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이피는섬 Aug 07. 2023

나의 리틀 리틀 포레스트

에세이가 아닌 그냥 일기

일 년 만에 두 번째 코로나에 걸렸다. 

이제는 격리가 의무는 아니라고 하지만 일단 몸이 아프니 며칠은 누워만 있었다.  


어제부터는 조금 정신을 차리고 집도 청소하고 밀린 빨래도 하고 베란다도 정리했다. 

베란다에는 내가 요즘 정성을 들이고 있는 나의 아주 작은 숲이 있다.


드라세나 마지나타, 청페페, 개운죽, 필레아 페페, 꽃기린, 오렌지재스민, 호야, 꽃이 다 졌지만 호접란도 있다. 


이사하고 하나하나 늘려온 식물들이 어느새 꽤 많아졌다. 

예전 집은 베란다가 있어도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 구조여서인지 자꾸만 식물들이 죽었다. 

또 반려묘 여름이와 함께 살 때라 식물을 기르기가 쉽지 않아서 어느 순간에 호야 화분 하나만 남게 되었다. 

호야는 아주 질긴 생명력으로 그 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살아남긴 했지만 그리 예쁘지는 않았는데 이사하고 호야를 조금 더 큰 화분으로 옮겨주고 햇빛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두었더니 하루가 다르게 새잎이 나고 예전 이파리들도 훨씬 생생해졌다. 


예전부터 동글동글한 잎사귀 모양이 예뻐서 키우고 싶었던 필레아 페페는 집 근처 화훼시장에서 3000원인가에 사 왔는데, 두 달 만에 잎줄기가 두 배는 늘어난 것 같다. 본 줄기 아래로 작은 줄기들도 엄청 뻗어 나왔다. 

그래서 어제는 아래쪽 잎줄기들을 떼어주고 작은 줄기들도 잘라서 물꽂이를 해주었다. 

뿌리를 잘 내리면 화분에 담아서 주위사람들에게 선물할까 싶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동글동글 귀여운 이파리의 필레아 페페는 모두들 좋아할 것 같다. 


어디에 어떻게 두어야 햇빛을 잘 받을 수 있을까,

어떤 화분에 옮겨 심어야 예쁠까 이리저리 찾아보면서 단순하게 '그냥 즐겁다'라는 감정을 오랜만에 느낀다.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가꾸겠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자꾸 위시리스트가 늘어간다.

피쉬본 선인장, 물방울 페페, 드라코, 박쥐란, 괴마옥, 소엽풍란, 대엽풍란, 레몬나무, 주목나무, 커피나무...

두 평도 안 되는 공간에 이걸 다 들여놓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천천히 이 작은 숲을 만들어가 가는 중이다. 그저 즐겁게.







  

 

 

작가의 이전글 중요한 건 춤추고 싶은 마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