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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남우 Aug 08. 2020

얼마나 대단한 거 하려고

그냥 이렇게 사는 것도 대단한 건데요.

사진을 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눈에 담기는 것들을 전부 사진기에 담으려는 습관이다. 다른 대단한 사진들을 보며 따라 하고 싶었다. 멋진 건물들, 거리들은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인 것 같았다. '저런 사진을 찍는 사람의 세상은 어떨까?'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의 세상은 일주일 중 5일을 버티고 2일을 기다리며 2일이 지나면 다시 5일을 버티는 세상이다. 가끔은 천국 같은 2일에도 회사 업무 연락이 오면 하얀 옷에 짬뽕 국물이 튀듯 기분이 순식간에 가라앉는다. 7일 중 반 이상을 버텨야 하고 심지어 쉬는 2일에도 '쉴까', '놀까'를 고민으로 괴로워한다. 이런 세상은 무슨 낙으로 살까 싶다.


쉬는 날, 동네 빨래방을 가다 찍은 전봇대

전봇대는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저 많은 줄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붙잡고 있었다. 멀리서 볼 땐 몰랐지만 상당히 복잡하게 줄들을 부여잡고 있었다. 되게 치열해 보였다. 별로 생각이 없었는데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하루라도 누가 내가 사는 세상의 나를 저렇게 찍어준다면, 나도 내가 대단해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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