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육아 어린이집에 가기까지
아이를 낳고 6년.
지금까지의 육아생활에서 내 뜻대로 된 것은 딱 두가지다.
미디어 기기에 대한 노출 제한 그리고 공동육아어린이집 생활.
6년전 출산전에 아이를 낳고 나서 해야할 일들을 검색해 봤다.
아아의 이름을 정하고 출생 신고하기, 조리원 연락하기, 산후 도우미 연락하기, 태아보험에서 아기 보험 전환 연락, 아동 수당 등 각종 수당 신청, BCG 예약....그리고 어린이집 입소대기 신청. 어린이집 입소 대기 신청을 해도 대기가 길어서 보통 1년후에나 입소 가능하다고 하니 출생신고와 동시에 빠르게 예약하는 것이 필수 라고 많은 육아 블로거들이 밑줄까지 그어 써놓았다.
아이를 낳고 나도 신혼집 가장 가까운 구립 어린이집에 입소대기신청을 하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왜 입소대기 신청을 해야하는지 몰랐다.
어린이집에 어떤 이유에서 보내야 하는지 몰랐다. 어린이집을 보내면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아이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몰랐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이집을 선택하는 기준도 없었다. 그저 모든 것이 불안했던 시기다.
아이를 낳기 직전 10년동안 해왔던 일을 그만 두었다. 남들이 하는 말대로 삼년정도는 아이를 돌봐야 겠다 싶었다. 하지만 나는 금방 조급해졌다. 갓난아이와의 일상은 끊임없이 나를 지우는 일이었다. 나는 내가 지워지는 것이 두려웠고, 언제 내가 다시 내가 될 수 있을지 조바심이 났다. 나는 수시로 남편에게 편의점 알바라도 해야겠다, 빵집 점원이라도 해야겠다 했다. 끝없이 곤두박질 치는 내 감정을 지켜보고 있던 남편은 뭐든 하고 싶은건 다 하라 했다.
그러다 아이가 6개월즈음 좋은 일자리가 생겼다. 집 근처 초등학교에서 낮시간에 3~4시간 동안 담임선생님과 파트너가 되어 교실운영을 돕는 협력 교사로서의 일자리였다. 그러나 6개월짜리 아이를 키우는 내가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면접날부터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겨야만 했다. 아이돌봄 서비스 같은 제도나 시간제 돌봄 같은 것들이 있었으나 걷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아이를 안전하게 돌볼 수 있는 사람은 가족밖에 없었다. 면접 때는 아이를 친정어머니가 돌봐주셨는데, 면접에 합격하고 정식출근 전 근로계약서 작성을 위해 학교를 방문해야할 때는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었다. 나는 아기띠를 매고 학교에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때 담당부서장님의 황당하다는 표정은 아직도 잊을수가 없다.
어쨌든 나는 일을 하게되 었다. 일을 하기 위해서는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했다. 친정엄마가 가장 먼저 나서주었다. 하지만 친정엄마와 우리 신혼집의 거리는 한시간 이상이었고 당시 친정엄마는 암투병중이셨다. 시어머니는 일을 하고 계셨다. 다행히 잠시 일을 쉬고 있던 시누이가 도와주기로 했다. 친정엄마와 시누이, 간간히 시어머니, 남편까지 번갈아가며 집으로 와 아이를 돌봐주었다. 모유수유를 하고 있던 나는 유축기로 젖을짜내고 출근을 하고 3~4시간 근무를 하고 와서 돌덩이 같은 젖을 아이에게 물리며 한 학기동안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를 잃지 않고자 많은 사람들이 나 대신 아이를 돌보기 위해 희생을 했고 나는 매우 많이 감사해야했다. 나는 내가 낳은 아이를 내가 책임져야하는 당연함을 그토록 인정하기가 힘들었나보다.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기며 감사해야하는 것이 싫고 힘들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 이상으로 감사하지 않고 나를 찾기 위해서는 공식적이고 보편적인 방법을 찾아야했다. 그것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었다.
아이를 돌이 지나면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마음먹었다. 어린이집에 잠깐씩 아이를 보내고 3-4시간 정도 할 수 있는 일을 구하려고 하였다. 그즈음 내 뱃속에 찾아온 둘째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야 하는 이유가 바뀌었다. 신생아(둘째)를 돌보기 위해 조금 더 세상에 빨리 나온 첫째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했다. 그렇다 치더라도 18개월 차이의 연년생 아이를 하루 종일 돌보는 일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나는 결국 친정근처로 이사가기로 결정을 했다.
친정근처의 대단지 아파트에는 가정형 어린이집이 4곳이 있었다. 내가 아이를 낳자마자 신혼집 근처에 대기를 걸었던 어린이집은 필요가 없어졌다. 나는 아파트 맘까페에 가입을 하고 [어린이집 추천]을 검색했다. 홍보성 글이 아닌 글을 추려 단지내 어린이집을 선택했다. 아이가 즐겁게 잘 다니고 있으며 선생님들이 친절하다는 글 몇 개에 내 아이의 어린 인생을 맡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