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정 작가님 <커넥팅> 출간 기념 북토크 후기 @최인아책방
최근 우연한 기회로 신수정 KT 부사장님의 북토크에 참석하게 되었다. (좋은 기회를 주신 주호님, 정하님 모두 감사합니다)
참고로 신수정 님은 <일의 격>, <통찰의 시간>, <거인의 리더십> 등 커리어 분야의 베스트셀러 작가다. 나는 페이스북으로 그의 글을 처음 접했는데, 아래의 '성약설'에 관한 일화는 너무 좋아서 필사까지 했을 정도다. 꼭 읽어보시길.
이번 북토크는 신간 <커넥팅> 출간 기념 행사였다. (신간이 나왔단 사실을 강연장에 도착하고서야 알았다) 그의 책을 모두 읽어본, 나름 팬이라면 팬인데 신간 소식을 모르고 있었다니. 반성합니다. 그 많은 사람들 중 나 혼자만 책이 없었다. (끝나고 샀다)
강연은 역시 책 주제에 맞게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런 질문으로 시작했다.
"어떻게 성장하고 가치를 만들어 100세 시대 커리어를 만들 수 있나?"
시간이 없는 분들을 위해 결론부터 간다.
신수정 작가님은 일곱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1. 자신의 목적과 원함을 분명히 한다.
커리어란 자신만의 목적 또는 미션을 향한 여정이다. 그래서, 이루고자 하는 나의 미션이 뭐냐?
2. 나만의 Unique한 영역을 만든다.
숙련가가 아닌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복잡한 일을 심플하게 해내야 한다. 새로운 관점으로 문제를 푸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는 어떤 분야에서 unique 한가?
3. Core한 부분을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연결한다.
한 분야에서 1%가 되기란 어렵다. 하지만 세네 가지 분야에서 20~50%에 들기는 비교적 쉽다.
나는 어떤 분야에 Core을 두고 있는가? 나의 목표는 무엇인가?
4. 회사에 있어도 자신이 사업가라고 여긴다.
어차피 창업하면 마주하게 될 어려운 일들, 수업료 내지 말고 월급 받으면서 경험하는 게 이득이다. 잘 풀리면 사업가가 되고, 안 풀려도 회사 내에서 우수 사원이 된다. 왜? 남들 안 하는 어려운 일들만 시도하고 해내니까.
5. 기반 역량을 쌓는다.
전문성과 역량은 다르다. 전문성은 국/영/수를 잘하는 것이라면, 역량은 공부 잘하는 방법을 아는 것과 같다. 이런 것들은 꼭 필요한 역량이다. 문제해결능력, 글쓰기, 발표하기, 정리하기, ChatGPT 활용하기 등.
6. 조직 외 weak tie를 만든다.
대부분의 커다란 기회는, 가까운 사람이 아닌 애매하게 먼 사람에게서 온다. 친한 사람일수록 관계 속에서 통찰력이 안 생긴다. 먼 사람들일수록 적당한 긴장감 속에서 인사이트가 생긴다.
7. 경제적, 신체적으로 단단하게 준비한다.
Cash flow를 구축하는 것, 단단한 신체와 마음가짐을 갖는 것 모두 중요하다.
핵심은 '참여형 강연'이라는 데에 있었다. 단순히 일방향으로 성공 커리어 비법을 강의하는 게 아니라, 참석한 모두가 각자 본인의 목표와 미션을 적고 이야기해보는 시간이었다. 생판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발표라니, 휴. 아찔하기도 해라.
짧은 시간동안 각자 아래 문장을 만들어보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나는 ( A )를 통해, 결국 ( B )를 한다.
커리어 목표(A)를 떠올려보고
최종적으로 그래서 도달하고자 하는 곳, 인생의 미션(B)을 적어보라는 것.
커리어 목표를 정하기 위해서는 이런 가이드 질문을 해 보면 좋다고 하셨다.
"내가 빠른 시일 내에 책을 쓴다면, 어떤 주제로 책을 쓰고 싶은가요?"
인생의 미션을 떠올릴 때는 이런 가이드 질문을 해 보면 좋다고 하셨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한번 생각해보시길.
" 커리어가 끝났을 때,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요?"
인생의 목표가 흐릿해지고, 나의 미션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던 요즘, 아주 시의적절한 화두였다. 문제는 도저히 제한 시간 안에 쉽게 답할 수가 없었다는 것. 나는 한의사 면허를 뒤로하고 왜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지? 여기서의 목표가 뭐지? 업계를 바꾸고 싶나? 아니면 나중에 창업을 하고 싶나? 그래서, 그걸 통해서 결국 내가 하고 싶은게 뭘까? 건물주? 건물주가 되고 시간적/경제적 자유가 생기면? 그 때는 뭘 하게 될까? 이렇게 물음표가 이어지고 이어지다 적당히 생각나는 대로 적었는데, 작가님께서 나를 콕 찝어 질문을 주셨다. 발표하는 내내 얼굴이 화끈거려 혼났다. 내가 만든 문장에 대해서는.. 부끄러우니까 생략하기로 하자.
