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환상과 편견을 깨어줄, 101일간의 좌충우돌 인도 네팔 여행기
한식은 안나푸르나를 오를 때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트레킹에서 우리나라 ‘신라면’은 완등을 위한 일등공신이다.
여행 중간중간 신라면을 먹었지만
고된 등산 후 산 위에서 먹는 맛은 차원이 달랐다.
히말라야 등산은 정말 힘들었다.
평소 등산을 즐겨하진 않지만
가끔 지인을 따라 산을 가면
곧잘 한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사실 떠나기 전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지리산 등반이 더 힘들다고 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눈앞에 돌계단 수천 개가 펼쳐져 있었다.
돌계단은 끝도 없었고
내가 산을 오르는 건지 돌계단을 오르러 간 건지
분간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맨 몸이었다면 그래도 오를만했을 텐데
6kg 정도 되는 배낭을 메고 오르려니 죽을 맛이었다.
기초 체력도 없는 상태에
여행을 떠나기 전 침대에서 뒹굴거리는
일상을 주로 보내고 있었다.
뒹굴거리면서 생각은 했다.
나 이렇게 운동도 안 하고
안나푸르나 갈 수 있는 건가?
결론은 ‘오를 수 있다’였다.
불가능하진 않지만 정말 힘들다.
그때마다 내게 힘에 되어준 건
바로 꼬들꼬들한 면발에
얼큰한 국물 한 사발의 신라면.
낯설고 척박한 환경에서
익숙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스팀 라이스까지 세트로 파는 건
무슨 감동적인 경우인지.
한국에서 평소에 먹어도 맛있는데
고된 등산 끝에 먹는 그 맛은 천상에 가까웠다.
안나푸르나에 올라가려면
사계절 복장을 준비해야 하는데
산 위로 올라갈수록 기온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반팔을 입고 올라갔다가 털모자를 쓰고 내려온
우리의 목적지인 안나푸르나 ABC 직전에 있는
MBC에서 기념비적으로 신라면을 주문하기로 했다.
추위에 떨며 먹는 뜨겁고 얼큰한 신라면.
라면 하나에 이렇게 감격할 수 있을까?
라면은 절대 가벼운 음식이 아니다.
위대한 요리다.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최애 라면은
단연 신라면이 되었다)
설산을 배경으로 먹는 신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