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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디 Jan 03. 2023

한식 맛집 인디아

당신의 환상과 편견을 깨줄, 101일간의 좌충우돌 인도 네팔 배낭 여행기


4년 전 동남아 일주를 했을 때였다.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 프랑스 친구들을 사귀어 프랑스 식당에서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식당가가 있는 거리에는 줄지어 프랑스 식당, 그 옆에는 이탈리아 식당 이런 식으로 유럽 식당들이 즐비해 있었다.



친구들 따라 들어간 프랑스 식당에는 온통 불어로 이야기하는 프랑스인들뿐이었다. 한마디로 루앙프라방의 작은 프랑스 천국인 셈. 나는 거기서 난생처음 불어가 가득한 곳에서 흰 접시에 쥐방울 크기의 고기가 나오는 낯선 프랑스 음식을 먹으며 눈물을 삼켰다. 프랑스인이 아닌 사람은 나뿐인 것 같았다. 난 분명 라오스에 와 있는데.



그때 와인을 마시며 너무나도 즐거워하는 프랑스인들을 보며 나는 이런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아 선진국은 이런 거구나, 타지에 나와서도 자기 나라의 문화를 향유할 수 있구나 하면서 약간 서글펐다. (지금 보면 요리가 유명한 나라들의 레스토랑일 뿐인데 외로움이 증폭해 열등감을 느낀 것 같다)



그. 런. 데 인도에 오니 내가 그 프랑스인이 된 기분이었다. 한국인이라고 하면 여기저기 대우를 해주기 일쑤였다. 인도의 유명 관광지마다 한식당을 물론이요, 한국인이 많이 가는 식당, 한국인이 많이 가는 숙소, 한국인이 많이 하는 투어가 있었다. 정말 서프라이즈였다.



나는 사실 원래 해외여행을 가면 무조건 현지 친화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한국인이 많이 있다고 하면 그 여행지의 매력이 반감됐고 되도록 한국인 하고는 어울리지 않고 현지인하고 어울리고 현지인 친구를 만들려고 애썼다. 한식을 먹지 않는 것도 당연지사. 무조건 현지에서 현지 음식을 경험해야 했다. 한식은 한국에서 실컷 먹을 수 있는 걸?



하지만 인도에 오니 이런 내가 180도 달라졌다. 일단 동행이 절실한 나는 한국인을 찾기 시작했고 이렇다 보니 거의 101일 내내 루다를 만난 것을 제외하고는 한국인들하고만 다니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한식당에서 한국인들과 한식을 먹는 일이 여행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또 다른 한국인들을 만나고...



인도라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이전 여행에 비해 온전히 그 나라를 느낄 수 없었고 여행의 감흥은 급속도로 떨어져 갔다. 하지만 장점은 명확했다. 입이 짧고 체력이 약한 내가 한식을 먹음으로써 조금 더 여행을 힘내서 할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어렸을 때 코피를 자주 흘렸는데 성인이 되고 나서는 코피를 흘리는 일이 거의 없었지만 여행에 가서 잘 먹지 못하고 잘 자지 못하자 종종 코피를 흘리곤 했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3개월 넘는 여행 기간 동안 중간에 딱 한 지역에서만 코피를 흘렸다. (안 흘린 것은 아닌...)



그리고 또 하나의 장점은 매번 새로운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한국에서는 그럴 기회가 거의 없으니까. 아무튼 이러한 이유 때문에 나는 인도에 있는 수많은 한식당들을 긍정하게 되었는데, 그중에 내가 맛있게 먹었던 몇 곳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1. 모한이네 식당 (조드푸르)

모든 음식이 AAA

조드푸르에서 모한이를 모르면 간첩

한국 사람들에겐 조드푸르=모한이다


그는 한국음식을 흉내 내지 않는다.

진짜 한국 음식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심지어 겸손하고 어리다. 그의 나이를 아는 순간

놀라고 마는데 이제 그도 나이를 먹었겠구나.


뭇 소문에 의하면 조드푸르 내 모한이를

모시려는 식당들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모한이가 작년에 있던 곳과 올해 있는 곳이 다르다.





2. 소니네 닭볶음탕 (우다이푸르)

사람들이 인도인의 신혼 여행지로

유명한 우다이푸르에 가면

소니네 닭볶음탕을 꼭 먹으라고 했다.

어마 어마하게 맛있다고.


호들갑 떠는 것이니 했다.


소니는 밥솥 같은 곳에 닭볶음탕을 만들어준다.

말이 필요 없다. 엄마가 해준 것만큼 맛있다.

식욕을 부르는 맛이다. 인도에서 어떻게 이렇게

한국의 닭볶음탕 양념 맛을 낼까.


신통방통한 일이다.







3. 잡채밥, 육개장 (우다이푸르)

아침잠이 많은 내가 이곳 음식이 먹고 싶어

자다가 눈이 번쩍 뜨였다.

자꾸 생각이 나고 침이 고인다.

무엇보다 이걸 쓰고 있는 지금도 침이 고인다.


한식을 흉내 내는 게 아니라 그냥 한식이다.

매콤한 잡채밥에 말간한 계란국이 서브로 나오고

사이드 반찬의 조합도 말도 못 하게 훌륭하다.


모한이가 인도의 백종원이라면

여기는 조용한 은둔의 고수 같은 느낌.

모든 음식이 맛있다.

하루 두 끼 이곳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지역을 이동해야 할 때

여기서 밥을 못 먹게 되는 게 가장 슬펐다.






이 외에도 바라나시 멍카페 수제비

와우카페의 제육볶음,

가지 게스트하우스의 닭개장 등이 있다.

한식 맛집은 인도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아 한식은 네팔에서도 예외가 아닌데





1. 제로갤러리 카페의 냉모밀

포카라의 무더위에 지칠 때마다

무언가에 홀려 이끌리듯이 먹은 이곳의 냉모밀.


이 메뉴는 당시 메뉴판에도 없는

아는 사람들만 아는 메뉴였는데.

차가운 냉모밀, 알싸한 간 무,

그곳에서 담근 아삭아삭한 깍두기의 조화

무슨 말이 필요하랴.


느지막이 일어나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도착하면

나른한 풍경에 잠겨 시원한 냉모밀 한 사발.


포카라에서의 낙이었다.





2. 소비따네 꽁치 김치찌개

허름한 간판과 가게의 식탁 몇 개 둔 이 식당은

그냥 김치찌개가 아닌 무려 꽁치 김치찌개로

한국인들에게 유명하다.


한국에서도 정말 좋아하는 꽁치 김치찌개.

나는 이 허름한 식당의 외관을 보고

맛을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꽁치 김치찌개는

정말 트레커들을 울리는 맛이었으니


밥 두 공기가 들어간다.








일어나자마자 입맛이 없는 아침

가벼운 음식을 먹고 싶을 땐 냉모밀

슬렁슬렁 움직인 다음 출출해지면

든든한 음식을 먹고 싶을 땐 꽁김



인도와 네팔에서의 기억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한식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난 내가 한식을 많이 좋아했다는 사실을

이곳에서 깨닫고 간다.



앞으로 다음 긴 배낭여행에서도

한식을 열심히 찾아먹을 예정이다.

나의 에너지원. 아이 러브 코리안 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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