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을 턱 끝까지 당긴다.
빠져나온 곳이 없도록
온몸을 꼭꼭 감싸고
말없이 허공을 응시한다.
일렁이는 허공이
초라함이 뭔지 보여주는 듯하다.
밀랍인형 같이,
내 온몸이 밀랍으로 딱딱하게 굳은 것처럼
가만히 가라앉는다.
내 방, 내 침대 위에 누워
끝없이 가라앉는다.
이대로 내려가서,
일렁임조차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운 곳으로 내려가
그 속에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저 구석에 처박혀 먼지만 쌓여 가는
밀랍인형처럼.
밀랍인형이 되고 싶은가?
밀랍인형인가?
밀랍인형이었나?
그런 것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