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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냥 Jun 14. 2018

너를 떠올리면, 네 생각을 하면.

7월의 수요일 : 알다

07.05.


서로를 잘 아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낯선 사람들이 한 테이블에 모여 있다.

서로를 알아가기 위한 마음의 준비조차 없이 낯선 사람들과 한 테이블에 모여 앉았다.


그냥 좋아서 꽉 잡고 있던 손이 그대로 굳어버린 건 아닐까.

다 같이 있어도 우리만 있는 듯한 순간을 몰래 만들기만 했어.




07.12.


알면서도 모르게, 모르는 척 진짜 걱정을 한다. 

그런 날 아는지 모르는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웃는다.


어떤 이유일까, 내게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건.

내가 어려서 일까. 내가 밝힐 수 없는 어둠은 그의 외로움일까, 고독함일까.


문득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 것 같다.


어린아이의 사랑은 '나는 사랑받기 때문에 사랑한다'는 원칙에 따르고, 성숙한 사랑은 '나는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받는다'는 원칙에 따른다. 성숙하지 못한 사랑은 '그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나는 그대를 사랑한다'는 것이지만 성숙한 사랑은 '그대를 사랑하기 때문에 나에게는 그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중




07.19.


지난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예상하지 않았던 상황이 발생했다. 그녀가 날 붙잡았다.

알다가도 모를 인연이 가득한 이 곳을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지치고 어떻게 해야 할지 해답을 알 수 없을 때,

나는 세상을 떠난 친구들에게 의견을 묻는다.
그러면 종종 답이 나오고 분명해진다.

이 직업을 선택해야 할까?
그 도시로 옮겨 가야 할까?
늦은 나이에 아기를 가져야 할까?

그들은 일제이 서서 머리를 끄덕이며 미소 짓는다.
그들의 대답은 언제나 이것이다.

무엇이든 기쁨으로 이끄는 것이면, 그렇게 하라고.
더 맑은 삶과 더 적은 근심으로 이끄는 것이면.

- 마리 하우 <나의 죽은 친구들>(류시화 옮김)




07.26.


냉정한 사회라 할지라도 때때로 사랑이라 부르고 싶은 순간이 되어준 사람. 믿음으로 보내온 시간이 든든했고, 그리하여 지금 여기 곁에 내가 존재하고.

나는 무엇보다 사람이었고, 다른 누구보다 우리였고. 그런 나를 아는 당신이 있고, 당신이 아는 내가 있고, 서로 부끄러워서 말 못 한 감정과 순간이 나를 둘러싸고, 또다시 전하지 못한 부끄럼이 남고, 나는 그런 당신을 알고, 그렇게 나는 또 당신을 믿고, 당신은 그런 나를 알고, 곁에 남고.

...(중략)...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어느 날이 아니라, 어느 순간이라고 하던데, 지금이 기억하고 싶은 바로 그 순간이다. 미직지근하면서 진한, 제 갈길 가면서도 끊인 적 없는 눈길에 의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랑이라 부를 수밖에 없는.

- 곁에 선물을 두고 간 당신에게


그래서, 그렇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는 시간을 지금도 살아요.

오늘 지금의 순간이 어제 그날의 순간이 되어, 그렇게 지금을 살아요.



월간 4X5 <다섯 개의 단어, 스무 번의 시>는 한 달 동안 다섯 개의 단어, 각 단어 당 네 번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동일한 대상에 대한 짧고 주기적인 생각, 무질서한 개인의 감정과 사유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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