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효인 사진집 『어른의 눈』
“항상 어딘가에 닿을 준비가 되어있었던”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LA 행 비행기에 오른다. 자동차를 타고 광활함의 안으로 계속해서 들어가는 일... 아버지가 항상 꿈꿔온 여행이었다. 아들은 출발하기 전 공항에서 아버지에게 필름 카메라 하나를 건네며 여행 중에 각자의 시선을 담기로 한다. 그 흔적이 사진집 『어른의 눈』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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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진을 배치하면서 자신이 찍은 사진과 아버지가 찍은 사진을 따로 드러내지 않았다. 물론 충분히 누구의 시점인지 짐작 가능한 사진들도 있다. 이 사진들은 사진 밖의 시선을 생각하게 한다. 사진의 해상도나 노출, 초점이 조금은 엇나가고 미숙하더라도 우리에겐 여전히 다시 매만질 수 있는 시선이란 게 있다고. 여기에는 간직함을 나누려는 청년과 간직할 것을 간직할 줄 아는 어른의 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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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눈(시선)에는 여유와 연륜이 있다. 허나 거기에는 부정확함, 혼탁함 등의 한계 역시 존재할 텐데, 그럼에도 그곳에는 인정할 수 있는 용기, 자신의 미달과 더불어 타인의 부족을 감싸줄 수 있는 널찍한 품 같은 것이 자리한다. 나는 어른의 부재로 종종 외로워했고, 비로소 이 사진과 흔적 속에서 잠시 몸을 기댈 수 있었다. 그가 말 대신 움직였기 때문에, 말 대신 뷰 파인더를 쳐다봤기 때문에, 말 대신 셔터를 눌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