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수빈
일상을 벗어나고 싶었던 적이 있는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던 적은?
여기 일상 탈출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 있다. 바로 지구를 떠나는 것!
우주는 이제 우주인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도 머지않아 우주를 갈 수 있다.
Space X, Virgin Galactic, Blue Origin 등 해외 업체 세 곳에서는 민간인 대상 우주여행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세 업체의 컨셉과 목표는 비슷한 듯 다르다. 한 곳씩 살펴보자.
스페이스X는 미국의 사업가 일론 머스크가 창립한 우주 기업이다. 머스크는 전기차를 만드는 기업 테슬라의 CEO이기도 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우주에 대한 야망을 키워 왔다고 한다.
스페이스X의 우주 탐사는 인류를 여러 행성에 살게 하는 게 목표다. 머스크는 태초 수중 생물을 예로 들었다. 어류가 육지로 나오면서 파충류, 포유류로 진화한 것처럼 인류 문명도 다른 행성에서 더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했다.
최종 목표는 2050년까지 화성에 8만 명 규모의 도시를 건립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로켓 재활용 기술을 갈고닦아 우주여행 비용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성공하면 인당 단돈 2억 4천만 원에 화성으로 이주할 수 있게 된다. 화성을 향한 무인 시험 발사는 2022년 시작한다.
현재는 Falcon9(팔콘 나인)과 Falcon Heavy(팔콘 헤비)를 이용한 유/무인 발사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NASA의 프로젝트에 동참하고 있다. 올여름엔 NASA 비행사를 태운 우주선을 발사한다. 이렇게 정부 프로젝트를 위한 발사를 여러 번 수행한 후 우주여행 등 민간인 대상 발사로 규모를 넓힐 것으로 추측된다.
그 예시로 일본 예술가 마에자와 유사쿠를 2023년 달에 보내겠다는 내용의 작년 9월 발표를 들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대부호이기도 한 마에자와의 후원을 받아 진행한다. 사실상 달 여행 상품을 판매한 것이다.
스페이스X는 우주정거장 여행 상품도 계획 중이다. 최근 NASA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민간에 개방하겠다고 선언하며 협력 업체 중 하나로 스페이스X를 선정했다. 이 상품을 구매하면 스페이스X의 우주선 Crew Dragon(크루 드래곤)을 타고 가 우주정거장에서 1박당 4100만 원에 최대 한 달까지 머물다 올 수 있다.
로켓 재활용은 추진체를 재활용한다는 걸 의미한다. 로켓은 크게 연료를 실은 아랫부분과, 짐과 사람을 실은 윗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재활용 로켓은 충분한 고도에서 윗부분을 분리하고 아랫부분은 재착륙한다. 돌아온 추진체를 다음 발사에 사용하면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아마존 CEO인 제프 베조스가 설립한 블루 오리진은 우주 자원을 활용해 인류의 현재에 도움을 주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거창한 미래를 제시하는 스페이스X와 다른 점이다. 블루 오리진에게 우주는 무한한 자원과 가능성의 원천이다.
다만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은 스페이스X와 비슷하다. 로켓 재활용을 통한 원가 절감이다. 블루 오리진은 2017년 11월 탄도비행용 로켓 New Shepard(뉴 셰파드)를 지상 100km까지 쏘았다가 다시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블루 오리진은 아직 유인 비행을 시행한 적이 없다. 대신 실험용 마네킹이나 NASA 연구용 장비를 실은 New Shepard가 열한 차례 시험 비행을 했다. 그중 첫 비행을 제외한 열 번의 비행에서 추진체가 재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작년 7월 열 번째 시험 비행에서는 로켓 상부에 위치한 탑승용 캡슐을 높은 고도에서 분리해냈다. 추진체 폭발 등 비상 상황에서 탑승자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일반 여행객을 우주로 데려가기 전, 블루 오리진은 자사 우주비행사를 대상으로 한 유인 비행을 완수할 계획이다. 일반인 대상 첫 상품은 11분짜리 지상 100km 우주여행이 될 것이라고 한다.
블루 오리진은 최근 아마존 전시회 re:MARS에서 탑승용 캡슐을 공개했다. 15 제곱미터 (약 4.5평) 크기의 이 공간은 여섯 명의 탑승자들이 우주 공간의 낮은 중력을 견디는 데 도움을 주는 푹신한 의자와 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블루 오리진은 지상 100km 우주여행뿐만 아니라, 궤도 비행용 로켓과 달 진출도 준비 중이다. 2024년 달 비행 상품을 완성해, 달 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관심 있는 독자는 블루 오리진 홈페이지에서 탑승객으로 등록하면 우주여행 상품 정보를 받아 볼 수 있다.
탄도 비행: 지구를 한 바퀴 돌지 않고, 지상 100km 이상의 우주 공간을 한 번 찍고 내려오는 비행. 직선이나 포물선 등의 궤적을 그림.
궤도 비행: 지구를 한 바퀴 이상 도는 코스를 포함한 비행. 원이나 타원 비슷한 궤도를 그림.
달이나 화성 등 지구 이외의 천체를 향해 가는 비행은 탄도나 궤도 비행으로 부르지 않음.
버진 갤럭틱은 영국 사업가 리처드 브랜슨이 소유한 버진 그룹에 속해 있다. 이 회사는 우주와 지구를 연결해 고객에게 새로운 기회와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비전을 내세웠다. 우주에서 직접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우주에서 다양한 연구와 사업을 하고자 하는 과학자나 기업가를 도와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이 기업은 세계 최초 상업용 정기 우주 노선 자리를 노리고 있다. 과학자, 기업가에서 시작해 일반인까지 고객 범위를 넓히려는 모양이다.
버진 갤럭틱의 우주선 SpaceShipTwo(스페이스십투)는 작년 12월과 올 2월 두 차례의 시험 비행을 마쳤다. 두 번 모두 두 명의 조종사가 탑승했고, 첫 번째 비행에서는 약 80km, 두 번째엔 90km 높이까지 올랐다. 2014년 10월 사상자를 낸 추락 사고를 딛고 일어난 눈물겨운 쾌거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통상 '우주'라고 부르는 공간이 시작되는 지상 100km까지는 올라가지 못했다. 대기 밀도가 급격히 줄어드는 곳이자, '카르만 선'이라고도 부르는 지점이다. 이 지점을 전후해 지구의 아름다운 테두리 일부를 볼 수 있다. 짧은 무중력 상태도 느낄 수 있다.
버진 갤럭틱은 일반인이 카르만 선을 통과해 여행할 수 있도록 하는 상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이미 약 700명의 고객이 티켓을 예매해뒀다.
그러나 이 기업이 우주와 지구를 연결해 과학자와 기업가를 돕고, 우주여행 상품 또한 구색을 갖추기 위해선 10km의 차이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이 세 곳에서 내놓은 우주여행 상품의 특성은 위 표와 같다. 아쉽게도 아직 해외여행에 비해 매우 비싸다. 안전하다는 보장도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비행기가 수십 년에 걸쳐 점점 더 안전하고 저렴해진 것처럼, 우주용 탈것도 시험 비행을 통해 안심하고 탈 수준에 도달할 것이다.
그 시기는 생각보다 빠를지도 모른다. 두 눈으로 본 우주의 모습을 SNS에 자랑할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