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공동육아 교사들_2
그런데 이기적인 내 욕심은 내 사정이었다. 너나들이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가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육아를 함께 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 첫 번째 사람은 첫 아이의 담임교사였던 “레몬”이었다.
당시 첫 아이는 다섯 살이었고 5년째 아침에 일어날 때 울면서 일어나는 중이었다. 그 울음을 견디기 힘들었다. 그렇게 울면서 일어난 아이는 꼭 엄마가 안고(아빠는 안된다) 한참을 둥가둥가 안아 달래줘야 분노에 가득찬 울음을 멈췄다. 일을 하지 않을 때는 애가 울면서 일어나는 소리가 싫어 애가 자는 동안 내내 옆에 누워 애착인형 노릇을 했었다. 하지만 아침에 출근을 해야하는데 애가 기분좋게 일어나라고 이불위에 뒹굴거릴 수는 없었다. 출근 준비도 해야지, 아이들 아침 밥 먹이고 씻기고 옷갈아입히고 등원 준비도 해야하는 그 바쁜 아침 말이다. 그 아침에 우리 첫 아이가 울면서 일어난 평범한 그 어느날. 내가 그 울음을 견디지 못해 애를 달래지 못하고 “왜 아침 마다 울음이야!”하고 화를 불끈 내고 때로는 엉덩이도 한 대 때리고 아이 앞에서 같이 울기도 한 어느날들이 있다.
그럴때면 출근길에 길고 긴 참회록을 쓴다. 그 참회록은 날적이에 쓰여지고 레몬이에게 전해진다. 그리고 레몬이 다시 날적이에 아이의 하루 일과를 전해오며 담담하게 우린 함께 커가는 중이라는 위로를 준다. 일주일에 두, 세번은 그렇게 나는 참회록을 써 전한다. 아이에게 못다한 나의 진심과 아이의 일상을 전하며 나는 스스로 나를 깊이 들여다 봤다. 그리고 레몬도 그 심연을 함께 진지하게 들여다 봐주었다. 그렇게 날적이를 주고 받는 동안 나는 외롭지 않아졌다. 고립되지 않았다. 함께 아이의 면면을 돌봐주고 일상을 나누는 동지가 생겨 든든해졌다. 레몬이 전해주는 날적이를 통해 나는 아이의 어린이집 일과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되고 아이의 컨디션도 미루어 짐작하게 되었다. 아이와 대화와 소통이 더 잘되었고 우리는 같이 레몬을 사랑하게 되었다. 레몬은 나와 함께 아이의 성장하는 모습을 기뻐해주었다.
아이가 가끔 집에서 “레몬”하고 나를 부를 때가 있다. 방모임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다른 엄마들도 “우리집 애도 그래요” 한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레몬이 얼마나 아이들과 대화와 소통을 많이 하면 그렇게 자연스럽게 따뜻한 목소리로 ‘레몬~’ 하고 부를까요?”한다. “엄마~” 하고 부르는 다정히 말을 건네오는 아이의 따뜻한 톤이 “레몬~” 하고 부르는 톤과 같다.
그리고 아이들마다 레몬만이 부르는 다정한 별명이 있다. 우리 첫 아이는 항상 “윤0윤0”하고 개구지게 불러주었다. 그리고 레몬의 반이 아니었던 우리 둘째아이도 “무지개씨!” 하며 둘째 아이가 좋아하는 말로 아이를 불러주었다. 그리고 등원할 땐 항상 반무릅을 하고 아이를 한번 꾸욱 안아주며 반겨주었다. 우리 아이를 아낌없이 사랑해주는 레몬 덕분에 나는 아이를 조금 더 자신있게 사랑할 수 있었다. 고립된 육아가 아니라 아이의 성장을 함께 지켜봐주었던 나의 육아동지. 아낌없는 사랑을 주는 모습으로 나의 롤모델이 되어준 사람. 윤0이 자라는 모습을 내내 같이 보고 싶다고 한 레몬.
요즘은 한번씩 우리 첫 아이에게 말한다.
