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회사에서 근무하는 사내변호사이다.
그와 동시에 신입사원이기도 하다.
석박사를 마치고 입사하신 분들이나 다른 전문직 신입 입사자들도 그렇겠지만, 나에게 기대되는일처리 능력과 실제 회사가 처음인 나의 능력치 간에 간극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나는 회사가 처음인 신입사원이었기에 기본적인 회사 용어들도 몰랐고, 결재를 누구한테 받아야 하는지, 처음에는 직급체계조차 제대로 몰랐다.
변호사로 회사에 입사하게 되면 대부분 대리~과장 직급을 받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대졸 신입사원들처럼 하나하나 기본적인 것부터 가르쳐 달라고 하기도, 그런 분위기도 아니었다(적어도 나는 그랬다). 법무팀 내에서야 아 쟤가 새로 들어온 신입이라 모를 수 있겠군 하고 이해를 구할 수 있다고 쳐도, 현업의 타 부서와 소통하게 되면 문제는 달라진다.
사내변호사의 업무의 “전문성”은 대부분 회사에서 발생 혹은 발생가능한 문제들을 법률 지식과 회사의 업무에 대한 이해를 통해 해결, 방지하는데 있다고 본다. 따라서 변호사로서의 전문성이 사내변호사로서의 전문성과 동일한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변호사로서의 전문성”이 “사내변호사로서의 전문성”과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맞닥트린 첫 번째 문제는 우선 회사에서 쓰이는 법률 지식이 로스쿨이나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며 배우는 법률 지식과 다른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로스쿨에서는 헌법, 민법, 형법을 기본으로 배우며, 실제 회사에서 많이 쓰이는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자본시장법, 표시광고법 등은 보지도 않고 졸업하는 경우가 많다. 세상 모든 법을 다 알 수는 없고 계속해서 법령들이 제개정되고 있으므로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변호사라하면 세상 모든 법을 다 꿰뚫고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심지어는 다 외우고 있는 것으로 아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갑자기 찾아와서 처음보는 법을 들이밀며 이게 무슨 뜻인지 묻는 사람들도 있었다. 물론 법 체계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있기에 시간이 지나고 필요한 경험을 쌓으면 자연히 회사에서 필요한 법적 지식을 쌓게 되겠지만 신입사원인 나에게는 아직 어려운 문제였다.
두 번째 문제는 회사 상황에 대한 이해 부족이었다. 신입사원인 나로서는 회사가 돌아가는 상황 자체에 대한 이해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고, 이 회사가 통상 어떤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왔는지 그 히스토리도 잘 모르기에 문제에 대한 해결방법을 제시하기가 정말 어려웠다.
가장 어려운 점은 이런 경우에도 “모르겠다”는 말을 하기는 정말 곤란하다는 점이다. 모른다니, 너 변호사 맞니? “전문성” 없니?라는 질책이나 시선이 걱정되고, 법무팀의 다른 변호사들에게 물어보기에도 너 변호사 맞니? 법률 전문가 아니니? 스스로 해결해라 라는 분위기가 부담된다.
내가 나이가 어린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사원이었더라면, 나이와 사회초년생임을 방패로 더 적극적으로 모른다고 말할 수 있었을텐데 생각할 때가 많다.
회사 이메일 하단의 서명란에는 내 이름이 “땡땡땡/ (직급)/ 변호사” 라고 설정 되어있다. 메일을 보낼 때 마다 마지막 서명란을 보면서, 나의 직업적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