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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ha Sep 07. 2018

두 발로 터벅 터벅, 엄마와 딸의 산티아고 #3

독일사는 예수

독일사는 예수

산티아고순례길 2일째
아직 다리가 무겁고 걸음이 느리다보니
아침 7시반 부터 쉬지 않고 걸었지만
어느덧 해가 중천에 떠올랐고
뜨거운 열기에 점점 몸이 지쳐
안그래도 느린 걸음이 더 느려지고 있을 때였다.

모두가 종착지인 ‘산티아고’를 향해 걷는데
하얀 긴 머리 질끈 묶고 한 손에는 사과
다른 한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는
힘든 길을 너무나 행복한 미소를 띄며
혼자 반대로 걸어가던 키큰 남자가 있었다.


궁금해서 잠깐 인사하며 이유를 물었더니
이테리 출신의 독일 산다는 요세프
이 길을 벌써 수 없이 걷고 있으며
산티아고를 향하는 여러 루트를 걸었는데
이번에는 0km 피스테라에서 프랑스 생장으로
900km를 거꾸로 걷고 있다고 했다.


정말이지 대단하다!!



왜 이렇게 이 길을 많이 걷는지
그 긴 시간은 어찌내는지 묻자
자신은 아프리카 우간다와 독일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으며,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해 일을 하는 아티스트라고 했다.

아프리카 이야기에 반가워 나의 모로코 봉사 경험을 이야기 하니 눈이 반짝이며 우리는 아프리카 동지라고, 서로의 경험에 공감과 앞으로의 활동 등을 응원해주었고, 엄마와 나의 이야기, 엄마의 수술 이야기를 듣고는 산티아고 길 위에서는 신과 함께 하기에 엄마도 더 빨리 치유되고 좋아지실 것이라고

자신도 신께 기도하겠단다.

그의 따뜻한 진심이 전해져 마음이 울컥해 연락하고 싶어 SNS를 묻자, 그는 수 없이 이 길을 걸으며 만난 이들과 친구를 맺어 지금은 SNS 모두 탈퇴하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 다고 했다.


그 보다 자신은 길에서 신을 만나고

신께 다가가는게 더 중요하다고.


대신 자신의 독일 집 주소와 전화를 알려주며 SNS보다 언젠가 독일에서든 어디서든 함께 봉사하자고

꼭! 연락하라며 두 손을 꼭 잡아주고는 미소와 함께 떠났다.


그렇게 그가 떠난 후,
한참 뒤 그를 찍은 사진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가슴에 ‘I Love Jesus’가 써 있는 게 아닌가


맙소사, 그는 독일에 사는 예수 였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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