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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텅텅 Dec 29. 2019

프롤로그 : 결혼 대신 베트남을 꿈꾸다 (1)

인생 노잼시기 맞은 30대 커플, 해외살이를 꿈꾸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Q. 빚 2,000만원+퇴직금+여자친구와 해외살이 가능, 불가능? 
*전제조건 : 고정소득 불투명, 결혼 계획 있음 (일정 미정)


“그냥 우리 베트남 집에서 같이 살면 되죠”

서로 매일 새로운 걸 찾아다니던 때는 지나가고
힘들지만 새로운 일 가득하던 회사가 피곤하고 무료한 일 가득한 곳이 되고
새로운 걸 찾지만, 새로운 게 없어 비슷한 일상이 반복될 즈음.
베트남이 우리를 찾아왔다. 




7년차 커플로 접어 든 우리가 해외에서 살아보기를 꿈꿨던 건 약 4년 전이다.

정확히는 여자친구가 꿈꿨고 난 매번 장애물 역할을 했다. 


“거기 가서 뭐 해먹고, 어떻게 살건데” 


목구멍이 포도청이었다. 한국에서 5년째 직장생활을 하던 나는

학자금 대출, 카드값, 생활비, 공과금 등으로 매번 허덕이고 있었다. 

그래서 해외에서 살기란 팔자 좋은 누군가들의 일탈 정도로만 생각했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광고 카피에 잠시 혹한 적은 있지만,

한국에서 맺은 수많은 관계와 직장생활을 등지고 떠나는 일은 불가능처럼 여겨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금 베트남에서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이유는 B와 Y가 있어서다. 


평소 야근이 잦았던 회사의 개발자로 근무했던 B는 

AE였던 나의 야근 메이트이자, 담배 친구이자, 술 친구였다. 

예의 바르면서도 장난기 많은 B는 다른 팀인데도 빠르게 친해졌다. 


둘 다 연애를 하고 있었고, B는 여자친구 Y와 결혼을 목전에 둔 상황이었다.

우리는 '결혼을 전제로 한 연애'를 공감대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커플끼리 같이 한 번 보자는 말을 자주 했었다.  


이들이 결혼식을 마친 뒤 얼마 후 몇 번의 일정 조율을 거쳐 결국 함께 만나게 됐고,

부부는 생각보다 우리 커플과 잘 맞았다.

자주 만난 건 아니지만 언제든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이 부부가 베트남으로 떠나는 게 확정됐을 때 즈음엔

괜한 조바심에 일주일에 한 번씩, 매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고작 세 번째 만남에서 우리 커플은 신혼집에서 밤을 지새워버렸다.

그만큼 빠른 속도로 서로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하노이로 떠난다는 이 부부는

우리에게 베트남 살기의 좋은 점을 부단히도 설명해줬다. 


싼 물가, 싼 집값, 한국에게 우호적인 태도, 박항서 감독의 인기, 맛있는 음식 등. 


이후 몇 차례의 만남에서도 대부분은 자연스럽게 베트남에서의 삶을 이야기하게 됐다. 


그리고 이런 주제의 대화가 대개 그렇듯 나와 여자친구는  

늘 “부럽다”, “나도 가고싶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내뱉었고, 

그러던 중 Y가 그 말을 툭 던져버렸다. 


“그냥 우리랑 같이 살면 되죠” 


형식적인 말로 끝날 수도 있던 그 말이 우리 커플에게 하나의 숙제처럼 느껴졌다. 

나도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여자친구에게 툭, 던졌다. 


“그럼, 우리 베트남으로 한 번 가볼까?”


서로 매일 새로운 걸 찾아다니던 때는 지나가고

힘들지만 새로운 일 가득하던 회사가 피곤하고 무료한 일 가득한 곳이 되고

새로운 걸 찾지만, 새로운 게 없어 비슷한 일상을 반복할 때 즈음.

B와 Y의 "같이 가자"는 말이 우리 커플을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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