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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호 Jan 31. 2022

찰리 채플린의 싱가포르 방문


28 March 1932, 스트레이츠 타임즈, 싱가포르


* 기사내용 *


“찰스 채플린 & 시드니 채플린 (싱가포르) 도착”


“그러나 싱가포르는 조용”


“다음 영화가 유성영화가 될지에 대해서 말할 수 없어”


“영화계에서 가장 위대한 셀럽, 찰스 채플린과 그의 형 시드니 채플린이 어제 NYK 기선 '수와 마루'선를 타고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그들은 자바를 방문할 예정이고, 그 뒤에 싱가포르로 돌아와 할리우드로 돌아가는 길에 중국과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찰리 채플린을 맞이하기 위해 군중이 운집했던 다른 지역들과는 달리, (싱가포르에서의) 그에 대한 환영 인파는 조용했고, 절제되었다. 부두에서 기다리던 200여 명의 군중들은 열광적인 환호보다는 조용한 박수로 그를 맞이하였다.”


* 설명 *


- NYK는 일본의 기선회사로 Nippon Yusen Kaisha의 줄임말이다. 기선 '수와 마루'는 1932년 3월 2일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출발했다. 참고로 당시 찰리 채플린의 개인비서는 1916년부터 채플린과 일한 토라이치 코노라는 일본인이었다. 해당 여행 역시 함께 동행했다. 아인슈타인의 방문때도 그렇고 당시 유럽발 동남아, 중국, 일본을 관통하는 장기 노선에서 일본 기선회사의 존재감을 다시금 확인한다.


- 유성영화 운운은 당시는 영화계가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시기였다. 대표적 무성영화 스타인 채플린이 과연 유성영화를 제작할 것인지는 초미의 관심사였는데, 그는 유성영화에 매우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성은 음악 정도 삽입하는 것에 그쳤다고 한다.


- 당시 채플린은 City Lights 라는 영화를 개봉하고 난 직후였고(물론 싱가포르에서도 상영된 상태였다), 1927년에는 두 번째 이혼을 한 상태였다. 이번 여행은 거의 20년 동안 쉼없이 일한 상황에서 유럽에서 할리우드로 돌아가는 길에 긴 휴식을 취하기로 한 것이었다. 원래는 주로 유럽에서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건너갔었다. 해서 본 여행은 채플린이 처음으로 아시아를 방문한 것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싱가포르로 오기 전에는 수에즈 운하를 지나 실론, 지금의 스리랑카에 방문하였었다. 이후에는 자바섬과 발리를 여행하였다.


- 어느 지역을 가든 열‘광’적인 환영을 받는 채플린은 싱가포르에서의 조용한 환영에 매우 만족했다고 한다. 또한 생각보다 쾌적하고 깨끗한 싱가포르의 환경에 놀랐다고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싱가포르는 깨끗했다는 것. 물론 식민시기 싱가포르도 화인거리와 뒷골목은 비위생적이었고, 전염병의 위험에 항상 노출되었다. 이는 식민시기 내내 영국 정부의 골치였다고 한다. 동행한 형제인 시드니 채플린의 인터뷰에 따르면, 찰리 채플린 역시 영화적 영감을 얻기 위해 그런 밑바닥 인생들을 관찰하고 싶을 것이라고 했다. 


- 그러나 그 인터뷰가 무색하게도 그들은 몇몇 유명한 관광지만 둘러보고 바로 다음날 아침, 다른 기선을 타고 바타비아, 지금의 자카르타로 갔다. 거기에서 차로 수라바야로 간 뒤에 다시 배를 타고 발리로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든 일정을 준비한 것은 영국에 본사를 두고 2001년까지 존속한 토마스 쿡 앤 선이라는 여행사로 당시 싱가포르에도 지점을 두고 있었다.


- 채플린은 발리에서 18일을 머물렀지만, 꽤 고생하게 되는데 뎅기열에 걸려버렸기 때문이다. 4월 20일 싱가포르에 도착하자마자 구급차에 실려 Singapore General Hospital로 이송되었고, 8일 동안 입원하였다. 그 때문에 계획된 일본 기선을 놓치게 된다. 세계적 셀럽답게 이 소식은 당시 전 세계를 강타하게 된다. 일본으로 향하는 배를 놓치는 바람에 채플린 형제는 5월 6일까지 뜻밖에 긴 휴식과 싱가포르에서의 생활을 즐기게 되었다. 기대했던 대로 릭쇼, 인력거를 타고 현지인들의 밑바닥 생활도 관찰했다. 그가 방문해서 기뻐했던 캐피톨 극장은 지금도 싱가포르 중심가에 남아있다.


- 5월 2일에는 싱가포르의 화인 거상이자 형인 옹분탓과 함께 싱가포르 엔터업계의 큰 손이었던 옹펑혹이 채플린 형제를 그의 뉴월드(신세계) 공연장으로 초대했다. 근사한 중국식 저녁을 먹었고, 뉴월드에서 공연하는 중국계와 말레이계 배우들을 소개받기도 했다. 그리고 이후 3일 밤 동안 진행된 이색적이면서 진귀한 공연들을 즐겼다고 한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기록하기도 하였다. 


- 15일에 달하는 싱가포르에서의 시간이 즐거웠던 채플린은 그의 불후의 명작 ‘모던 타임즈’가 싱가포르에서 개봉한 해인 1936년에 다시 싱가포를 찾는다. 이 당시에는 그의 새로운 연인 Paulette Goddard와 함께였다. 또한 새로운 비서, 프랭크 요네무리(비서는 항상 일본인!)도 함께였고, 1932년 방문 당시 이용했던 ‘수와 마루’선을 그대로 이용했다. 노선은 요코하마, 상하이, 광저우, 홍콩, 싱가포르, 바타비아, 발리였다. 채플린은 싱가포르를 총 세 번 방문하는데, 1932년, 36년, 1961년이었다.


- 사진은 차례로 1932년 래플스 호텔에서의 채플린 형제, 싱가포르 캐피톨 극장, 뉴월드(신세계) 공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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