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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ung Mook Kim Dec 20. 2015

대한민국, 참 잘 나가는데... 더 잘 나갈 수 있는데


서울에만 오면 몸과 마음이 산만해지고 우울해진다. 그리고 생각도 많아진다. 베이징에서 보는 한국은 참 잘 나가고 있는데 정작 한국에 오면 우는 소리, 망하는 집안의 싸움 소리만 시끄럽다.


중국 시장과 사회, 정치적으로 한국에 대한 여론이 근년 들어 최고조에 달했다. 중국인은 박근혜 대통령을 '퍄오제(朴姐)'라고 불렀다. 시 주석이 박 대통령에게 친근감과 열병식 참석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나이가 더 많은 박대통령에게 '누님'이라고 부른 것이다. 그 이후 중국에서 박 대통령의 애칭은 퍄오제가 되었다.


한류 드라마 등 대중문화콘텐츠는 이미 중국 대중문화의 주류로 자리 잡았으며 전자제품을 대체하는 화장품 등 미용산업 아이템이 급속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중국에서 한국은 세련미의 대명사가 되었다.


중국시장에서는 한국 국가브랜드는 한중수교 이래 최고이다. 과거에는 중국 정부 기관과 기업을 상대로 한 유명세였다면 지금은 중국 소비자를 상대로 한 유명세이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GDP는 2만 8천 달러였다. GDP 규모 세계 순위는 세계11위이다. 한국 국민의 경제생활 수준은 세계인구의 상위 10% 수준이다. 1950년대 하위 10%의 수준에서... 60여년만에 지옥에서 천국에 오른 셈이다.


그런데 우리의 생활은 불만이 가득 하고 마음은 불안하다. 이대로 망할 것 같은 사회적 불안심리가 최고조에 달했다.


왜 일까? 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와 같은 문제이다.


우리는 늘 흠담하고 반대하는 부정적 사고의 틀에 갖혀 있는 것 같다. 자기 피알에 정신이 없고 상대 흠담에 침을 튀기는 것이 습관화됐다.


이 나라는 바람 잘 날 없이 1년 365일 싸우고 있다. 부정하고 반성하고 비판해야 발전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모든 정쟁의 이슈를 보면 내가 살기 위한 방어 혹은 공격에 불과하다.


현 대한민국의 불안과 불만은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술잔이 가득 찼는데 한 잔으로는 부족하고 더 따를 빈잔은 없기 때문에 한잔의 술로는 서로 입 대고 같이 마시기 싫기 때문문에 싸우는 것이다.


한잔 술로 "어떻게 돌려 마실까? 네가 술잔을 잡고 있으면 나는 뭘 마시냐?"와 같은 문제이다.


그러니 허구한날 "네가 더 마셨다, 이제 잔을 나한테 넘겨라, 한 모금만 마시기로 했는데 두 모금을 마셨다, 넌 술잔을 받을 자격이 없다" 등등의 유치한 말장난만 하고 있는 것이다.


'새정치' 역시 자세히 들어보면 술잔에 대한 욕심의 또다른 표현에 불과하다. 새정치에도 새로운 잔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술잔은 하나이고 잔은 다 찼고 한잔을 갖고 서로 마시려고 싸우다보니 마시는 것보다 흘리는 게 많다. 이렇게 싸우다 보면 술잔이 바닥에 떨어져 깨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오고 있다.


"나는 술잔을 깨끗이 마시고 약속대로 딱 한 모금만 마실 수 있다"라며 술잔에 손을 대려하지만 이 역시 구태의 연장선에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새 잔이 있으면 그냥 조용히 올려놓으면 된다. 내놓을 게 없는 사람이 구차하게 말만 많은 법이다.


진정한 리더라면...

새정치든 헌정치든,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리더라면 헌 잔이라도 새로 빈잔을 마련하는 담론을 만들고 구체적 전략과 방안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이 나라의 새로운 발전방안은 무엇이며 새로운 시장은 어디이고 어떻게 공략할 것이지 등 새로운 미래 역사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희망도 있고 한 잔의 술잔을 서로 차지하려 싸우던 술판도 정리할 수 있다.


한 잔의 술을 놓고 싸우는 이유는 아무도 술을 더 살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치, 경제계 리더들의 실력이 바닥 났다는 반증이다.


내년 총선에서 어느 당이 몇석을 차지하느냐는 사실 국가경제 발전, 국민생활 개선과는 무관하다. 비생산적 정쟁은 끊임없이 지속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누가 되든 무엇 하나 결정내기 어려울 것이다. 상대가 잘 되면 나에게 더 이상의 기회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타오바오에 상품을 올려 많이 팔리면 좋아하고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려 조회수가 많으면 좋아하는 수준의 사람들이 타오바오와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을 만들 수 있을까?


리더는 판을 장악하는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장을 만드는 사람이다. 우리의 문제는 그럴만한 능력도 없는 범인이 욕심을 내는 것이다. 자기 포장에만 능한 속물들이 리더를 자체한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대중은 그런 속물로 길 들여진 '종업원'을 채용하기를 바란다. 


이런 답답한 상황에 빠져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정작 자신은 뒤로 물러서며 누군가 나가서 싸워주겠지 라는 비겁한 정신 상태가 지배하는 사회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 바로 우리 자신이다. 저마다 한잔 밖에 없는 술을 자기도 한 모금 빨고 싶은 욕심이 우리를 비겁하게 만든다. 눈 밖에 나면 국물도 없는 현실에 순응하는 데 이미 습관이 됐다.


그래도 우리의 미래는 암단한 것만은 아니며 기회는 있을 것 같다. 우리 스스로 류를 만들려고 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듯이... 어느 날 갑자기 북한체제가 자체 붕괴되면 큰일 났다고 겁 먹었다가 의외의 기회를 만나게 될 것이다.


부품을 사주던 중국기업에 이어 상품을 사주는 중국소바자, 한국을 찾아주는 요우커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통일과 FTA 등 새롭게 조성된 발전환경 덕택에 우리는 새로운 여러 개의 잔을 받아 들게 될 것이다.


정치인과 가수 혹은 배우의 국가브랜드 강화를 위한 역할을 비교해보면 어떤 점수를 받을 수 있을까? 그들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있지만 실제 하는 일이 없다.  따라서 정치적 상황에 따라 일희이비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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