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의 나에게.
이토 준지의 전시회를 한국에서 가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처음 이토 준지의 작품을 접한 건 10여 년 전쯤이었습니다. 친구가 가져온 단편집을 무심코 펼쳤던 것이 계기였지요. 책 제목이나 다른 작품이 뭐가 실렸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사람의 얼굴을 한 풍선이 둥둥 떠다니는 장면만은 계속해서 나를 따라다녔습니다. 단편 [목매는 기구]입니다.
많은 단편들 중 그 작품이 유독 임팩트가 강했던 건 그 작품이 나의 근원적인 공포에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생각해 보면 어릴 적 읽었던 FBI 범죄 사건집 내용 중 유일하게 무섭다고 느꼈던 건 살인자가 피해자를 고르는 기준이 '문을 당겨봐서 잠겨있지 않으면 타깃으로 삼았다'였습니다. 그런 걸 보면 나의 공포는 '안전하다고 믿는 곳이 안전하지 않은 ' 것 같습니다. 자살을 하지 않는 이상 내가 나를 죽이는 일은 없다는 점에서 '나'는 '나'에게는 가장 안전해야 하는데, [목매는 기구]는 그걸 뒤집어 버린 거지요.
이토 준지의 작품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그 불쾌함이 결국 누군가의 근원에 닿기 때문이겠지요. 이토 준지의 작품을 다시 틈틈이 읽어볼까 합니다. 지금은 어떤 작품이 가장 무서울지. 어쩌면 그게 지금 나의 공포일 테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