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조용히 앉아서 아침 독서를 해야 할 시간에 지유가 교실을 마구 뛰어다녔다.
“지유야 자리에 앉자.”
그러나 지유는 내 말이 들리지 않는 듯, 돌아다니며 친구들을 방해했다.
“김지유! 복도로 나와.”
그제야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지한 듯이, 지유가 눈치를 살피며 복도로 나왔다. 내 앞에 선 아이는 대역죄인이라도 된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지유는 웃음이 많고 활발한 아이인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활발해서 요즘 혼이 많이 났었다. 하지만 혼날 때만큼은 풀이 팍 죽어서 이렇게 항상 바닥을 보고 있는다. 오늘은 왠지 또래보다 조그만 이 아이가 그러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지유야.”
“네?”
지유는 여전히 겁을 먹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대답했다.
“주말에 뭐 먹었어?”
“네?”
혼날 줄 알았는데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는지, 지유가 고개를 들고 나를 봤다.
“토요일, 일요일에 뭐 먹고 왔냐고.”
지유는 뭔가 이상한 듯 잠시 혼란스러워하더니 이내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 수제비랑, 떡이랑, 칼국수랑... 아 사과도 먹었나?...”
“정말? 맛있는 거 정말 많이 먹었네?!”
나의 이야기를 들은 지유는 시무룩해져 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신이 나서 이야기를 이었다.
“네, 저 요즘에 진짜 잘 먹어요. 밥도 이제 한 그릇 다 먹을 수 있어요. 아 그런데 우리 아빠는 많이 안 먹는다고 해놓고는 맨날 두 그릇씩 먹어요! 아빠가 아무래도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아요.”
“그렇구나. 지유가 요즘 잘 먹어서 힘이 나니까 아침에도 뛰고 싶었구나?”
“히히, 아니에요.”
지유는 긴장이 풀린 듯 날 보며 웃었다.
“지유야.”
“네.”
요즘 아이를 많이 혼냈기 때문에 '선생님이 나를 미워하나?' 하고 오해할까 싶어 물었다.
“선생님이 지유를 사랑할까 사랑하지 않을까?”
“음, 잘 모르겠어요.”
“지유야, 선생님은 지유 많이 사랑해. 그런데 지유가 자꾸 규칙을 어기니까 선생님이 지유를 예뻐해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어. 그러면 친구들이 왜 지유만 더 예뻐해 주냐고 할 수도 있잖아. 그렇지?”
지유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이 많이 사랑해주면 좋지?”
“당연하죠!”
“선생님은 마음껏 지유를 사랑해주고 싶은데, 지유가 조금 도와줄 수 있겠어?”
“네!”
지유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큰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그 날 이후, 지유의 행동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내게 먼저 다가와 어제 있었던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 수업시간과 자습시간에 제일 먼저 책을 펴고 앉아있기까지 했다.
나를 사랑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것이 사람을 변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