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에헤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남우 May 17. 2021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술을 진탕 마셨다.

친구가 영화를 보다 자장면에 고량주를 먹는 것을 보고 감명을 받았는지 우리 집까지 찾아왔다. 아쉽게도 괜찮은 중국집은 일찍 문을 닫아서 아쉬운 대로 마라탕과 꿔바로우를 시켜 술을 먹었다.


고량주 두병 정도 먹었을 때 다른 친구가 잠시 들렸는데, 원래 나와 먹던 친구는 화장실에서 잠을 자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남은 술을 털어놓고 흥건하게 취했다. 화장실에 있는 친구를 꺼내 침대 밑에 이불을 깔아주고, 다른 친구를 택시 태워 보내고 나는 잠을 잤다.


눈을 뜨니 10시였고, 나의 머리는 터질 듯 아팠다.

고량주 냄새가 엄청나게 올라왔고, 집이 더워 땀을 많이 흘렸다. 핸드폰을 확인했는데, 뭐 이리 연락을 많이 했는지. 친누나와 친구들에게도 전화를 돌리고 SNS로 연락을 오랫동안 안 한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그야말로 이불을 차고도 남을 짓을 했더라. 그것도 그렇고 속은 어찌나 이렇게 쓰려오는지 잠을 더 자고 싶어도 잠이 오지 않았다. 미친듯한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물을 마셔도 속이 울렁거렸다. 뜨문뜨문 기억을 더듬거릴 때마다 자괴감이 들었다. 그래도 맞서야지 기분이 나아질 것 같아서 어제 기억의 조각들을 모아 이불을 한없이 찼다. 그러고 '술을 절대 안 먹겠다'라고 다짐했다. 아마 똑같은 다짐을 92,482번 했을 것이다.


대학교 시절 축제에 진탕 먹고 그 날 첫 다짐을 했다. 술을 절대 안 먹겠다고. 근데 보기 좋게 지금도 이러고 있다. 그 후에도 나는 매번 다짐했다. 술을 절대 안 먹겠다고. 사실 그런 다짐을 하면서도 되게 민망하더라. 그래서 그냥 좀 쉬고 이제 소주 한 병만 마셔야지라고 다짐했다. 사실 이 다짐도 24,332번 정도 했다.


왜 인간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가.

왜 나는 매일 지독한 숙취가 올 때까지 술을 마시는가.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사람은 망각이 있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하니. 

나는 차라리 망각하고 행복하게 살래.


그래도 단명은 피해야 하니 술을 줄이는 게 좋겠다.

사실 이 다짐도 13,958번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간이 빠른 건 내 탓.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