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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 Yoo Jun 17. 2020

불완전한 문장들 - 불안함과 글쓰기

며칠 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불안함에도 레벨이 있다는 사실이 감지되었다. 불안함의 정도의 따라 나의 글쓰기 생활도 생사를 함께 한다는 것.


불안함의 레벨과 글쓰기의 상관관계


꽤 맑은 상태

감각이 열려있는 맑은 상태에서 영감이 잘 흡수되고 글로 남기고 싶은 열망도 많이 생긴다. 그동안 하고 싶었는데 쌓아두었던 생각이 빠져나오는 기분이 든다.


적당히 맑은 상태

익숙하던 것들을 정리하고 소소하게 발견하는 것이 가능한 상태, 일상적인 기록이 가능하다. 아름다운 것들을 탐닉한다. 감사의 마음으로 글을 쓴다.


아리까리한 상태

마음을 정리하고 들여다보고 싶어서 뭔가가 쓰고 싶어 진다. 불안한 마음을 글로 털고 싶어 한다. 적당히 정제된 고민이 정리되어 흘러나온다. 그래도 속은 시원하다.


좀 탁한 상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에 둔하고, 지금 당장 해야 할 것들이 쌓여 있음에 압박을 느낀다. 그러다 마음이 많이 치이면, 솔직한 글이 툭 튀어나온다. 서툴고 탁한 날 것이 나올 때가 있다.


좀 많이 탁한 상태

글쓰기보다 더 자극적인 것으로 탁함을 회피하고 싶어 한다. 뚱한 상태로 콘텐츠를 소비한다.



얼마 간 나에게 큰 의미 없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시간을 많이 보냈다. 허비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나에게는 도피처가 필요했을 뿐. 물론 도망가있는 동안 마음이 회복되지는 않는다. 회복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새벽에 잠에서 깨 읽었던 <쓰기의 말들>이 힘이 되어줬다. 지금의 내 마음을 들여다본 듯한 구절이 나를 울렸다. 쓰기로 나는 다시 나를 회복한다.


나를 본다. 비교적 생활이 안정된 시기의 글쓰기 욕망은 순했다. 영화나 책 읽기 같은 문화생활 향유의 후기였다. 쓰면 좋지만 안 써도 무방한 글. 향유의 글쓰기. 내가 글을 부렸다. 생활의 기반이 흔들리고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면서 쓰지 않으면 안 되었다. 릴케의 표현을 빌리자면, "글을 쓰지 않으면 내가 소멸될 게 분명했다." 생존의 글쓰기. 글이 나를 쥐었다.

- 쓰기의 말들, 은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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