 바위의 향연
절규 in Grand Canyon

그랜드캐년 투어를 다녀온 후, 결국 이래저래 해서 겜블링으로 $1,000에 가까운 돈을 날렸다. 여행자로서 그리고 평범한 한 사람으로서 큰돈을 날렸지만, 다행히도 도박 중독자들이 왜 도박에 중독되고 미쳐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나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로  '돈이 부족해서 잃은 거야', '단지 이번엔 운이 없었고 다음에는 더 좋은 패가 들어올 거야'라는 마음이 들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내 손은 체크카드를 들고 현금인출기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는 더 이상 겜블링은 하지 않았다.

돈 잃었다고 여행이 끝이랴, 라스베이거스는 겜블링 이외에도 할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다. 불빛이 꺼지지 않는 라스베이거스에서 나머지 여행을 즐겼다. Wynn 호텔의 서커스도 보고 라스베이거스의 명물 분수쇼도 보면서 나머지 여행을 마무리했다.

미라지 호텔 앞 불꽃쇼

늦은 밤이라고 해서 특별히 위험할 것이 없는 여행지인 라스베이거스는 카지노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위험한 짓이다. 그리고 길거리 공연과 휘황찬란한 건축물, 화려한 조명과 각종 쇼가 준비되어 있는 라스베이거스는 문명이 만들어낸 화려한 여행지다.

벨라지오 호텔 분수쇼


광활한 대자연의 아찔함, 그리고 인간이 만들어낸 아찔한 도박. 저릿저릿한 여행지 라스베이거스는 말 그대로 '자극'의 향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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