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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텅텅 Jan 05. 2020

프롤로그 : 결혼 대신 베트남을 꿈꾸다 (2)

친구 신혼부부집에서 베트남 기생충을 계획하기까지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Q. 한쌍의 커플이 해외 신혼부부 집에서 쉐어하우스 가능, 불가능?
(*전제조건 : 여자끼린 알고 지낸 지 3개월, 남자 쪽만 3년간 직장 동료)


우리와 잘 맞는 부부의 ‘해외 동거’ 제안은 거부하기 힘들었다.
물가가 저렴하니 고정 지출은 줄일 수 있고,
민폐 같긴 하지만 우리 커플이 매일을 함께 보낼 수도 있고.

쉐어하우스란 미드나 유러피안 같은 느낌적 느낌의 단어.
쉐어하우스보단 어쩐지 영화 <기생충>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2019년, 7년 차를 맞은 우리 커플의 최근 대화 주제는 단연 결혼이었다.

88년생, 서른둘의 커플은 다른 이의 결혼을 축하해주는 일이 점차 많아졌다.

그리고 결혼식장을 함께 다녀온 날 저녁이면, 마치 피로연처럼 

우리의 결혼 계획을 조금씩 얘기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결혼을 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함께 살기’였다.


반복되는 데이트가 지겹고, 데이트를 한 뒤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는 그 길이 어느 순간 지루해졌다.
다만 결혼은 매번 무겁게만 느껴졌다.

금전적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지만 정체가 없는 불안함, 막연함 등도 발목을 붙잡았다.


주변 부부는 ‘막상 해보면 다 돼’, ‘다 준비 안 하고 그냥 하는 거야'라고 말했고, 

정말 그런 말이 공감도 됐지만 결혼을 밀어붙일 만한 계기가 되지는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와 잘 맞는 부부의 ‘해외 동거’ 제안은 거부하기 힘들었다.

물가가 저렴하니 고정 지출은 줄일 수 있고,

민폐 같긴 하지만 우리 커플이 매일을 함께 보낼 수도 있고. 

무엇보다 여자친구와 나 모두 퇴사를 고민하던 ‘인생노잼’ 시기였기에 더욱 매력적이었다.


쉐어하우스, 미드나 유러피안들의 생활양식 같은 느낌적 느낌의 단어.


하지만 기숙사나 자취생활을 해 본 적도 없는 우리가

타인과 하나의 공간을 공유하며 편하게 살 수 있을지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쉐어하우스보단 어쩐지 영화 기생충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렇지만,


동남아, 그중에서도 베트남,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는 어떨까?

저렴한 물가, 개발도상국, 쌀국수, 호치민, 다낭 정도가 베트남에 대한 인식이었다.

특히 2019년은 여느 때보다 베트남의 높은 경제 성장률이 연일 보도되고 있었다.

디지털노마드의 성지라고 불리는 동남아에서의 삶은 어쩐지 가능할 것만 같았다.

이상한 말이지만 해외에서 살아본다는 건 어렵지만, 베트남에서 산다는 건 조금 가볍게 느껴졌다.


그날 이후로 우리 커플은 본격적인 베트남 살기를 모의했다.


물론, 끝까지 생계의 불안함을 이유로 (가서 뭐해먹고 사는데) 망설였던 나를 

여자친구가 설득하는 과정이 있기는 했지만 막상 떠난다고 하니 추진이 빨라졌다.

비행기 티켓을 끊고, 캐리어를 사고, 퇴사를 통보하고. 약 2개월 정도의 준비 기간이 걸렸다.

그리고 출국 3주를 앞두고 베트남으로 먼저 떠났던 B,H 부부가

곧 한국을 들어가니 한 번 보자고 연락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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