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의 꿈, 말콤의 악몽
마틴 루터 킹이 기독교 신앙 안에서 새로운 비전을 꿈꾸었다면, 말콤은 기독교 자체를 거부했다. 왜냐하면 말콤은 기독교야 말로 압제자들의 종교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말콤은 기독교를 흑인에 대한 억압을 정당화하는 독이라고 여겼다. 푸른 눈과 하얀 피부색의 얼굴을 한 예수는 흑인들을 착취하고 살해한 서구 기독교의 상징이었다.
우리의 노예 주인들은 금발머리에, 푸른 눈, 창백한 피부색의 하나님을 예배하고 경배하도록 했습니다.
백인들은 금발머리에 푸른 눈을 한 예수를 바라보도록 우리를 세뇌했습니다. 우리는 전혀 우리처럼 보이지 않는 예수를 예배하고 있습니다!
기독교는 백인들의 종교입니다!
말콤에 따르면,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근본적으로 정반대다. 기독교가 백인 민족주의 (white nationalism)라면, 이슬람교는 흑인 민족주의 (black nationalism)이다. 기독교가 흑인들을 노예로 만든다면, 이슬람교는 흑인들을 해방한다. 기독교가 흑인들을 분열시킨다면, 이슬람교는 흑인들을 통합한다. 기독교는 “흑인들을 저주받았다”고 가르치지만, 이슬람교는 “흑인이란 것은 축복”이라고 가르친다.
- 제임스 콘, 흑인 신학자
말콤은 이슬람교야 말로 “진정한,” “흑인들의 자연스러운 종교”라고 믿었다. 일라이자 무하마드는 말콤의 스승으로 그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고, 말콤을 네이션 오브 이슬람 (Nation of Islam)으로 인도했다. 일라이자 무하마드의 네이션 오브 이슬람은 감옥과 도시 게토지역 흑인들의 영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필요를 강조했다. 그는 흑인들의 의식을 일깨웠고, 흑인들의 자부심과 자존을 가르쳤다. 친흑인, 친이슬람, 반백인, 반기독교는 그의 가르침의 특징이었다. 일라이자 무하마드는 “참지식”을 강조했는데, 그에 따르면 “역사는 백인들의 역사책 속에서 백인화되었다. 태초의 사람은 흑인이며 아프리카라 불리는 대륙은 인류가 지구에 출연한 곳이다.”
일라이자 무하마드는 기독교의 하나님, 예수, 천사들, 위대한 성서의 인물들은 백인으로 묘사되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부정적인 요소들, 가령 악마나 죄는 검은 흑인의 존재로 그려졌다. 말콤에게 네이션 오브 이슬람은 단 하나의 진정한 흑인 종교였다. 기독교는 흑인들의 긍정적인 역사와 흑인들의 존엄을 가르치지 않았다. 말콤은 그런 기독교를 “노예를 만드는 거짓말 (종교)”라고 여겼다. 말콤이 말하길, “이슬람이야 말로 드러난 진리, 드러난 진리, 아무것도 입지 않은 진리, 어떤 것도 걸치지 않은 진리다.”
말콤은 백인 신학자들이 성서를 남용해 흑인들을 착취했다고 생각했다. 말콤은 성서는 백인들이 아니라 일라이자 무하마드의 사상에 기초해 해석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말콤에게 성서는 중요했다. 성서는 단순한 고대의 문헌이 아니라, 흑인들의 고통과 해방을 담은 초월적인 텍스트였다. 출애굽은 말콤의 신학과 네이션 오브 이슬람에 매우 중요한 이야기였다. 출애굽은 흑인 민족주의와 말콤의 분리주의 사상의 신학적 기초가 되었다. 모세는 하나님의 예언자로, 하나님의 사람들을 이집트에서 약속의 땅으로 이끌었다. 하나님은 히브리 노예들에게 이집트 압제자들과 평화롭게 더불어 살라고 말하지 않으셨다. 하나님은 억압받는 노예들을 이집트에서 분리시켰다. 일라이자 무하마드는 모세, 말콤은 아론에 비교되었다. 백인들이 지배하는 미국은 파라오의 이집트와 유사했으며, 흑인들의 처지는 당시 이집트에서 고통받던 히브리 노예들과 같았다.
제임스 콘에 따르면, “말콤은 예수와 성서를 거부하지 않았다.” 정통주의 기독교인들과 달리, 말콤은 예수를 하나님 혹은 신성한 존재로 믿지는 않았으나, 예수는 모세와 무하마드처럼, 위대한 예언자 중 한 명이었다. 역사적으로 예수는 유럽 백인이 아니었다. 그러나 백인 신학자들은 백인 예수를 가르쳤다. 유럽의 기독교와 백인 예수는 흑인들의 해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그런데도 흑인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을 억압하는 사람들, 노예 주인의 얼굴을 한 하나님과 예수를 예배했다. 백인 예수는 종교적으로 흑인들을 비인간화 한 상징 중 하나였다. “백인 예수, 백인 처녀, 백인 천사들. 모두 백인입니다. 물론 흑인은 악마고요.” 말콤에게 압제자들의 종교를 믿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말콤은 흑인 설교자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들은 하늘의 천국을 설교했다. 가난한 흑인들은 하늘 천국에 가기 위해 그들의 돈을 쏟아부었다. 그런데 흑인 설교자들과 백인들은 이 땅에서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겼다.
