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텅텅 May 05. 2020

[계같은 도전](1)백수생활 시작은 삭발로 시원하게

어차피 인생 패왕얼, 이번생은 틀렸으니 3mm로 간다

하노이에서 계같은 백수생활 하고 있습니다.
어감이 좀 그렇기는 한데 그 어감이 맞습니다. 정말 계같아요. 쉽지 않아요.
하지만 진짜 계처럼, 두고보면 언젠가 
한번 큰거 터질 것 같기도 해요.
곗돈 모으는 기분으로 살아가는 
계가튼 백수생활을 공유해볼게요.


[첫번째 도전, 머리를 밀었다]


베트남에서 도전한 수많은 것들 중 가장 먼저 시도한 건 이발이다.

머리를 밀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인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학창시절 거울보며 구렛나루에 침 좀 발라봤다면 아마 이해할 것이다.


한인 미용실을 찾는다면 한국과 큰 차이가 없었겠지만, 현지 미용실을 가니 이발비가 무려 50,000동이라 놀랐다. 환산하면 2,500원이다.


아무튼, 머리를 3mm로 짧게 밀고 나니 다신 기르고 싶지 않았다.


여자들이 왜 단발, 숏컷을 선호하는지 알 것 같았다.

샤워 하기 전과 후가 잘 구분이 되지 않는데,

이로 인해 꽤 많은 자유로움을 얻었다.


단, 단점이라면 베트남 사람이 길을 물어본다.


머리가 길 때도 종종 헷갈려하곤 했는데 

짧게 이발을 하고 나서는
내가 답변을 못하면 싸가지 없는 사람으로 

보는 것 같다.


그러니깐 이발 전에는 ‘아 외국인인가’ 하는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는데
이제는 ‘아 x나 싸가지 없네, 왜 말을 안해’라는 

화가 표정에 드러난다.

딱히 말로 뭐라 하는 건 아닌데,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

현지인과 헷갈리는 건 아무렇지도 않은데,

불손한 사람 취급 당하는 게 억울하다.


한번은 한인마트를 갔다가 

한인 분과 어깨가 부딪혔는데
그 분이 내 눈을 보고 사과했다.


"Xin loi (실례합니다)"


어떤 언어로도 대답하기 애매해 웃으며 돌아섰다.


한국말을 할 줄 아는 베트남 친구가 이발한 내게

‘베트남 사람 같네요?’라고 한건 꽤 나중일이다.


그래서 코로나가 터지기 전만 해도 현지인 사이에서

한국인은 박항서 감독의 나라라는 우호 감정이 있었는데 난 딱히 박항서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


다행이라면 코로나가 심각했을 때 잠시 혐한 기류가 흘렀는데 난 무탈하게 차별 없는 일상을 보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지금은 머리를 기르고 있으며,

장발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지금은 귀를 덮는 수준인데 

앞으로 딱 어깨까지만 기를 예정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계같은 도전](2)바퀴, 그 앞의 난 마치 파이어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