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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혁 May 24. 2021

젊음이 끝났다, 젊음은 끝난다.

회고와 애도

중학교때부터 알고, 스물 한살까지 같이 지냈던 친구가 세상을 떠나고 내 젊음의 첫 막이 끝났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장례식을 가지 못한 이유는 순전히 내가 인스타를 잘 보지 않기 때문이었다. 며칠만에 켜본 인스타 피드 가장 위에 놓인 영정 사진으로 부고를 알게 되어 늦었다는 생각에 어쩔줄을 몰랐다.


친구의 죽음을 같이 생각해볼 친구가 없다는 게 가장 먼저 마주친 상황이었다. 연락이 끊긴지 4년이 넘어서 같이 존재를 알던 친구들을 찾기가 요원해졌다. 맞팔이 되있는 누구든 바로 연락해 소식을 알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나는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긴 친구들에게 먼저 말을 건내지 않았었다. 또 어쩔줄을 몰라하면서 친구의 어머니로 주인이 바뀐 인스타 프로필에 적힌 납골당 소를 메모장에 적으며 실체가 없어 보이는 애도의 감정을 되세기려 노력했다.


스무살이 넘어 주위 사람 세 명이 죽었다. 운이 좋아 가족이나 친지의 장례식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나에게, 죽음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잘 모르는 사건이었다. 그나마 이전의 죽음들은 같이 고인을 추억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 완만하게 애도에 이르는 과정이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이번은 달랐다. 애도의 책임은 온전히 나에게로 돌아와 부족한 근거와 추억으로 그의 존재가 없음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이 죽음과 그의 인생을 어떻게 정의하고 시간이 지났을 때 또 어떤 기억으로 남겨야 하는지 스스로 결론을 지어야 했다.


골몰생각해 보았는데, 나에게 있어서는 고인과 자주 함께했던 시간으로 이루어진 날들이 스무살을 시작한 때였기 때문에 그의 죽음으로 어쩌면  젊음의  막이 끝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 것이었다.


젊음의 첫 막이 끝났다. 인생에서 맞는 대학 첫 개강 바로 전날에 그와 진탕 술을 먹고 정신을 잃었었다. 나는 별 생각이 없이 살았다. 백지 같은 상태였기 때문에 어쩌면 뒷탈 생각 안하고 무엇이든 덤벼볼 수 있다고 생각하며 돈 안되는 일만 골라서 했었다. 학교에서는 꼰대들은 욕 좀 먹어야 한다며 찌라시를 만들었고 세상이 존나 잘못되어 있다며 좌파 형누나들과 작당모의를 했었다. 그리고 고인도 많이 만났다. 예술 대학에 간 그는 학고를 스트레이트로 두 번이나 맞으며 공부를 멀리하고 10분에 한 번씩 담배를 태웠고, 예술하는 사람들의 한심한 작태가 시덥잖다며 내게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그 이상한 사람들도 내게 소개하며 별 일이 다 있기도, 별 사람을 다 보기도 했었다.


그러다 고인과 연락이 끊긴 것은 어쩌면 나의 삶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20살 초반 언저리에서 해왔던 것과 거리가 먼 생업이 생겼고, 그걸 하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한 2년 동안은 내 스무살 초반의 생각과 거리가 먼 상태에서 급하게 살았었다. 비록 인스타로나 확인했지만 그도 비슷했다. 그도 나름의 생업을 찾아 사업을 하기도 하고 공부를 하기도 했었다. 아무 생각이 없어도 될 것 같았던 삶에서 삶을 꾸려야 하는 상황에 점점 돌입하며 적어도 나는 그와의 추억에서 계속 멀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직장을 다니며 생활인으로 진정한 사회적 개과천선을 거듭한 후에 그가 죽고 말았으니, 고인과 보냈던 시덥잖고 생산적이지 않았지만 무척이나 즐거웠던 시간들로 대변되었던 나의 가까운 과거의 젊음은 이렇게 끝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 것이다.


앞으로의 남은 젊음은 사회가 나에게 요구하는 바에 맞는 방식으로 살아낼 것이다. 열심히 일이나 하며 돈이나 모으면서 살아가겠고 다시는 그와 함께했던 때처럼 살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젊음이 끝났을 때 난 가장 재밌었던 시절로 스무살 즈음을 꼽으며 추억할 것이다.


별 생각 없이 살 수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고, 그저 내가 생각하고 싶은대로 생각하고 행하고 싶은대로 행했던 때의 모습도 그리워서다. 난 그 시절의 나만을 기억하던 친구를, 진부한 표현이지만 마음에 묻고서 남은 젊을을 계속 살아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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