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으로부터 독립해야 하는가?
‘겨우, 서른’은 상하이에 살고 있는 서른 살의 <만니, 구자, 샤오친> 셋의 이야기다. 상하이에 한 번도 못가 본 나는 상하이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어떤 고민을 하며 살아가는지 궁금하다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지금의 내 모습에 만족하지 않는 나, 지나친 책임감으로 사는 나,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누군가에게 의존하면서 사는 나. 이런 캐릭터들이 각각의 방식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지루함을 느꼈던 건, 예상보다 세 명의 여자 주인공 캐릭터가 평면적이라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살짝 지루함을 느끼면 서보다가 갑자기 이야기 속으로 급격하게 빠져들었는데, 각자의 본질에 해당하는 결핍을 건드리는 사건이 발생하면서부터였다. 스스로 직면 한 적 없었던 사건들이 그들을 덮치면서 '나는 무엇으로부터 독립해야 하는가?'라는 이슈에 대해 스스로와 대화하는 장면이 정말 좋았다.
왕만니: 스스로에 대한 불신으로부터 독립
만니는 경제적 성공에 대한 부담이 있다. 그래서 그만큼 열심히 일하지만, 현재의 내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래서 의심할만한 여지가 있는 돈 많은 남자가 접근해왔을 때도, 지금의 모습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과 싸우며 그 남자를 받아들이게 된다. 사랑했지만, 그 씨앗에는 스스로에 대한 불만족이 있었다. 결국 그녀가 독립한 것은 스스로에 대한 불신이었다. 그와 헤어지고 아프게 일어서며 나를 믿어주는 과정 속에서, 그녀는 스스로의 한계를 설정하지 않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구자: 타인을 중심에 두는 일로부터 독립
구자는 나보다는 역할이나 책임감이 먼저인 사람이다. 그래서 늘 나 자신은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다른 사람들의 일을 해결해주는 것에 누구보다 능하고, 그러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으려 고군분투 노력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혼자 해내려 하고, 의지하지 못하는 모습에서 한계를 맞이한다. 믿었던 남편의 배신을 알게 되었을 때, 그마저도 혼자서 감당하려고 하는 모습이 슬펐다. 구자는 결국 나에게 집중하는 삶을 택했다. 그녀는 타인을 중심에 두는 일로부터 독립하면서부터 진짜 자신의 삶을 살게 되었다.
샤오친: 의존으로부터 독립
샤오친은 타인을 살뜰하게 챙기고 친절한 사람이지만, 혼자서는 결정이나 선택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녀에게는 타인의 결정과 나의 결정이 헷갈리는 순간이 너무 많이 찾아온다. 부모님은 그녀에게 너무 많이 간섭하면서도, 스스로 해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의 의존은 부모에게서 남편으로 이어지고, 결국 이혼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만다. 하지만 그마저도 내 선택이었는지 헷갈리는 순간을 맞이한다. 서른이 넘어 그녀는 오로지 혼자서 결정한 첫 선택을 하게 된다.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쓰기로 결심한 일이었다. 그 일을 통해 다소 무모해 보일지 모르는 다른 결정들을 하게 되는데, 그녀에게는 그런 무모하고 엉뚱한 자신만의 결정이 필요했었던 것 같다. 그녀는 결국 의존으로부터 독립하며, 자신의 아끼며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나를 부담 주는 일, 나답게 하지 못하게 하는 것들로부터 독립하는 과정이 좋았다. 마지막 부분에서 만니가 당당하게 걸어 나가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를 아껴주는 독립한 어른의 아름다움을 봤다.
"나 자신을 믿어줄 때, 걸음걸이도 달라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