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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규, 37살, 바보시인 도전가

야근식당 3편.

by 식부름 지나

돈을 벌지 않고, 오히려 내 돈을 쓰며 시작한 일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내 돈을 쓰며 일을 한다고요?”


이승규 님의 첫 책, 『바보시인』은 그렇게 시작됐다. 출판사 어느 곳에서도 받아주지 않아, 결국 월급을 들여 자비로 천 부를 찍었다. 광고엔 단 10원도 쓰지 않겠다는 원칙을 지켰고, 1년 뒤엔 정확히 계약한 부수가 팔렸다. 그 결과 3천 부를 넘기는 기록을 만들었고, 독립서점 붐과 함께 그의 책은 세상과 닿기 시작했다.


그의 본업은 에디터. 그 전엔 온라인 매체 기자로 시작했고, 마케터로도 일했다. 동시에 두 번의 창업을 했다. 그중 하나는 책과 관련된 공간 운영. 일산에서 550평 규모의 키즈북카페 ‘이로운 책방’을 실장으로 운영했다. 최근엔 또다시 카페 운영을 준비 중이다. 이번엔 개발자이자 부업으로 카페를 운영하는 모임 멤버와 함께, 책방형 공간을 꾸릴 계획이다.


이번에 바라볼 그에 있어서 본인은, 그의 삶은 직선보다 곡선으로 이뤄져 있다 설명한다. 하지만 그 곡선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한 결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정말 좋아하면, 어느 순간 연결되더라고요. 주는 만큼 반드시 뭔가 돌아와요. 직접이 아니어도, 환경이 바뀌어요.”





그래서 바보같은 일들이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때로는 아둔해 보이는 선택들이 왜 인생에 도움이 된다 말하는 지,

그렇게 확신에 찬 눈빛으로 말할 수 있었던 사람의 이야길 들어왔습니다.


시작합니다.


식부름지나 - 이승규, 바보시인 편.







잘 알려진 활동이 있나요?



사진에 승규님은 좌측 두번째에 있다. 마지막 모임 때는 늘 작게나마 ‘이달의 상’을 직접 만들어 선물한다고 한다.



CH1. 모임; 체험독서



모임에서 기억에 남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그는 웃는다. 누군가는 세 번 연속 연장하며 먼 거리에서 강남까지 왔고, 누군가는 그곳에서 인연을 만나 연인이 되기도 했다. 마지막 모임마다 작게 상을 준비하는 그는, “박지성상” 같은 작은 유머와 진심을 담아 사람들과의 연결을 만들어간다.


그가 운영하는 독서모임 <온기>는 트레바리에서 시작되어 벌써 5년 차가 되었다. 원래하던 모임이 있었고, 코로나로 폐쇄되자 그 와중에도 굳건했던 트레바리로 옮겼다고 했다. 그때로부터 멤버로 2년, 파트너로 3년 이어오며, 그가 말하는 모임의 진짜 장점을 들어보았다.



사람들에게 책 『싯다르타』를 읽은 후 수국사로 템플스테이를 다녀오고, 또 한강을 자전거로 달리기도 한다. 책을 삶에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이승규는 글과 현실 사이의 온도를 좁혀가고 있다.

그가 말하는 모임은, “혼자 할 수 없는 걸 함께 한다는 것”이다.



Q. 모임을 운영하면서 본인만의 사람들과 친해지는 팁이 있을까요?

대화를 할 때, 잘 고민을 들어주는 한 두 사람을 찾아요. 그래서 좀 편해졌을 때, 그 옆에 있는 사람들을 넓혀가요. 모임에서도 그 사람이 어떤 걸 이야기하면 재밌어할까, 고민하다 보면 좀 나오는 거 같아요. 또, 저는 극 F라 되게 잘 들어주거든요. 이청득심이에요. 결국.



그렇다면 시에 대한 애정과
울림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그 첫 시의 제목은 ‘때로는 속아도 좋다’. 거짓말 같은 현실 속에서도 ‘잘 될 거라 믿는 힘’을 노래한 시였다.


그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건, 누구보다도 자신을 위해서였다. 사회로 첫 발을 내딛던 시절, 주변은 성공으로 가득했지만 자신만 제자리걸음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좌절과 무기력, 불안으로부터 도망치듯 써내려간 글이 시집이 되었고, 그 시는 다시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그의 글은 늘 ‘누구나 겪는 감정’에 대한 정직한 기록이었다. 시집 『바보시인』은 사회로 막 나아가던 20대들의 불안, 실패, 무력감을 담았고, 그 시는 누군가의 새벽을 붙들었다.



CH2. 시집; 바보시인



Q. 책으로 내게 된 다른 계기가 있나요?

책이라는 건, 흔히 성공한 다음, 내야겠다 생각이 들게 되잖아요. 그런데, 그때만을 기다릴 순 없는거예요. 전 비주류였구요. 그래서 안 되겠다. 그냥 지금 내야겠다. 하고 월급을 쏟아 천부를 찍었어요.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7권을 써서 냈어요.


Q. 내가 인정받을 수 없는 곳에 있으면, 나가라는 의미도 되나요?

저는 근본이 아웃사이더예요. 첫 책은 어느 출판사에서도 받아주지 않았구요. 정식 문인의 반열도 아니었어요. 그래서 그 판에 끼는 게 아니라 결국 그 판을 엎고자 했어요. 독립출판이요. 그런데 정말 좋아하면, 다른 일에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는 거 같아요. 그러다 보면서 주는 만큼 받는구나 느껴요. 직접적으로 내게 돌아오지 않아도. 간접적으로라도 환경이 바뀌어요.



