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눈에 담기는 것들을 전부 사진기에 담으려는 습관이다. 다른 대단한 사진들을 보며 따라 하고 싶었다. 멋진 건물들, 거리들은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인 것 같았다. '저런 사진을 찍는 사람의 세상은 어떨까?'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의 세상은 일주일 중 5일을 버티고 2일을 기다리며 2일이 지나면 다시 5일을 버티는 세상이다. 가끔은 천국 같은 2일에도 회사 업무 연락이 오면 하얀 옷에 짬뽕 국물이 튀듯 기분이 순식간에 가라앉는다. 7일 중 반 이상을 버텨야 하고 심지어 쉬는 2일에도 '쉴까', '놀까'를 고민으로 괴로워한다. 이런 세상은 무슨 낙으로 살까 싶다.
쉬는 날, 동네 빨래방을 가다 찍은 전봇대
전봇대는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저 많은 줄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붙잡고 있었다. 멀리서 볼 땐 몰랐지만 상당히 복잡하게 줄들을 부여잡고 있었다. 되게 치열해 보였다. 별로 생각이 없었는데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