“윤0아, 윤0이 덕분에 엄마는 너나들이를 만나고 레몬을 만날 수 있었어. 우리 가정을 좋은 공동체에 올 수 있게 이끌어줘서 고마워. 윤0이 덕분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어. 널 키우면서 행복한 일이 많아지고 있어. 사랑해”
내가 보낸 날적이(참회록 중 일부)
레몬~안녕하세요^^
윤0이가 지난 이틀간 레몬을 얼마나 그리워 했는지 몰라요. 화요일에는 시트지 자른 스티커를 보여주며 “레몬이 몰래 와서 선물 주고 갔어” 하더라구요. 또 “레몬이 없어서 나 너무 놀 사람이 없어. 단0랑 예0이 언니랑 너무 잘 놀구 나랑은 아무도 안 놀아줘” 그리고 어제는 “레몬이 왔어!하며 기뻐했어요.
지난 주말에 할머니가 청바지를 사주셨는데 윤0이가 그 청바지에만 입으려 하네요.
부지런히 빨래 하고 있는데…매번 한가지 옷에 꽃혀서 그 옷만 입으려 하는게 점점 더 심해지고 있어요.
어묵은 윤0이가 좋아하는 반찬인데 국에 들어 있어서 시도를 안해봤으려나요~! 레몬이 말씀해주신대로 예민함이 아니라 섬세한 아이로 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윤0이가 하원후에 뒷마당에서 놀이하는 시간이
저점 길어지고 있어요. 월요일엔 40분 화요일엔 한시간 정도 놀았는데…어제는 40분 놀고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기다릴만큼 기다렸다”하니 아쉽게 놀이를 정리했어요. 집에 오더니 씽씽카를 타겠다고 떼를 부려서 “이미 많이 놀고 와서 또 바깥놀이를 할 수 없다” 하니 막 소리를 지르고 엄마를 공격하는 말들을 하더라구요.
엄마 미워, (부엌에서 거실로 지나가는 길목을 막고서는) 엄마 지나가지마, (앞 뒤 없이)엄마 때문이야, 씽씽카 타고 싶다고 쫌!제발!!!
진정해야 엄마랑 대화할수 있고 대화를 해야 방법을 찾을 수 있다. 하고 서둘러 저녁 준비를 했어요. 윤0이의 짜증이 심해지고 자라가 재활용쓰레기 버리러 가자고 윤0이에게 화제 전환을 해서 상황이 진정되었습니다.
문제는 제 마음이었네요 ㅎㅎㅎ 윤0이의 공격하는 말에 제가 마음이 상해서 밥먹는 내내 잔소리 했어요. 네 마음이 안 좋은걸 엄마가 잘못한 것 처럼 말하지 마라. 엄마는 네게 잘못을 잘 하지 않는다. 하고 계속 잔소리 하는데 윤0인 안들리는건지 못들은채하는건지 열심히 밥을 먹었습니다. 이번주 들어 윤0이는 제 스스로 밥을 곧잘 먹습니다. 주로는 윤0이는 자기가 선호하는 반찬만을 먹으면 밥은 제가 먹여주었거든요.
새벽에 레몬의 알림장을 확인하였는데 윤0이가 배가 고파 씽씽카를 타자는 욕구에 머물러 짜증과 엄마에 대한 원망을 쏟아내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윤0이가 체력적으로 힘들어 해서 어제는 조금 일찍 재웠는데 오늘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레몬이 보내온 날적이
안녕하세요?
아침에 출근하니 윤슬이가 안아주며
"레몬 어디 갔었어? 보고 싶었잖아"
하더라구요
레몬도 보고 싶었다며 아빠 생일이여서
가족 여행 다녀왔다고 하니 그게 재미있었는지
"아빠가 생일이었어? 그래서 여행 간거야?" 하며
몇번을 묻고 웃더라구요 ^^
미세먼지로 인해 나들이를 가지 않고
방에서 자유롭게 놀이했어요
윤슬이랑 공기놀이를 했어요
코끼리 공기, 기차 공기
색종이를 작게 길게 크게 오려
접시마다 담고 "레몬 밥 먹으면서 놀아" 하며
음식도 제공해 주었답니다.
점심 식사를 할 때 어묵을 먹지 않고 있어서
조금 잘라 시도해 보도록 권유했더니
먹어보고 "나 이거 많이 줘" 하더라구요
"거봐 맛있지?" 했더니 미소 짓더라구요
미식가인 듯 해요
오후 간식으로 나온 찐감자는 먹지 않았고
우유만 먹었습니다.
배고파 할 수도 있겠네요
욘두가 오셔서 기타 연주를 해 주셨네요
모두들 즐거워했어요
캐스터넷츠 선물도 받았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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