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보지 못했다
코로나가 빼앗아간 어린이집 1년, 그리고 수료식
며칠 전 우리 첫째 어린이집 수료+졸업식이 있었다. 우리 첫째는 현재 다니는 어린이집을 1년 더 다니기로 한 터라, 졸업은 아니지만 같은 나이 아이들 대부분이 유치원에 가기로 했기에 그 아이들에겐 졸업식이기도 한 날이었다.
뭔가 아이가 처음 다닌 어린이집이자, 첫 사회생활이고 1년 동안 함께 지낸 친구들과 헤어지는 날이다 보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감성이나 생각도 코로나 앞에선 속수무책.
수료+졸업식날 낮 12시쯤. 어린이집에서 긴급 공지사항이 떴다. 코로나 확진 아동이 있으니, 맞벌이나 사정이 있는 가정을 제외하고는 아이들을 하원 시켜달라는 내용이었다. 공지 내용을 읽자마자 부랴부랴 아이를 하원 시키러 갔고, 번갯불에 콩 볶듯 그렇게 수료 아닌 수료를 마쳤다.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친구들과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우리 첫째는 그렇게 1년간의 어린이집 생활을 마치게 된 꼴이 됐다. 심지어 아이 담임 선생님과 옆반 선생님이 퇴사하게 되어 친구는 물론 이제 선생님도 못 보게 된 상황이 됐음에도 코로나 시국에선 여유롭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짐을 아쉬워하고 지난 1년간을 떠올리며 추억을 떠올릴 시간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첫째와 함께 1년 간을 보낸 아이들의 얼굴 한 번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저 마스크를 끼고 눈만 봤을 뿐.
어디 아이들뿐이랴, 담임선생님은 물론 원장 선생님 보조선생님 그리고 같은 반 엄마 아빠, 등 하원 할머니 등 어린이집에서 수없이 마주치고 인사를 나누고 했던 이들의 얼굴 한 번을 보지 못한 채 헤어지게 됐다.
지금까지 코로나로 크게 달라진 일상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뭐 외식 안 하고 사람 많은 곳 피하고 모임 약속을 잡지 않는 정도로만 여겼다. 그런데 우리 첫째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니 코로나가 빼앗아간 게 한둘이 아니다.
친구의 얼굴 그리고 친구의 표정
선생님의 얼굴 그리고 선생님의 표정
오며 가며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과 표정
첫째를 향해 인사해주던 친구 엄마의 얼굴과 표정
친구와 이웃을 빼앗아갔다.
표정을 알 수 없게 만들고 함께 웃고 울고 삐치고 화해하는 일상을 빼앗았다.
코로나가 종식되고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날이 되었을 때 길 건너에 친구가 서 있을 떼 알아볼 수 있을까. 마스크 쓴 얼굴만 기억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친구의 눈코 입을 보고 "00아! 안녕!"이라고 서슴없이 인사를 건넬 수 있을까.
나 역시도 마트에 가거나 식당에 갔을 때 같은 반이었던 아이의 엄마를 만나면 곧바로 알아볼 수 있을까. "어머~ 00 엄마! 잘 지냈어요? 아이들 건강하죠? 많이 컸겠네요"라고 다가가 안부를 물을 수 있을까.
올해는 마스크 벗고 친구의 얼굴을, 선생님의 얼굴을, 이웃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을까. 내년 졸업식날에도 결국 얼굴을 보지 못한 채로 헤어지는 건 아닐까. 걱정과 한숨으로 깊어지는 밤이다.
22.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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