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아침. 자고 일어났는데 허리가 이상하다.
허리 왼쪽 아래 부근이 아프고 뻐근한 것. 좀 지나면 나아지겠지 싶었는데, 걸을 때도 아프고 냉장고 문을 열 때도 아팠다. 이런 아픔은 처음이기도 하고 그냥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첫째 등원 준비, 둘째 케어 등등 다 했다.
점심 때는 친정 부모님이 오셔서 함께 식사도 하고 엄빠 찬스로 대중목욕탕에 가서 열탕에 푸욱 몸도 담그고 왔다.
이때까진 그냥 괜찮았는데 저녁 7시가 되면서부터 허리 통증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코끼리가 내 허리를 밟은 다음 가죽 벨트로 당기는 듯한 통증이었다.
너무 아파서 끙끙 거리며, 애들을 그저 방치하듯 뒀다. 하필 이날 남편도 저녁 약속이 있어서 늦게 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아픈 상태에서 몸을 움직이고 허리를 써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이를 악 물고 하는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밤에 자려는데 통증이 더더 심해지는 것.
그 와중에 새벽 4시에 젖 달라고 우는 둘째를 먹이느라 가까스로 젖도 물렸는데 그 후부터 아파서 잠이 안 왔다.
자다 깨다 자다 깨다 자세를 바꾸지도 못하고 꼼짝 않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첫째 등원 준비를 해야 해서 일어나야 하는데 몸이 안 움직인다. 숨 쉴 때마다 통증이 극심해져 악악 소리가 절로 났다. 이건 아니다. 비상상황이다 싶어서 친정 부모님을 불렀다. 전날도 오셨는데 또 오셨다 ㅠ 내 통증은 더 심해져서 조금만 움직여도 눈물이 날 정도로 아프고 발을 내딛기도 힘들었다.
얼른 병원에 가야 할 거 같아서 바지만 갈아입고 애들은 엄마에게 맡기고 아빠와 병원에 갔다. 아후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어야 해서 검사대에 누우라는데 진짜 저세상 가는 줄 ㅜㅜ너무 아팠다.
엑스레이를 보고 의사 선생님은 근육이 놀랬다 그래서 부어있다 아팠을 거다 주사를 맞자고 했다. 그러더니 침대에 누우라는데 이게 또 저세상 통증.. 으아 간신히 누워서 주사를 맞는데 주사를 허리에 직접 놓더라. 차갑고 싸한 약이 들어가는데 무섭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눈물이 찔끔 났다.
물리치료를 받고 가라고 해서 기다려서 받는데 전기치료를 받고 나니 조금 나아진 느낌. 그래서 다시 아빠 차 타고 집으로 왔고 좀 나아졌다. 엄빠 덕분에 계속 누워서 허리 찜질하고 쉬었다.
그리고 어제(토) 아침. 허리가 거짓말처럼 많이 나아졌다.
통증은 거의 사라지고 움직임도 좋아진 것. 그래서 와 신기하네 하면서 아침 차리고 애들이랑 놀아주고 집 치우고 했다. 근데. 역시나 그게 무리였나 보다.
갑자기 또 허리가 두 동강 나듯 아프기 시작하고 허리뼈가 주저앉는 느낌이 들었다. 설거지 하다 말고 "아! 여보 애들 좀 봐!! 나 너무 아파!!"라고 말하고 안방에 누웠다.
와이프가 아픈데도 집안일 하나 안 하는 남편이 미웠다. 그런데 뭔가 남편이 분주한 느낌. 첫째와 대화하는 걸 들어보니 "우리 서울 할머니한테 갈까 할머니에서 놀다 오자" 이러는 게 아닌가.
아픈 나 생각해서 아예 애들을 다 데리고 서울 시댁으로 가겠다는 거다. 그래야 내가 맘 편히 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보다. 고마운 마음과 함께 어머니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지금 죽겠어서 그래 어머니네 다녀와라고 했다. 남편은 초스피드로 짐을 챙겼고 첫째는 뭔가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혼자서 옷과 양말을 챙겨 입고 신었다.
그렇게 남편은 짐 두보따리, 아기띠로 둘째 안고 첫째 챙겨서 시댁으로 향했다. 나는 잘 다녀오라고 고맙다고 말하며 곧장 침대에 누워 허리를 찜질팩에 지졌다(?)
애들 없이 혼자 쉬면 진짜 편할 줄 알았다. 편하긴 한데 애들이 너무 보고 싶다. 또 허리도 괜찮아진 거 같아서 옷 정리를 좀 했다. 으 미련 탱이. 다시 또 아파서 누웠다.
오늘 저녁 남편과 애들이 오는데 완벽하게 나았으면 좋겠다. 애들도 좀 안아주고 남편도 안아주고 싶다.
무엇보다 월요일에 할 일이 너무 많은데 허리가 아프면 할 수가 없다. 제발 허리야 나아져라. 튼튼한 허리로 돌아와주.
22. 4.17.
봄날 집에서 몸져누워 요양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