그런 그의 그의 꿈은 한 줄의 시로 남는 것

이승규 님은 “이승규 하면 떠오르는 시 한 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꿈은 누군가는 잃는 것이기도 해요. 그래도 그걸 지켜가는 과정이 아름다운 것 같아요. 생존과 이상 사이에서 그는 계속 균형을 잡아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꿈 - 이승규
남이 이룬 꿈을 존중하고
내가 이룬 꿈에 감사하며
꿈을 이루지 못한
이들의 마음을 헤아릴 것





Q. 가장 많이 알린 시는 어떤 시일까요?


처음에 제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 그리고 파워블로그 분들에 하나씩 댓글을 달고 제 글을 소개해드렸어요.

그렇게 첫 책이 1년 뒤에 정확히 계약한 1천 권을 다 남김없이 나갔어요. 그리고 또 천부를 찍고 결국 3천 부 넘게 팔았죠. 그런데, 블로그에서 만난 분중 한 분이 라디오 작가님이셨어요. 그렇게 한번은 제가 TBS 교통방송에서 시를 소개하는 게스트로 초청이 되었고, 하루 이틀하다 청취율이 좋아서 1년을 활동했네요.



'홀가분 마음 세탁소' 코너라고 매주 일요일, 다양한 사람들의 고민을 듣고, 이에 맞는 다양한 시 처방을 하는 거였어요. 그때 쓴 첫 시를 보여드릴게요.


'때로는 속아도 좋다.'

그날이 만우절이라 거짓말에 대한 주제로 낭독했어요.


우리가 가장 힘들어하는 게, 사실 일과 연애, 사랑, 그리고 이루고 싶은 것들이 잖아요.

지금 당장 힘들어도 잘 될 거라 믿으면, 돌아볼 때 이것들이 다 거짓말이 되어있을 것 같다는 취지에서요.





CH3. 하고 싶은 일


Q. 원래는 하려던 일이 뭐였나요.


제가 광고홍보학과를 나왔거든요. 첫 사회생활이 작은 매체에서 기자를 했어요. 작은 회사다 보니, 어느샌가 마케팅 회사에 인수가 되면서 어느 순간 마케터의 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때부터 느꼈어요.


제가 원하는 걸 저 스스로 해야겠다고. 그래서 책을 쓰면서 창업도 하고, 그러다 생존을 못해서 결국 회사로 복귀하기도 하고, 악순환의 굴레를 반복하고 있네요.(웃음)


저는 곧 죽어도, 제가 싫어하는 일만은 못해요. 결국 생존하려면 해야 할 때도 있죠.



Q. 돈을 안받아도, 이렇게 열정적인 이유는 뭔가요?

사실 유튜브의 시대라고 하잖아요. 숏폼이나 릴스같은 곳엔 휘발성 정보가 많은 거 같아요. 그런 것들이 지나면, 결국에는 다시 정제되어 있는 기록물이 남지 않을까 싶어요. 전하는 기술, 후킹에만 치중하는 건 위험하단 생각을 하는 거 같아요. , 요새 성공하려는 사람들의 노하우를 기술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은데, 그전에 사람들 마음이 어떤 걸로 움직이는지 보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그래서 결국, 본질적인 건 하고 싶은 메시지가 분명해야 하는 거 같아요. 종교도 보면, 믿음과 행동이 아름다워서, 옆에 있는 사람들이 전하잖아요. 그래서 하는 거 같아요. 혼자 그리고 같이. 결국에는 다 함께.



결국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다'는 거 같아요.

보통 좋아하는 일로 돈을 못 벌면 99%가 포기한다 하더라고요. 처음엔 현실감각이 없었던 건지, 무조건 베스트셀러가 될 거란 생각이 있다 보니, 계속 월급을 창작하는데 다 썼어요. 지금은 현실에 얻어맞으면서 많이 위축되었지만 저는 끝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거든요. 돈도 벌지만, 좋아하는 건 돈이 되든 되지 않든, 놓지 않고 가져갈 거 같아요.



왜 그렇게까지 계속하고 싶어요?

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안 될까요? 사람들이 다 똑같이 살려고 하잖아요. 그렇게 된 거 자체가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해서 일거 같아요. 그렇게 해서 행복하다 하면 그래도 되는데, 왜 불행해하면서 똑같아지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똑같아지는 걸 정답처럼 말하는데, 정답은 그냥 행복하면 돼요. 전 하루하루 즐겁고 재밌게 살고 싶고. 재밌게 내 이야기를 만들고. 현재 진행형으로 살아갈 거예요.




“지금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첫 문장을 쓰고 있을 거예요. 아직은 아무도 읽지 않는 글, 아무도 응원해주지 않는 일. 그 마음을 알아요. 저도 그랬고, 지금도 그래요. 그래도 계속 쓴다면, 언젠가 그 문장이 누군가에게 닿을 거예요. 그러니까 괜찮아요. 지금도 쓰고 있다면, 이미 잘하고 있는 거예요.”



독자들에게 한마디-!

오늘 인터뷰 덕분에, 다시 한번 제 걸음을 살펴봤어요. 누군가 알아주는 거 같지 않더라도, 자기만의 서사를 만들어가다 보면 햇빛이 비출거란 생각을 해요. 그 햇빛이 비추지 않더라도, 자기만의 길을 걸은 건, 누구도 할 수 없는 자기만의 것이잖아요. 비도 내려도, 햇빛이 비추면 걸어온 길이 반짝반짝 빛날 거 같아요.


내가 포기만 하지 않으면, 돼요. 결국 각자의 레이 스니까요.

정상을 바라보고 가면 지치지만, 주변에 풍경도 보면서 천천히 함께 가면 정상보다 더 멀리 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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