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천시는 지리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만 못하다

天时不如地利,地利不如人和

tiān shí bù rú dì lì, dì lì bù rú rén hé

천시는 지리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만 못하다

맹자




강화의 사랑

손택수


신촌에서 강화 가는 버스 타고 청혼을 한 게 십여 년 전이다

 상금 없는 문학상 기념 조각을 팔아 장만한

 가락지를 끼워 준 곳,

 김포 가까운 데 둥지 틀고 틈만 나면 찾아갔다

 강화는 본디 섬이라서, 연육교 다리만 끊으면 언제든지

 섬이 될 수 있는 곳이라서

 그 어디에 소라고둥 같은 집을 짓고 살자 했는데

 그사이 강화는 조금씩 번성하여 번듯한 도시를 닮아 갔다

 늘어난 펜션과 마트와 요란한 카페들,

 하긴 이 땅에 온 이후로 하루도 공사 중 아닌 날 없었지

 변두리를 벗어나기 위하여 저마다에게 경쟁적으로 흙먼지를 뿌렸지

 변두리였을 때도 강화는 변두리가 아니었는데

 갯벌 위로 지는 노을 하나 만으로도 내겐 우주의 중심이었는데

 살림이 불고 적금도 차곡차곡 쌓여 가면서 점점

 더 쓸쓸해져 가는 우리네 사랑을 닮아 간다

 차도 집도 없던 그 시절 마트에 함께 장 보러 다닐 때가 가장 좋았다고

 장바구니 나눠 들고 걸어오던 밤길이 소풍이었다고

 그때 타고 다니던 자전거가 여전히 보물 일 호라면서도

 아파트 평수와 연금과 보험료를 계산하다 시무룩해지는 섬

 우리네 사랑은 갈수록 변두리가 되어 간다

 변두리였을 때도 사랑은 변두리가 아니었는데

 어느새 머리에 뿌옇게 돋은 흙먼지를 서로 측은해하면서

 


매거진의 이전글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한 시기가 아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