흑인 설교자들은 우리를 보다 깊은 경제적 노예상태로 인도합니다. 그들은 여러분을 지옥으로 처넣고 있습니다. 그들은 여러분에게 죽을 준비를 시키고 있습니다. 흑인 설교자들은 죽은 후에 더 나은 삶을 바라보라고 가르칩니다. 이런 가르침은 여러분을 분열시키고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립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경제적인 발전을 방해합니다.
말콤은 하늘 천국 신학(heaven-in-the-sky theology) 이 흑인들을 교묘히 조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말콤은 이런 신학을 거부했다. 네이션 오브 이슬람은 흑인교회 (하늘 천국 신학)과 흑인 민권운동(통합주의)을 위협했다.
통합주의를 지지하는 이들과 하늘의 천국을 설교하는 이들은 틀렸습니다. ‘천국’과 ‘통합’ 두 가지 개념과 이를 증진하는 조직들은 백인들이 흑인들을 노예로 존속시키기 위해 고안된 것입니다.
말콤은 백인들로 부터의 분리를 주장했고, 지상천국 신학(heaven-on-earth theology)을 강조했다. 백인들의 천국은 흑인들에겐 지옥이었다. 말콤의 지상천국 신학은 흑인과 백인들이 지상에서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지상천국 신학이야 말로, 분리주의 사상과 매우 관련이 깊었기 때문이다.
기독교인 마틴과 무슬림 말콤
마틴과 말콤은 비록 다른 종교를 믿었지만, 비슷한 관점들을 공유하기도 했다. 첫째, 성서는 그들 신학에 매우 중요한 자료였다. 마틴과 말콤은 모세, 다니엘, 예수, 출애굽과 같이 같은 성서 인물과 사건들을 종종 언급했다. 둘째, 두 사람은 정의, 사랑, 그리고 희망을 그들 신학의 핵심으로 강조했다. 셋째, 마틴과 말콤 모두 천국과 지옥, 고난과 부활에 대해 이야기했다.
물론 마틴과 말콤은 정의, 사랑, 희망이라고 하는 같은 주제를 공유했지만, 둘의 해석은 달랐다. 마틴은 특히 사랑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주제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해석한다. 반면, 말콤은 세 가지 중에 정의를 가장 강조하는데, 말콤의 해석은 흑인들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마틴은 흑인들의 정의는 그들을 억압하는 압제자들에 대한 사랑을 통해 성취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는 그가 비폭력 운동을 조직한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말콤은 흑인 사랑에 대한 절대적 우선성을 강조했다. 말콤은 압제자들을 사랑하라고 하지 않았다. 말콤에게 정의란, 철저히 억압받는 흑인들의 편에 서는 것이었다. 여기에 압제자들을 위한 자리는 없었다. 마틴은 모든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에서 희망을 찾았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이야 말로, 마틴의 희망을 나타낸 것이었다. 말콤의 희망은 흑인들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백인 미국에 대한 심판이었다. 말콤의 종말론은 백인들의 제국 (미국)과 선택받은 자들(흑인)의 구원이었다.
마틴은 흑인 민권운동이야말로,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을 성취하는 길이라며 백인 기독교인들을 설득했다. 그러나 말콤은 백인 기독교인들을 설득하려 하지 않았다. 마틴은 정책들을 변화시키기 위해 분투했다. 정치적 변화를 위해서 사람들을 모으고 조직했다. 반면 말콤은 “네이션 오브 이슬람은 정치조직이 아니며, 백인 정부에 의한 정치적 선택이 주어지는 일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그리고 영적인 전인적 존재로서의 흑인 됨을 주장하는 종교란 관점에서 정치적입니다.”
말콤의 신학과 마찬가지로, 민중신학자들에게 성서는 매우 중요한 해방의 근원이었다. 민중신학자들도 모세, 예수, 출애굽, 예수의 예언자적인 사역들을 강조했다. 서구의 기독교가 압제자들의 종교였다는 점에서 민중신학자들은 말콤과 같은 관점을 공유했다. 서구 기독교는 흑인들의 긍정적인 역사와 존엄에 대해 함구했듯이, 한국 민중들의 역사와, 정체성에 대해서도 설명해내지 못했다. 말콤의 신학이 흑인들에 경험에서 출발했듯이, 서남동은 한국의 민담을 중요한 신학적 자료로 삼았으며, 한국 민중들의 경험을 강조했다. 서남동은 서구의 기독교가 한국 민중들의 아픔과 해방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민중신학자들 또한 말콤처럼, 백인 예수, 백인 신학자들이 중심이 된 성서 해석, 서구 선교자들이 전해준 관점을 거부했다.
말콤이 말하길, “모든 민족은 저마다의 하나님을 섬긴다. 중국인들은 중국인들의 하나님을, 일본인들은 일본인들의 하나님을, 백인들은 백인들의 하나님을 갖는다. 그런데 흑인들에겐 오직 백인 하나님만 있다.” 한국 기독교인들은 흑인들에겐 백인의 하나님만 있다고 한 말콤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말콤은 흑인들의 경험에서 흑인들의 정체성을 찾았다. 말콤의 질문은 미국의 흑인들 뿐 아니라 민중신학, 한국의 기독교인들에게도 유효하다. “어떻게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있는가? “한국인들은 어떻게 자신을 규정하고 있는가?” “왜 우리는 기독교인인가?”
Cone H. James. Martin & Malcolm & America: A Dream or A Nightmare. Maryknoll, NY: Orbis Books, 1992.
X Malcolm. The Autobiography of Malcolm X As Told To Alex Haley. New York: The Random House Publishing Group, 1973
The Commission on Theological Concerns of the Christian Conference of Asia. Minjung Theology: People as the Subjects of History. Maryknoll, NY: Orbis Books, 19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