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책을 어떻게 고르세요?”
이 질문을 받는 경우가 참 많다. 꽤 오래전부터 받아온 질문이기에 내게 대단한 비법은 없으나, 한번은 정리해서 답할 필요가 있기에 몇 가지 적어본다.
첫째, 목차를 꼼꼼히 살핀다.
요즘 온라인 서점은 목차를 상세히 공개하고 있다. 목차를 찬찬히 보면, 저자가 하려는 이야기 흐름이 대략 읽힌다. 그 흐름이 마음에 들어서 구매한 책이라면 대부분 만족한다.
반면 목차 구성이 매우 엉성한 책, 목차만 봐도 앞뒤 내용이 중복되거나 연결이 안 되는 책인 경우에는 읽어서 만족한 경우가 드물다. 나는 책을 쓸 때 목차 구성에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목차가 엉성하면서, 본문 내용이 좋기는 어렵다.
둘째, 그 작가가 기존에 쓴 책들을 훑어본다.
온라인 서점에서 작가 이름을 클릭하면, 그 작가의 기존 책들을 볼 수 있다. 기존 책들의 주제, 목차를 쭉 살펴본다. 책들 간에 흐름, 연결이 보이면 좋은 징조이다. 온갖 유행하는 분야마다 책을 내온 작가라면 조심한다.
셋째, 핸드북 종류는 가급적 피한다.
핸드북은 한두 명의 에디터와 여러 명의 저자가 함께 쓴 책이다. 국내보다는 해외 서적 중에 많은 편이며, 최신 분야를 다루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최신 분야 내용을 여러 저자의 시각으로 보기 위해 핸드북을 꽤 읽었으나, 요즘에는 거의 고르지 않는다. 이유는 이렇다.
내가 직접 핸드북 작업에 참여해보니, 저술에 참여하는 저자의 역량이 제각각이며, 내용도 서로 연결이나 정리가 안 된 경우가 많고, 챕터 간 중복도 많다. 에디터가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여담으로, 해외 유명 출판사들도 핸드북 출판을 장려한다. 단기간에 만들 수 있고, 에디터에게 떠넘기면 저자들도 알아서 구해주며, 일정 규모의 시장은 유지되기 때문이다.
핸드북 대신에 직접 논문을 검색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적어도 내가 찾는 분야의 논문들은 인터넷만으로 99%는 접근이 된다. 개별 논문을 직접 찾고, 초록과 목차를 살펴보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이 방법이 더 효율적이다. 예를 들어, A를 테마로 한 연구들이 보고 싶다면, 핸드북을 찾지 않고, 서너 시간 정도 논문 검색을 한다. 그러면 적어도 10개 이상의 논문은 건진다. 그렇게 찾은 논문들을 나만의 순서대로 읽어간다.
넷째, 서평 중 긍정적 평가를 본다.
무조건 좋다. 다 좋다. 이런 평가는 별 의미가 없다. “A가 있어서 좋았다.” “B를 다룬 부분이 좋았다.” “기존 책들과 C가 다르다.” 이렇게 이유가 달린 긍정적 평가를 모아서 생각하면 그 책에는 적어도 A, B, C가 있다. A, B, C가 끌린다면 읽어볼 만하다.
다섯째, 서평 중 부정적 평가는 신중하게 생각한다.
예전에는 부정적 평가가 달린 책들을 피했으나, 어느 순간부터 그런 평가를 안 믿는 편이다. “그 책은 현상만 다룰 뿐 저자의 견해가 없어서 아쉽다.” “그 책은 저자의 생각만 많고 현상 설명이 부족하다.” 하나의 책에 이런 상반되는 평가가 붙는 경우가 흔하다. “잘못된 정보가 많다.” 그런데 무엇이 잘못된 정보인지, 서평에 설명이 없다. “최신 현황을 안 다루고 있다. 나는 A를 기대했다.” 2021년 1월에 나온 책에 대해 2021년 8월에 달린 서평인데, A는 2021년 3월에 나온 상황이었다. “내가 기대했던 내용이 아니다.” 그런데 본인이 어떤 배경을 가졌으며, 무엇을 기대했는지 설명이 없다.
책을 제대로 읽지 않은 상황, 책을 읽었으나 리뷰어의 배경지식이나 사고력이 책을 온전히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 등이라 짐작한다. 부정적 평가는 대중의 시선을 끌기 쉽다. 그러나 거기까지인 경우가 많다.
여섯째, 추천사를 본다.
유명인의 추천이라고 덥석 선택하지는 않는다. 억지로 붙는 추천사도 적잖기 때문이다. 내가 충분히 신뢰하는 이가 직접 쓴 글로 보이는 추천사만 신뢰한다. 그런 추천사가 붙은 책은 최소한 중간 이상은 간다.
첨언하자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온 책이라고 해서 무작정 읽지는 않는다. 이유는? 중고등 학생 참고서는 판매량이 늘 높으나, 내가 입시를 앞둔 수험생은 아니기에 그 책은 내게 무의미하다. 비슷한 논리로 다른 책들도 바라봐야 한다.
내가 직접 운전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주로 오디오북을 듣는 편이다. 차 안에서 눈을 감고 듣거나, 차창 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듣는다. 전자의 경우에는 책 내용에 몰입하기 좋고, 후자의 경우에는 주의가 좀 분산되지만 그런 분산이 때로는 책에 담긴 내용을 더 다면적으로 해석하게 이끌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