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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윤맘 Nov 24. 2022

어린이집 적응기간

엄마도 적응기간이 필요해

17개월 둘째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다.


아직 두돌도 안된 아이를 보내면서 '이게 맞나', '전업이면서 나 편하자고 아이 고생 시키는 게 아닐까' 하는 죄책감이 들었다. 그렇게 마음이 불편한 채로, 어린이집에 보냈다.


보통 어린이집에 입소하면 일정기간 적응기간을 갖는다. 3~5일 동안은 엄마도 함께 교실에 들어가서 시간을 보낸다. 약 30분에서 1시간 가량 머물다가 함께 집으로 오는 식이다. 다음 단계는 아이가 혼자 어린이집에서 30~1시간을 머무른다.


엄마와 어린이집 앞에서 인사를 하고 아이는 선생님 손을 잡고 교실로 들어간다. 바로 우는 아이가 있고, 아무것도 모른 채 교실로 가는 아이가 있고 신나서 뛰어 들어가는 아이도 있다. 이때부터가 찐 적응기간이다.


그리고 엄마 적응기간도 이때부터 시작된다. 길어야 한시간인데 그 시간동안 엄마는 아이와 떨어져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 우는 아이가 있는 것처럼 우는 엄마도 있다.

아, 우리 둘째는 엄마와 헤어질 때 뒤도 안 돌아보고 어린이집 교실로 뛰어들어가는 아이였다. ^^;

"아니 엄마가 왜 울어??"라며 의아해할 수 있겠지만 10달동안 아이를 품고 있다가 아이를 낳은 후 자기 몸처럼 돌본 아이와 처음 떨어지는 것이 엄마에게도 큰 일이기 때문이다. 눈물이 나는 이유야 다양하겠지마는 걱정과 염려,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 등등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돌아서는 엄마 중 눈물을 훔치며 돌아가는 엄마가 있다.


또 다른 엄마들은 불안한 마음에 어린이집 앞을 서성인다. 열려진 창문 주변으로 가서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진 않을까, 행여나 울고 있는 건 아닌까 하며 어린이집을 떠나지 못한다. 그렇게 어린이집 주변을 배회하다보면 금방 1시간이 지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엄마들이 이렇게 불안해하고 힘들어하는 건 아니다. "00아~ 재미있게 놀다와! 엄마랑 좀이따 만나"라고 말하며 힘껏 안아주고 인사한 후 본인에게 찾아온 자유를 누린다.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운동을 하기도 하고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나 다양하게 엄마들의 반응이 다른 것은 그야말로 적응기간이기 때문이다. 아이도 적응기간이 필요한 것처럼 엄마도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나는 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낸 후 우는 엄마였다가, 서성이는 엄마였다가, 좀이따 만나라며 커피를 사러 가는 엄마로 점점 변하고 있다. 달라진 게 있다면 24시간을 함께 하던 아이와 이제는 20~21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나도 아이도 적응하고 있다는 것. 죄책감이나 미안함보다는 이젠 더 사랑하고 더 애틋한 감정이 생겼다는 것.


곧 어린이집 적응기간이 끝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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