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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신 Mar 25. 2016

동성애와 관련한 교회의 거짓말

교회 발 카톡 괴담의 실체

<슬로우뉴스>에서 ‘어느 기독교 단체의 동성애 반대: 엉터리 근거는 엉터리 주장을 낳는다’ 란 기사를 냈다. 성소수자들의 삶을 조명한 PD수첩의 보도를 소개하며, 기독교계 언론이 PD수첩을 공격한 것과 ‘차세대 바로 세우기 학부모연합’이 유럽 인권재판소 결정과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해석한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 기사는 주로 동성애 이슈와 관련하여 생산·유포되는 교회 발 유언비어들의 엉터리 근거와 주장들을 비판했다.


교회 발 카톡 괴담이라 불리는 정보들은 SNS와 카카오톡을 타고 정기적으로 대량 유포된다. 폭발 사고로 숨진 이들의 사진은 기독교인들을 화형 시킨 박해 장면으로 오도되고, 반정부 운동을 하다 처형된 이의 사진은 기독교 순교자의 마지막 모습으로 둔갑되었다.


교회 발 카톡 괴담들은 동성애 관련한 사회적 이슈들이 쟁점화될 때도, 비슷한 방식으로 생산되고 유포된다. 차별금지법 통과 저지를 비롯해 국가 인권위원회법 개정이나,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을 해선 안 된다고 명시한 도덕 교과서 수정 요구, 그리고 얼마 전 서울시민인권헌장에 이르기까지 사실을 왜곡하거나 거짓 정보들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생산·유통된다. <슬로우뉴스>가 다룬 내용은 이런 유언비어의 일부에 불과하다.


영국에서 전도 활동을 하다 체포된 토니 미아노 목사의 사례는 “동성애가 합법화되면 설교하다가 잡혀간다”는 프로파간다로 활용되곤 했다. 그는 길거리에서 동성애 혐오 설교를 하다 경찰에 체포되었다. “목사가 설교하다 잡혀갔다,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기독교는 박해받는다”는 단순한 레토릭은, 공포심과 위기감을 조장하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토니 미아노 목사가 체포된 명확한 이유는 교묘히 은폐했다.


그는 공공장소에서 혐오 발언을 해서 체포된 것이다. 이 사건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요소는 ‘공간’이다. 어디에서 어떤 설교를 했느냐가 중요하다. 교회 내에서 동성애자들을 저주하는 설교를 했다고 해서 처벌받은 경우는 없다. 문제가 된 건 공공 영역에서 특정한 그룹의 시민들을 향한 혐오 발언들이다.


미국 아이다호에서 동성 커플의 결혼 주례를 거부했다 법적 소송까지 간 냅 목사의 사건은 또 다른 공포 조장 도구로 지금도 종종 거론된다. 크리스천들은 넵 부부가 180일 투옥되고, 1000달러의 벌금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며 위기를 조장했지만, 이 주장에 냅 부부(Donald and Evelyn Knapp)가 운영하던 채플이 영리 단체였다는 사실은 누락했다. 1989년에 문을 연, 이들의 채플은 3만 5000건의 결혼식을 집도한 영리 단체였다. (관련기사)


이를 구분하지 않고 혼합하여,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동성 커플 주례 거부 시 한국 목회자들도 감옥에 가거나 벌금을 내야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 그대로 주요 사실을 의도적으로 누락시킨 프로파간다다. 냅 부부는 이 사건 후 운영하는 채플을 비영리 종교 단체로 전환했고, 이로서 논란의 뜨거움도 누그러졌다. 그러나 여전히 아이다호 목회자의 동성 커플 주례 거부 사건은 채플이 영리냐 비영리냐 하는 본질적인 문제는 제쳐 두고, 차별금지법으로 인한 기독교 박해의 선동 도구로 맥락이 거세된 채 남용되고 있다.


레즈비언 커플에겐 결혼 케이크를 판매할 수 없다던 빵집 주인의 일화도 앞서 제시한 두 사건과 같은 맥락에 있다. 이 사건은 소송 중으로 아직 명확한 사법 판결이 내려지지 않았다. 이 역시 개인이 운영하는 영리 사업체에도 사업자 개인의 종교의 자유로 인한 배제가 정당화될 수 있는가 하는 논란을 안고 있다. 개인 사업체에서 사업자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손님을 가려 받는 것이 정당한가?


이 문제는 과거 인종분리주의 정책과도 맞물려 있는 이슈다. 영리 사업체에서 ‘자유’라는 미명 하에 흑인들을 격리시켜 식사하게 한다거나, 서비스를 거부하는 일들이 있었다. 심지어는 학교에서도 흑인과 백인은 한 교실에서 수업을 들을 수 없었다. 인종차별 정책들이 근본주의 기독교인들의 종교적 신념으로 정당화되고, 지지되었다는 사실은 미국 기독교사의 어두운 단면이다.


종교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 종교적 신념에 따라 동성애자들을 공적인 영역에서 자유란 이름으로 배제할 수 있는가? ‘오바마 케어’가 보장하는 피임 조항에 대해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보험 지원을 해 줄 수 없다는 ‘호비로비’사는 기독교계 기업이다. 이 법적 분쟁에서 법원은 호비로비의 편을 들어주었다.

