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의 육아법
"엄마! 배고파!"
큰 녀석이 보채면 작은 녀석도 기다렸다는 듯 보챈다. 기저귀를 확인해보니 똥이 가득하다.
얼른 욕실에 가서 엉덩이를 씻기는 사이 큰 녀석은 재차 밥 달라고 조른다.
어찌어찌 밥을 차려주고 나도 먹을라치면 작은 녀석이 또 안아달라고 찡찡거린다.
잠시 숟가락을 내려놓고 작은 녀석을 안고 달래는 사이 큰 녀석이 놀아달라고 등 뒤에 매달린다.
제법 무게가 나가기 시작하는 큰 녀석의 팔이 목을 조여 온다. 컥컥... 엄마 숨 막혀...
그래도 녀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외친다.
"놀아줘어~!"
휴~
애 둘을 낳고 키워보니 하나 기를 때가 제일 편하더라는 그 말이 피부로 와 닿는 요즘,
여느 때처럼 정신없이 두 녀석 뒤치다꺼리를 하다가 문득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머리카락이 흘러내리지 않게 대충 집게핀으로 고정시킨 머리는 부스스하고
메이크업은커녕 마지막으로 로션을 바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는 잡티 가득한 얼굴에
'나 힘들어요'라고 쓰여있는 피곤에 전 표정,
24시간 언제든 수유 대기 중이라 단추 달린 벙벙한 원피스 아니면 목 늘어진 티셔츠만 입고 서 있는
못나니 아줌마가 그곳에 있었다.
아~ 나의 자존감이 바닥을 친다.
여자인 나는 없고, 엄마인 나만 존재하는 그런 삶이 또다시 시작... 아니 첫 애가 태어나고부터
지금까지 쭈욱 이어지는 듯하다.
둘째를 낳고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밤,
남편은 옛 회사 동료들을 만나 술을 마시고 자정이 다 되어 들어왔다.
일명 '목동의 추억' 팀을 결성해서 한 달에 한 번씩은 정기 모임을 가지기로 했다나.
나는 아이 낳고 지금까지 저녁 약속 따윈 잡을 생각도 못하고 살았는데...!
그런 생각에 살짝 예민해졌다.
누운 채로 젖을 물리고 있는 내게 술에 취해 기분 좋아진 남편이 쓰윽 다가왔다.
입술을 쭈욱 내밀며 뽀뽀하더니 이내 키스로 이어졌다.
뜻하지 않은 깜짝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암만 촌스런 수유복 차림이어도, 세수도 제대로 못한 채 꾀죄죄하게 있어도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듯,
남편의 입맞춤은 그렇게 바닥 친 나의 자존감을 한껏 올려주었다.
여전히 못나니 아줌마로 두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는 요즘
마음에 들지 않는 내 모습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일 때면
그날 밤 남편의 입맞춤을 떠올린다.
쉽지 않은 육아와 가사의 무한반복에서 날 구원해주는 그 사랑의 입맞춤을.
(술 취했을 때만 그런다는 건 함정이긴 하다만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