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insomei Jun 07. 2021

#1

휴직 일기; 직장인이 된 순간부터 계속 직장인이 아니고 싶었다.


또다시 휴직을 했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는 짧으면 짧고 길면 길다고 할 수 있는 만큼 다녔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이번은 두 번째 휴직이었다. 첫 번째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고 두 번째는 첫 번째보다 좀 더 확실한 이유가 생겼다. 물론 두 번 다 즐거운 이유는 아니다. 그래도 나의 첫 번째 휴직은 의욕이 넘쳤었고 매일 열정적이었다. 벌써 2년 전 일이지만 그때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의욕이 너무 넘쳐서 하루 종일 마음만 바쁘고 불안했던 날들. 한 건 없는데 시간만 가는 그 시간 동안 나는 확실히 의욕만은 넘쳤었다.


나의 첫 번째 휴직의 이유는 이랬다. 첫째, 아침에 일어나기가 싫다. 둘째, 직장인으로 늙고 싶지 않다. 셋째, 인간관계가 버겁다. 넷째,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고 싶다. 다섯째…… 글쎄,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직장이라는 틀에서 좀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다. 친구들보다 학교를 오래 다녀서 직장 생활도 늦게 시작했는데 어느덧 13년이 되었고 아마도 직장인이 된 순간부터 계속 직장인이 아니고 싶었던 것 같다. 그때는 뭘 하고 싶은 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냥 내 사업을 하면, 직장에 다니면서 가지는 일정한 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동생과 사업 구상을 했다. 한 달 내내 구상만 했다. 지인이 그 소식을 듣고 샘플 아이템도 얻어 주셨다. 엄마는 응원해 주셨다. 하지만 실제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고 두 달이 끝나버렸다. 그냥 그만뒀어야 더 절박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사표를 냈었다. 총 세 번의 각각 일대일 임원 면담을 통해 내 사표는 반려가 났다. 마지막 면담 때는 마음이 좀 뿌듯하기까지 했다. 나를 이렇게까지 잡아주니 내가 회사에 정말 필요한 사람인 것 같은 우쭐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합의 본 두 달 간의 휴직이었다.


두 달 내내 나는 좌불안석이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싫은 마음은 접어두고 아침에 일어나 꼬박 동생을 만나서 미팅을 하고 오후에는 아이템 조사를 하고 시장조사를 하면서 보냈다. 원래의 계획은 거기에 운동도 열심히 해서 몸도 만들고 책도 백 권쯤 읽고 여행도 다니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새 다시 복직하는 날이 돌아왔고 그 사이 내가 감명 깊게 읽은 책은 회사에서 나눠준 자기 계발 서적이었다. 그렇게 나는 순순히 복귀했다. 당연했던 것처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