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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 Yoo Jun 12. 2020

불완전한 문장들 - 깨끗한 상실은 없다


불완전한 문장들 - 깨끗한 상실은 없다




영화 벌새에서 은희는 결국 영지선생님을 상실한다. 은희의 의도는 아니었다. 영지 선생님이 암흑 같은 인생의 구원처럼 느껴졌고,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해준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관계가 그 상태로 영원할 수 없다는 것, 은희가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영지선생님을 상실해야 한다는 것이 감독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상실은 아프다. 그러나 상실을 통해서 성장할 수 있는 영역이 분명히 있다고 믿는다.


어떤 관계를 상실하려고 노력중이다. 애써 붙잡고 있던 마음을 놓는 연습. 어떤 관계는 상실을 통해서만 다음 단계로 간다. 어쩌면 관계의 수명이 다했을지도 모르고, 다음 단계로 가는 멈춤일지도 모른다. 결과에 상관없이, 나는 상실하고 싶다. 깨끗한 상실은 없다. 불안하고 서툴게 멀어진다. 속이 시원하기도 하다. 그 동안 억지로 붙잡았던 나의 힘이 느껴진다.


이 연습이 나한테 얼마나 필요한 연습이었는지를 실감한다. 불가능한 것들을 너무 애쓰며 붙잡고 있었구나. 불가능 한 것에 나를 그만 걸어야지. 상실은 나를 아끼는 연습이구나. 나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노력이구나. 오늘의 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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