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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디 Sep 29. 2022

인도의 맛

101일간의 좌충우도 인도, 네팔 여행기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삼십년간 식민통치를 받은 것처럼 인도도 영국에 의해 식민지배를 받았다. 그것도 무려 백 년이나. 30년이라는 시간에도 크고 작은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백여 년간 영국에 의해 식민 지배를 받은 인도는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았을까?



영어가 공용어인 것만 해도 알 수 있다. 인도는 힌디어를 포함해 지역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 땅 덩어리가 넓은 인도는 우리나라와 달리 서로의 언어를 배우지 않으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를 하나로 묶어주는 것이 바로 아이러니하게 제국주의의 언어인 영어다.



인도를 처음 방문할 때 인도 국영기 '에어인디아'에 탑승했다. 사리를 입은 승무원들이 굉장히 인상적이라 나도 모르게 그들을 유심히 관찰했는데, 승무원끼리 주고 받는 대화에서 힌디어가 아닌 영어가 들렸다. 처음에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인도의 공용어는 당연히 힌디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도 사람 모두가 힌디어를 할 줄 안다고 생각했던 나는 힌디어를 놔두고 왜 제국주의의 언어인 영어를 쓰는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알고보니 힌디어를 북인도 일부 지역에서만 사용하는 언어였다.



문화적으로 민족적으로 말살정책을 펼쳤던 일본과 달리 영국은 인도의 경제적 수탈에 집중해 우리나라와 상황이 완전히 같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그러나 긴 식민지배의 시간이 우습게도 인도는 그들만의 나라 색이 굉장히 진한 나라라는 건 분명하다.






인도는 ‘인크레더블 인디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신 없이 경적이 울려대는 릭샤로 가득찬 거리, 그 속에 유유히 자기 갈길 가는 흰 소들. 24시간 열차 지연에도 아무 불평 없이 기다리는 인도인들. 인도를 아예 안 간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고 말할 정도로 독보적인 문화가 있는 곳.



인도의 거리를 걷다보면 인도 여자들은 여전히 인도 전통 복장 사리를 두르고 있고 힌두교 문화는 그들의 정신, 생활, 계급주의 위계 질서까지 뼛속까지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인도인들은 커리를 먹을  도구를 이용하지 않고 여전히 손을 이용해 조물조물 커리를 밥에 묻혀가며 먹는다. 나도 그들을 따라해보려고  차례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들의 강한 종교와 문화색은 성장과 발전에 저해되는 요인도 분명히 있다. 가령 여성 인권이 낮은 점이나 여전히 카스트제도로 사람을 차별하고 결혼을 반대하는 이유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것만을 제외한다면 인도의 문화는 정말로 매력적이다. 그래서인지 이들 안에만 고여 있지 않고 세계로 퍼져나간다. 커리는 일본을 통해 카레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도 친숙한 음식이 되었고, 명상과 호흡, 스트레칭이 결합된 복합적인 심신 수행법인 요가는  세계적으로 열풍이다. 헤나와 뱅글 팔찌, 귀걸이  인도만의 화려한 장신구도 한때 우리나라에 유행한 적이 있었다.  세계 어디를 가도 이만한 색을 가진 나라가 없다.



인도 극장에서 영화 관람을 한 날이 있었다. 숨죽여 울고 웃는 관객이 아닌 등장인물들이 키스를 하면 스크린 앞에서 환호 갈채와 야유를 보내고 영화 속 주인공들과 같이 춤을 춘다. 수동적인 관람이 아닌 적극적인 자세의 관극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걸 보는 내가 다 신이 나 엉덩이가 들썩였다. 정말 영화를 ‘재밌게’ 본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도 저런 문화가 있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커리와 요가의 인기라면 인도식 영화 발리우드와 함께 인도의 관람 문화도 수입되어 우리나라도 언젠가 영화 속 주인공들과 함께 어깨를 흔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강하고 뚜렷한 인도의 색. 매운 맛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까. 그들만의 강한 색채는 때로 독이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전 세계의 여행자들을 홀리고 있다. 당신도 나처럼 인도의 매력에 유혹당하는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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