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뽀송이 Nov 15. 2018

#32화 주말에 뭐 먹었지?

 월요일 아침, 조용히 앉아서 아침 독서를 해야 할 시간에 지유가 교실을 마구 뛰어다녔다.

 “지유야 자리에 앉자.”

 그러나 지유는 내 말이 들리지 않는 듯, 돌아다니며 친구들을 방해했다.

 “김지유! 복도로 나와.”

 그제야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지한 듯이, 지유가 눈치를 살피며 복도로 나왔다. 내 앞에 선 아이는 대역죄인이라도 된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지유는 웃음이 많고 활발한 아이인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활발해서 요즘 혼이 많이 났었다. 하지만 혼날 때만큼은 풀이 팍 죽어서 이렇게 항상 바닥을 보고 있는다. 오늘은 왠지 또래보다 조그만 이 아이가 그러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지유야.”

 “네?”

지유는 여전히 겁을 먹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대답했다.

 “주말에 뭐 먹었어?”

 “네?”

 혼날 줄 알았는데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는지, 지유가 고개를 들고 나를 봤다.

 “토요일, 일요일에 뭐 먹고 왔냐고.”

 지유는 뭔가 이상한 듯 잠시 혼란스러워하더니 이내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 수제비랑, 떡이랑, 칼국수랑... 아 사과도 먹었나?...”

 “정말? 맛있는 거 정말 많이 먹었네?!”

 나의 이야기를 들은 지유는 시무룩해져 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신이 나서 이야기를 이었다.

 “네, 저 요즘에 진짜 잘 먹어요. 밥도 이제 한 그릇 다 먹을 수 있어요. 아 그런데 우리 아빠는 많이 안 먹는다고 해놓고는 맨날 두 그릇씩 먹어요! 아빠가 아무래도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아요.”

 “그렇구나. 지유가 요즘 잘 먹어서 힘이 나니까 아침에도 뛰고 싶었구나?”

 “히히, 아니에요.”

 지유는 긴장이 풀린 듯 날 보며 웃었다.

 “지유야.”

 “네.”

 요즘 아이를 많이 혼냈기 때문에 '선생님이 나를 미워하나?' 하고 오해할까 싶어 물었다.

 “선생님이 지유를 사랑할까 사랑하지 않을까?”

 “음, 잘 모르겠어요.”

 “지유야, 선생님은 지유 많이 사랑해. 그런데 지유가 자꾸 규칙을 어기니까 선생님이 지유를 예뻐해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어. 그러면 친구들이 왜 지유만 더 예뻐해 주냐고 할 수도 있잖아. 그렇지?”

 지유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이 많이 사랑해주면 좋지?”

 “당연하죠!”

 “선생님은 마음껏 지유를 사랑해주고 싶은데, 지유가 조금 도와줄 수 있겠어?”

 “네!” 

 지유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큰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그 날 이후, 지유의 행동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내게 먼저 다가와 어제 있었던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 수업시간과 자습시간에 제일 먼저 책을 펴고 앉아있기까지 했다. 

 나를 사랑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것이 사람을 변하게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31화 지유와 개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