캔자스 주에선 공화당 그리고 기독교 근본주의 계열의 정치인들이 종교의 자유 확대 법안을 통과시키려 한 일이 있었다. 종교적 신념의 실천을 개인 사업체까지 확대시키고자 한 정책이었는데, 이 법안에 따르면 앞서 언급한 사례에서 영리 기관 웨딩홀과 빵집에선 동성애자들에 대한 서비스를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민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었고, 존 캐리 국무장관까지 나서서 비판하는 등 여론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종교의 자유 범위에 대한 사법적 논란은 진행형이지만, 비영리 종교 단체로 활동하는 종교 기관들의 고유 영역은 존중하되, 그 테두리를 벗어난 공적 영역에서는 종교적 신념이라 해도 동성애자들을 향한 차별 대우에 비관용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미국 그리스도의 연합교회(United Church of Christ), 결혼평등 투쟁 관련 포스터 / 출처: UCC


설교 강단에서 동성애 혐오 설교를 했다는 이유로 목회자가 구속되거나, 비영리 종교 기관에서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동성 커플의 주례를 거부했단 이유로 사법 처벌을 받은 경우는 없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는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종교적 신념에 따라 동성 커플의 결혼 주례를 해 주고 결혼 증명서를 발급해 주려는 미국 그리스도의 연합교회(UCC) 목회자들은 결혼을 남녀의 결합으로 한정 지은 주 법으로 이들의 종교 업무는 불법이 되었고, 징역 혹은 벌금형에 처할 위기에 놓여 있었다. 이는 그리스도의 연합교회 총회의 결정과도 충돌하는 것이기에 교단은 종교의 자유 소송을 시작했고, 얼마 전 승소했다. (관련 기사: 미국 진보 개신교단, ‘동성 결혼 합법화’ 승소)


https://youtu.be/dCFFxidhcy0

뉴욕 주 의원, 다이앤 사비노의 결혼평등 지지발언


종교는 자신들의 기준에 따라 지금껏 해 오던 대로 주례를 해 줄 수 있습니다. 그것이 차별적이라도 시청에서 그걸 막을 권한은 없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그래서는 안 됩니다.

 - 다이앤 사비노, 뉴욕 주 의원


뉴욕 주에서 동성 결혼 법제화를 둘러싸고 주 의회에서 가열한 토론이 있었다. 이 주장은 뉴욕 주 의원인 다이앤 사비노의 결혼 평등 지지 발언의 일부분이다.


정부는 헌법에 명시된 종교의 자유에 따라 종교 기관에서 행하는 종교 고유의 업무나 신념, 발언들을 억압할 수 없다. 그러나 정부는 어떤 사람이라도 공공의 영역에서 차별받거나 언어적·물리적 폭력을 당하는 것에서 보호할 의무가 있다. 기독교 목회자들의 동성애 반대 설교나 연설들, 거리나 공원 같은 공공장소에서 행해졌고 설교로 포장된 혐오 발언들을 정부는 마땅히 제지함으로 시민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종교적 신념은 소중하다. 그러나 종교적 신념을 근거로 차별할 권한은 없다. 레스토랑 주인의 신념에 따라 장애인, 흑인 손님을 거부한다면? 차별할 권리와 차별받지 않을 권리 중 어느 쪽을 지지해야 할까? 유엔 인권선언은 다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세계 인권선언 제30조 이 선언에서 말한 어떤 권리와 자유도 다른 사람의 권리와 자유를 짓밟기 위해 사용될 수 없다. 어느 누구에게도 남의 권리를 파괴할 목적으로 자기 권리를 사용할 권리는 없다.


지금도, 사실을 왜곡하거나 허구를 섞어 조작한 ‘교회 발 카톡 괴담’들은 온라인상에서 유통 중이다. 이런 홍수와 같은 괴담에 지쳐 가는 건 정보를 살포한 쪽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혐오 정보에 노출되는 쪽이다. 일전에 일베 유저인 간 결과 진중권의 공개 토론에서 간결은 자신의 주장에 대한 입증책임을 지지 않아 토론 중 강한 질타를 받은 바 있다. 팩트를 검증해야 하는 책임은 주장하는 쪽에게 있는데, 오히려 주장을 받아치는 쪽이 검증하면서 논지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은 당혹스럽다.


교회 발 카톡 괴담의 정보들을 조금만 검증해 보면, 왜곡되었거나 허위 사실임을 어렵지 않게 밝혀낼 수 있다. 게다가 카톡 괴담은 단지 왜곡·허위 정보를 넘어 특정 종교인이나 성적 지향을 가진 이들을 향한 혐오 메시지가 녹아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문제는 이런 유언비어를 검증하지 않고, 따르거나 팩트를 제시해도 무시하는 신앙인들의 목소리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이다.


미국이 동등한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며 평등 사회로 나아가려 할 때마다, 이를 반대해 온 세력은 다름 아닌 맹신으로 무장한 크리스천들이었다. 한국의 크리스천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성 소수자들에게 혜택을 주자는 게 아니라 동등한 권리를 보장해 주자는 주장에 저토록 극렬히 반대하는 모습은 미국 크리스천들이 역사를 통해 보여 준 광기와 다르지 않다.


아이러니한 것은, 동성 부부에게 동등한 혜택을 부여하고 그들의 군 복무를 허용하는 미군에게 군사 주권을 맡기는 것엔 함구하면서, 동성애자 차별 조항이라 불리는 군형법 92조 6항 폐지엔 반대 목소리를 높인다. 동성애를 조장한다며 레이디 가가의 내한 때는 후원 그룹이었던 현대카드 불매 운동까지 불사하던 크리스천들이 동성 간의 결혼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결혼 평등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애쓴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때는 잠잠했다.


허위와 왜곡으로 무장한 혐오, 게다가 일관성까지 결여된 맹신이 복음과 성경의 이름으로 둔갑하여 이웃에게 사랑 아닌 폭력을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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