참고로, 신수정 작가님은 이렇게 쓰셨다.
나는 ( 일과 경영의 탁월함을 가지고 그 통찰을 나눔 ) 을 통해
( 사람들을 성장시키고 / 사람들을 연결시켜서 /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력 ) 을 끼친다.
마지막으로 작가님은 본인의 전화번호를 공개하면서, 강연에 참석한 모두에게 본인에게 문자로 각자의 한 문장을 보내라고 하셨다. 고객 중심 경영강연이란 이런 것인가. 청중을 위해 개인정보를 스스럼없이 내어줄 수 있는 것. 한번 내뱉은 문장은 선언적인 효과가 있어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하시면서 말이다. 나 역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작가님께 문자를 보냈고, 강연을 다 마치고 답장을 받았다. (오.. 원래 답장을 다 주시는 건가요?)
작가님이 강연과 책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분명했다. 'Career Path가 아닌 Career Portfolio의 시대가 왔다' 는 거다. 과거엔 커리어에서 단계를 밟아나가는 직선적인 길(path)이 있었다면, 이젠 병렬적으로 여러 가지의 다양한 경험을 모아서 커리어를 구상하는(portfolio)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그래, 내가 원하던 시대다! 비교적 path가 아닌 portfolio스러운 삶을 추구해온 나는 강연 내내 기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세간의 커리어 패스path를 따르지 않으면 귀찮은 일이 꽤 많다. 예컨대 나를 소개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진다. 스타트업에 다닌다고 하면, "네가 거기서 뭐하는데?" 라는 반응이 99%다. 그럼 나는 혓바닥이 길어진다. 회사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고, 나는 거기서 콘텐츠 사업부를 맡고 있고.. 대표도 한의사고.. (그럼 개원은 안 해?) 아 뭐.. 언젠간 해야지.. 하하. 항상 이런 식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새로 누군가를 만나면 구구절절한 설명 대신 그냥 '의료 컨설팅 회사'에 다닌다고 한다. ('컨설팅'은 정말 마법의 단어다)
우리 엄마도 친구분들께 아들을 소개할 때 '곧 개원 예정인 페이닥터'라고 하신다는 걸 알게 된 건 얼마 안 된 일이다. 나는 개원 예정도 없고, 페이닥터도 아닌데. 그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여자친구가 본인의 어머님께 나의 존재에 대해 조심스럽게 설명했는데, "회사를 다닌다고..? 그래서 한의사는 맞는 거니?" 라는 역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 마패를 보여주듯 한 단어로 직업을 설명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큰 특권인가. 가운을 벗고나서야 알았다.
적정한 타이밍에 고속 열차를 타는 것은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여기에서 조심할 것이 있다. 하나는 고속 열차가 얼마나 지속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고속 열차를 타고 있다는 것이 당신 자신이 빨리 달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고속 열차를 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빨리 달리고 있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그저 그 열차 안에 붙어 있는 경우도 많다.
<커넥팅> 中
나는 운이 좋게도, 전문직이라는 고속 열차에 빨리 탑승했다. (요즘 속도가 가파르게 느려지고 있지만) 덕분에 빠르게 달리는 감각이 무엇인지 이른 타이밍부터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열차에서 과감히 내렸다. 나는 내 다리로 달렸을 때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을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가 궁금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막상 내려보니까 내가 타고 있던 기차가 꽤 빠른 기차였잖아? 하는 생각도 들지만, 언젠가 다리에 쥐가 나서 기차를 다시 잡아 탈지도 모르지만, 우선은 낑낑대며 열심히 달리고 있다. 그래서 나는 초고속열차에 탄 사람들이 별로 부럽지 않다. 오히려 과하게 열차와 본인을 동일시하는 이들을 보면 약간 측은한 마음이 든다. 기차가 아무리 빠르면 어쩔건가. 세상이 훨씬 빠르게 변하는데.
그래서 강연 내내 '잘 하고 있다, 잘 살고 있다'고 위로를 받은 느낌이었다. 수많은 갈림길에서 적극적으로 도전했던 경험―주변의 반대와 의심을 무릅쓰고―에 대해 약간의 자부심까지 느꼈달까. 제 career portfolio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아래 글 참고.
다음 주에는 모교 고등학교로 멘토링을 간다. 직업 선택에 대한 갈림길에 있는 고2 후배들을 만나는 자리. 처음엔 무슨 이야기를 해줘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신수정 작가님의 강연을 듣고 또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path를 따르지 않고 portfolio를 쌓는 내 이야기를 해야지. 만약 나같이 특이한(?) 인간이 또 있다면 약간은 도움이 되기도 할 것이다.
생각해보면 신기하다. 요새 목표의식이 흐트러진 걸 어떻게 알고, 삶이 내게 이런 저런 기회를 주는 것만 같다. 참 감사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강연을 수동적으로 듣고만 가면 남는 것이 없다며, 모두에게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귀중한 화두를 던져주신 신수정 작가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는 계획보다 실험이, 지도보다 나침반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이 당신의 커리어 설계와 커리어 여정의 첫걸음을 인도해줄 것이다.
<커넥팅> 中
(2024.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