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이 되지 않은 글자로 작품을 만드는 시인

Bobo Stenson Trio [Sphere](ECM, 2022)

by 조원용

2017년 이후 5년 만에 찾아온 보보 스텐손 트리오의 앨범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앨범에서도 다양하고 독자적인 레퍼토리를 통해 듣는 사람들을 이곳과는 다른 곳으로 서서히 끌어당긴다. 첫 번째 트랙과 마지막 트랙은 덴마크 작곡가인 페르 뇌고르의 ‘You shall plant a tree’(원제는 ‘Du skal plante et træ’)이다. 페르 뇌고르가 꿈에서 마주친 멜로디를 떠올리며 작곡한 이 곡은 수학자이자 시인인 피에트 하인의 시를 가사와 제목으로 삼으면서 덴마크에서 합창곡으로 널리 불리기도 한다. 보보 스텐손은 이 곡을 어떻게 연주했을까. 우선 그는 곡의 주된 멜로디를 정직하게 제시한다. 그러고는 안데르스 요르민의 베이스와 거의 나란한 비중으로 얽히면서 멜로디에서 벗어나 다양한 질감을 가진 소리의 층을 쌓는다. 이 소리들은 서로 어긋나는 동시에 이어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다시 짧은 멜로디로 돌아가 마무리된다. 이 연주자들이 가지고 있는 뉘앙스에 대한 친숙함과 낯섦을 판단하기도 전에 끝나버리는 곡은 도리어 그럼으로써 보보 스텐손의 돌아옴을 알린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기악이라고 인식하는 소리의 경계를 슬그머니 넘으며 시작하는 앨범은 첫 곡부터 다른 음악의 세계로 가는 이륙 마친 상태다.


미국의 작곡가인 찰스 아이브스는 생애 전반에 걸쳐 교향곡, 찬송가, 캐럴 등을 모티브로 가져와 새로운 방식으로 작곡에 적용하는 동시에 복잡하고 불협하는 음들을 엮으며 음악의 또 다른 지평을 만들었다. 그중 ‘The Unanswered Question’은 찰스 아이브스가 1908년에 소규모 관현악 버전으로 처음 작곡하고 1930년대에 더 큰 규모로 연주하기 위해 수정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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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전문지 <월간 재즈피플> 필자 &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재즈와 문학, 그 외 여러 글을 읽고 씁니다. 종종 영화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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