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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균 Nov 23. 2020

2025년, 한국 대학의 미래를 그려본다.

나는 대학 행정에 정통한 이는 아니다. 그러나 대학에서 지낸 14년 동안 여러 대학에 교수법 강연을 나서고, 몇몇 대학의 교육 프로그램 개선을 위한 자문을 하면서, 앞으로 5년 이내에 우리 대학사회에 큰 변화가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크게 6개의 항목으로 간략하고 거칠게 정리해본다.


1. 대학의 수가 줄어든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대학 입학 가능 인구수가 2019년 52만 6천 명에서 2025년에는 37만 6천 명까지 감소한다. 신입생 수가 30% 가까이 감소한다고 해서 전체 대학 중 30%가 문을 닫지는 않는다. 전국 대학의 재학생 수가 전체적으로 감소할 것이며, 정부의 평가와 시장 경쟁 논리에 따라 감소세가 극심한 일부 대학은 문을 닫으리라 예상한다.

2020년 기준으로 국내에는 총 339개 대학이 있다. 이 중 30%가 사라진다면 100개 정도의 대학이 문을 닫겠으나, 실제로는 10~20개 정도의 대학이 사라지고, 폐교를 피했으나 극심한 재정난에 빠지는 대학들이 있을 것이며, 일부 대학은 다른 방법으로 자생하리라 본다.


2. 마이크로 과정이 증가한다.

교육부에서 인증한 학부, 석사, 박사가 아닌 특정 분야에 대한 단기 과정이 증가하리라 본다. 예를 들어 ‘빅데이터를 활용한 요식업 위치 선정 과정’에서는 빅데이터 분석 기법, 요식업의 특성, 도시공학 등의 관련 과목을 3~4개 정도 짧게 엮어서 배우고, 학장이나 총장 명의로 인증서를 줄 수 있다.

현재도 대부분 대학에는 평생교육원이 있으나, 주로 소소한 취미를 다루고 있다. 앞으로는 취미를 넘어서 실용성이 높은 실무 기법을 교육하는 마이크로 과정이 확대될 것이다.


3. 중소기업의 HRD 아웃소싱 파트너 역할을 한다.

여러 기업과 일하다 보면, HRD 기능을 제대로 갖춘 중소기업들이 드물다. 그러나 그들도 HRD의 필요성은 절감한다. 대학이 아니더라도 HRD 프로그램을 부분적으로 제공해주는 사교육업체들이 적잖으나, 깊이와 넓이 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대학들이 이 분야에 더 깊게 진입하리라 본다. 고객관리를 직접 담당하기 어려운 대학은 기업들을 상대하는 사교육업체와 연합할 것이다.


4. 동영상만 틀어주는 LMS는 끝이다.

작년과 올해, LMS를 손보는 대학들이 많았다. 특히 올해에는 서버 용량, 대역폭, 안정성에 관한 투자가 많았다. 이러한 투자는 실시간 상호작용형 수업, 학습자를 위한 마이크로 피드백, 학습 데이터에 관한 세밀한 분석 기능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향후 5년 이내에 대학의 LMS는 현재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탈바꿈하리라 본다. 코로나 종식 시기와 무관하게 LMS는 대학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는다.


5. 기업에서 주는 학위와 경쟁한다.

글로벌 기업들 중에는 자체적으로 명예 학위를 주거나 기술 인증을 해주는 경우가 있다. 만약에 당신이 AI를 활용하여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진로코칭을 해주는 플랫폼을 개발한다고 가정하자. 당신은 구글에서 AI관련 인증을 받은 전문가(학부 졸업 후 산업체 경력 7년)와 국내 10위권 대학에서 AI관련 박사학위(학부 졸업 후 대학원 재학 기간 7년)를 받은 사람 중 누구를 더 선호하겠는가? 순수 연구직을 뽑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런 고민은 앞으로 더욱더 심화하리라 본다.


6. 학부에도 파트타임 학생이 증가한다.

학부에는 기본적으로 풀타임, 파트타임 개념이 없다. 다만, 학부생이 별도의 직장을 다니면서 학부 과정을 이수한다고 가정하는 대학들이 현재는 극소수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가정을 바꿔야 한다. 몇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부모들이 자녀의 대학 이수 과정을 충분히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이 더욱더 심화되고 있다. 둘째,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대학에 입학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하다가 대학에 진학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셋째, 진로 개척을 위해 대학 재학 과정 중에 다른 일을 찾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대학은 대면 교육, 월~금 낮 시간대 위주의 빡빡한 커리큘럼 편성이 괜찮을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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