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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Dongyoon Jun 17. 2017

#26. 거북이를 구하라

Posted by DONGYOON_HAN / 2014년 9월 여행 중

여행을 시작하기 전 친한 친구가 한 가지 조언을 해 주었는데, 멕시코에서 거북이 구호 활동을 하는 봉사활동이 본인의 인생에 있어서 절대 잊을 수 없는 좋은 추억라며 워크캠프 봉사활동에 참여하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이번 세계일주 속에서 일정이라고는 단 3가지뿐이었는데, 그 3가지는 바로 여행의 첫 시작인 스쿠버 다이빙 마스터 레벨 자격증 취득, 여행 막바지 보스턴에 사는 불알친구 만나기, 그리고 여행 중반에 세계 각 지역에서 진행하는 워크캠프 봉사활동이었다. 워크캠프를 통한 해외봉사활동은 총 3군데로 계획했는데 봄의 터키, 여름의 아이슬란드, 그리고 마지막 봉사활동 지역은 가을의 멕시코 서남부 해안가에서 진행하는 '거북이 보호 활동'이었다. 특별한 여정이 없는 1년의 자유 여행이었지만, 워크캠프 봉사활동만큼은 계획을 하고 이동해서 참여를 했고, 역시나 잊지 못하는 추억을 만들어주었다.

거북이알을 안전 지대에서 부화시켜서 작은 거북이를 방생하는 것이 봉사활동의 목적이었다

거북이알을 상업적으로 쓰려는 인간들과 각종 조류 등의 천적들로 인해서 현재 바다거북의 개체수가 급격히 줄었다고 한다. 그래서 멕시코와 워크캠프 기구가 협력해서 현지 주민을 중심으로 한 거북이 보호 활동을 수 년째 진행 중이다. 그래서 지와타네호(Zihuatanejo)의 해안가에서 젊은 부부가 사는 집에서 멕시코 워크캠프 리더, 프랑스 커플, 독일인 1명과 함께 2주 동안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며칠 머물지 못한, 아름다운 해변에 자리한 젊은 부부의 가정집

지와타네호의 해변은 '쇼생크 탈출'의 라스트씬으로 유명하다. 팀 로빈스과 모건 프리먼이 만나는 해안가의 마지막 장면이 바로 이 곳 지와타네호의 해변가에서 촬영했다고 하는데, 그만큼 아름다운 해변과 잔잔한 파도, 인적이 드문 (사실상 해변에서 물놀이하는 사람들은 우리 인원이 전부였다) 이 곳은 즐거워서 눈물이 날 정도로 행복한 곳이었다. 게다가 멸종 위기의 동물을 보호하는 취지로 일까지 할 수 있다니. 이보다 좋을 수 있으리오.

이 드넓은 해변을 우리 6명이 전세내고 놀았다니

거북이 구호 봉사활동은 간단하다. 우선 어미 거북이가 밤새 낳고 간 알을 우리가 수거를 한다. 그리고 그 알을 우리가 머무는 숙소 앞에 옮겨서 땅에 묻는다. 약 4주가 지난 뒤, 땅 속에서 부화해서 알을 까고 나온 거북이를 바닷가에서 안전하게 방생한다. 그리고 남는 시간은 거북이가 안전하게 부화할 수 있도록 잘 지켜주는 일이다.

거북이알을 옮겨서 묻어 둔 흔적들

불편한 잠자리, 접속이 거의 되지 않는 인터넷 환경, 시원찮은 물줄기로 씻어야 하는 상황들은 단순히 나의 편안함에 반하는, 그저 '거슬릴 뿐'이었다. 쏟아지는 별들과 멋들어진 바다, 인적이 드문 해변에서의 자유로운 나날은 완벽에 가까운 시간들이었다.


그러나 이게 무슨 일인가. 멕시코 서부를 강타한 허리케인으로 인해서 우리가 머무는 숙소도 위험 지역이어서 급하게 숙소를 옮겨야 했다. 당시의 허리케인은 멕시코에 머물던 한국인 2명이 사망했을 정도로 큰 자연재해였다.

숙소를 옮겨야 하는 것 이상으로, 허리케인으로 인해서 거북이알이 모두 날아갔다면서 이 곳에서 더 이상 할 일이 없다고 멕시코 워크캠프 본부에서 연락이 왔다. 팀의 리더인 멕시코인 '호세'는 이러한 내용을 우리 워크캠프 단원들에게 알려주면서 멕시코시티에서 약 2시간 거리에서 이루어지는 마을 축제 봉사활동 일을 제안했다. 물론 아쉽지만, 새로운 여행지, 또 다른 사람들, 그리고 축제가 곁들여진 곳에서의 봉사활동은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사실 대학생 시절, 2009년 독일 Freiberg 지역에서 Sunflower Festival의 봉사 단원으로 워크캠프 경험이 있었는데, 30년 넘는 시간 동안 가장 행복한 순간이 바로 독일의 워크캠프였기에, 나는 좋은 추억을 다시 한번 상기하면서 새로운 워크캠프로 지역을 옮기게 되었다.

세상과 맞닥뜨릴 준비가 된 거북이를 옮겨 담고
조심스럽게 방생하면
거북이들은 본능적으로 바다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지와타네호를 떠나는 것은 정말 아쉬웠다.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따듯해지는 마음과, 천혜의 자연 그대로인 곳에서 나쁜 생각들을 떨칠 수 있는 환경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말은 잘 통하지 않았던 멕시코 주민들과도, 열심히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진 워크캠프 단원들과도 웃으며 보낸 시간은 참 순수한 시간이었다. 버릴수록 더 많이 가질 것이라는 법 정스님의 '무소유'가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도는 3일간의 지와타네호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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