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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re May 31. 2023

당신은 사실 다재다능하다. 아직 깨닫지 못했을 뿐.

한창 정체성의 혼란을 겪을 때가 있었다.

나는 과연 어떤 커리어로 가야 할까?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나에겐 어떤 유니크한 능력이 있나?
나는 사회에 어떤 가치를 더할 수 있나?


그러다가 자괴감이 들던 때도 있었다.

나는 과연 일이란 걸 할 수 있는 사람인가?
나에게 능력이란 게 있긴 할까??
인공지능이 나왔다는데, 나는 설 자리가 없는 게 아닐까???


이제는 조금씩 극복해 나가는 단계인데, 나에게 3권의 책이 도움이 많이 됐다. 혹시 이 글을 보는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될까 싶어 공유해 본다.



1. 다양성이라는 전문성, <모든 것이 되는 법>

확실히 나는 전문성이 떨어진다.


전공 영역에서 특히 그렇다. 나는 전문의도 아니고, 환자를 본 경험도 많지 않고, 따로 연구 실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는 졸업 성적도 형편없다. 취미 영역에서라고 다를까. 글쓰기는 가뭄에 콩 나듯 쓰는 수준이고, 독서 역시 남들보다 조금 많이 하는 정도다. 운동, 예술, 디자인, 철학 등 관심 분야는 많지만 언제나 그렇듯 거기서 거기다. 자신 있게 내세울 만한 건 솔직히 없다.


그러나, 내겐 다양성이라는 전문성이 있다.

<모든 것이 되는 법>에서는 '다능인'이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다능인, multi-potentialite : 관심사와 창의적인 활동 분야를 폭넓게 아우르는 사람.

한 가지 분야에서만 커리어를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자신의 영역으로 넓혀가는 사람들을 말한다.

전문가들이 단일 분야에서 뛰어난 데 반해 다능인들은 영역들을 혼합하고 그 교차점에서 작업한다. 이를 통해 (다능인들은) 분야들 간의 관계성에 대한 더 깊은 수준의 지식을 성취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다능인들만의 전문성이다.

<모든 것이 되는 법>, 에밀리 와프닉

특히 이 책에서는 다능인이라면 느꼈을 죄책감, 불안감에 대해서 다루는데 너무 내 얘기 같아서 공감이 되고 소름이 돋았다. 나만 이런 고뇌를 느끼고 사는 게 아니라서 위안이 되기도.



2. 탑을 쌓는 전문가? 다리를 놓는 전문가! <언어를 디자인하라>


<언어를 디자인하라>라는 책에서는 ‘사이 전문가’, ‘호모 디페랑스’라는 신조어가 등장한다.


전문 영역 사이를 넘나들며 소통과 융합을 꾀하는 새로운 형태의 전문가를 말한다. 세상이 발전할수록 각 분야의 전문가는 많아진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각자의 전문성을 탑처럼 쌓아 올리기 바쁘다. 하지만 높은 탑과 탑 사이, 소통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a.k.a 지식의 저주) 전문가들이 자신이 만든 탑 안에 갇히지 않도록, 세상과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사이 전문가'다.

전문성의 깊이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전문가가 서로 만나서 소통하고 공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 사람의 전문성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놓고 여러 사람이 각자의 전문성을 융합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 전문가, 즉 호모 디페랑스는 낯선 전문가와 부단히 만나고 접속해 기존 전문성의 수준을 높여나가면서 낯선 곳으로의 탈주를 시도하는 유목적 지식인이다.

<언어를 디자인하라>, 유영만, 박용후


한 분야의 전문성은 다른 분야의 전문성과 어떤 방식으로 관계 맺느냐에 따라 의미와 가치가 확연하게 달라진다고 한다. 호오. 내가 가진 전문성 하나하나는 티끌만할지라도, 어떻게 믹싱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유니크해질 수 있다니. 뭔가 게임에서 확률 아이템 조합하는 것 같고 막 떨리지 않는가? 걱정 마시라, 꽝은 없다.




3. 창의성과 다재다능성은 서로를 촉진한다, <폴리매쓰>



<폴리매스>의 주제는 단 하나다. 본인이 다방면에 소질과 흥미를 지닌 사람이라면, 반드시 *폴리매스가 되어야 한다는 것. 스스로의 잠재 가능성을 마음껏 실현하는 상태, 최적의 자아를 활성화하며 사는 것이 (폴리매스에겐) 최고의 행복이라고 한다. 완벽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 안에 주어진 모든 가능성을 확인하고 실현하는 삶.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폴리매스 : 단순히 지식을 많이 아는 수준을 넘어,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다양한 영역에서 출중한 재능을 발휘하며 방대하고 종합적인 사고와 방법론을 지닌 사람.
좋은 삶이란 자신의 가능성들을 하나하나 실현하며 자기를 확장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수반한다. 여기에는 반드시 용기가 필요하다. 온전히 자기 힘으로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 많은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쌓으며 자신의 레퍼토리를 늘릴수록 더 많은 관점에서 사물과 현상을 파악해 이를 종합하고, 훨씬 포괄적이고 풍부하게 세상을 보는 관점을 (알아내거나) 형성할 수 있다. 여러 관점을 통합해 인식론적 통일성을 획득해야 훨씬 높은 수준의 객관성을 확보하게 된다.

<폴리매스>, 와키스 아메드


나는 어렸을 때부터 창의적인 일, 창조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 손으로 조물조물 만들어내는 것들이나, 스토리를 읽어내고 또 만들어내는 일을 즐겼다. 그 관심사가 독서와 글쓰기였다가, 요리였다가, 서비스 디자인이었다가, 마케팅과 카피라이팅이었다가, 커뮤니티 비즈니스였다가, 캘리그래피였다가, 도예 수업이었다가, 마구 널뛰기를 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꿈틀꿈틀한다.


그리고 그렇게 널뛰기하는 관심사는 실제로 업무에 도움이 된다. 회사에서 나는 점점 더 새로운 역할을 많이 맡고 있다. 어느 날은 사업 기획자였다가, 또 다음엔 홍보 담당자였다가, 마케터였다가, 언제는 프로덕트 매니저였다가, 다시 어드바이저였다가 등등. 새로운 분야가 부담스럽지 않고 꽤나 즐겁다. 업무적으로 배경 지식은 없지만 그래도 곧잘 역할을 소화해내고 있다. 아무래도 다양한 관심 분야들의 교차점에서 길러온 ‘감각’ 덕분이 아닐지.

 

 창조성이 뛰어난 사람들에게 직업의 경계가 무의미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 이들은 언제든 또 다른 분야로 넘어갈 수 있는 사람들이므로 과학자, 예술가, 음악가 중 어느 하나로 규정할 수 없다. 이들은 창작자이다.




최근에는 새로운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걸 인정받아(?) 팀원들과 함께 대학교 강연에 다녀왔다. (모교에서는 언제 불러줄까..?) 무대 위에서는 너무 절었지만 그래도 뿌듯했던 순간.


예전에는 내가 알고 있는 걸 나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시무룩했다. (마치 내가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나보다 부자인 사람은 언제나 존재하는 것처럼) 그러나 그 누구도 내가 아는 걸 내가 아는 방식대로 알지는 못한다. 다시 말하면, 나만큼 아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나처럼 아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다.


나의 다양한 관심사와 경험치의 조합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인사이트가 될 수도 있겠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앞으로도 계속 여러 분야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유목민처럼 살아가야지. 런던으로 멋진 도전을 떠난 한 친구의 말처럼, 이야기를 가지고, 끊임없이 배우면서.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자들은 어느 분야에서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할 수 있다." - 에드워드 드 보노


(202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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