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o Tak Lee Mar 04. 2019

'멘탈 갑'에 관한 오해들에 관하여

feat. 상처에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다 


누구나 멘탈甲이 되고 싶어 한다 


출처: 구글 무한도전  갤러리 이미지 

강한 멘탈은 부러움과 존경의 대상이 됩니다. 

멘탈이 강하다는 사람은 어려운 환경에서 흔들림 없이 대처하고, 결단력 있고 과감한 행동을 이끌어 냅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멘탈 강화, 멘탈 관리 등에 관한 노하우를 알기 위해 노력합니다. 누군가에게 멘탈이 강하다는 말을 건네는 건 최근 더욱더 복잡해지고 갈등이 많아지는 우리 사회에서 굳은 신념과 의지를 상징하는 칭찬일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누구나 멘탈갑이 되고 싶어 합니다.

멘탈이 강하다는 의미는 정확히 무엇일까요? 단순히 외부의 환경과 조건에 대해서 강한 저항력을 지닌다고 정의하기에는 좀 더 살펴보아야 할 점들이 많습니다. 이런 고민에서 제 경험과 여러 지식 등을 참고하여 써 내려간 글입니다.

 

아픔은 누구에게나 똑같다  


저는 멘탈이 강한 편입니다. 제 스스로 평가뿐만 아니라, 몇 번의 심리 검사에서도 동일한 의견이 나옵니다. 인터넷에서 하는 심심풀이 단순 심리 테스트가 아닌 임상심리전문가가 진행한 정밀 심리 검사 결과입니다. 제 주변에서도 '넌 참 잘 참는다', '잘 버틴다'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흔희 말하는 '존버 정신'의 대표자로 자주 인용됩니다. 그러나 고백하건대 저는 남들보다 더 쉽게 상처 받고, 아파하는 사람입니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지만 속으론 마음이 상하여 울컥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너무나 속상해서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침대에서 분만 삭히고 한숨만 쉬던 적도 너무나 많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팀장이 되었을 때는 더 심했습니다. 팀원들, 유관 부서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상처 받아서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스트레스와 마음의 상처 때문에 역류성 식도염, 위염, 후두염, 소화장애 등은 언제나 달고 지냈습니다. 


이렇듯, 멘탈 강하다는 사람도 받는 아픔의 크기는 똑같습니다. 멘탈이 강하다고 상처 받지 않거나, 아파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몸이 칼에 베이면 상처가 나듯이 마음의 상처 역시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됩니다. 강한 멘탈이 우리를 상처와 아픔에서 보호해 주지 않습니다. 저는 멘탈의 강함은 상처 받지 않음이 아니라, 상처에서 더 빨리 회복되는 '회복 탄력성'으로 정의하고 싶습니다. 신체가 건강한 사람은 상처가 나도 빨리 회복됩니다. 칼에 베인 상처는 똑같지만 누구는 밴드 하나만 붙여줘도 며칠 사이에 낫는 반면, 누구는 2차 감염에 염증까지 발생하곤 합니다. 강한 신체처럼 강한 멘탈은 마음의 상처와 아픔에서도 남보다 쉽게 회복합니다.


공감능력 결여와 멘탈갑의 한 끗 차이 


가끔 주변에서 진짜 멘탈갑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봅니다. 특히 사람과의 어려운 상황과 갈등 속에서도 굳건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분별해야 할 것은 가끔 공감능력 결여와 강한 멘탈을 혼동하는 경우입니다. 공감능력이 결여된 사람일수록 표면적으로는 강한 멘탈의 소유자처럼 보입니다. 타인의 아픔과 갈등에 공감할 수 없고, 이 때문에 상처 받지 않아 담담한 건데, 우리는 이를 강한 정신력으로 오해하곤 합니다. 물론 정말 강한 멘탈과 정신력을 지닌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만, 공감능력이 없다면 상처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해볼 필요는 있습니다. 최근 연구 조사에 따르면 유능한 ceo 비율 중에 이런 소시오패스적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10% 이상이라고 합니다. 상처 받지 않을수록 더욱더 대담하과 과감하게 행동할 수 있기에 더 좋은 사회적 지위를 누릴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가 마음에 상처 받고 아파한다는 건 어쩌면 타인에게 공감하는 능력에 대한 반증일지도 모릅니다.


마음의 근육 키우기


그렇다면 상처와 아픔에서 빠르게 회복되는 진짜 강한 멘탈을 키우는 방법이란 게 있을까요? 이런 어려운 질문에 제가 심리학자도 아니기에 답을 드릴수는 없습니다.  다만 제가 생각하는 마음의 강함이란 자신의 감정을 정면으로 대면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감정을 잊기 위해 술, 게임, 운동 등과 같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이를 희석하고자 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분노, 걱정, 염려 등이 밀려올 때 저는 일단 이 감정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노력을 합니다. 내가 왜 억울한지, 내가 왜 화가 나는지를 따라 마음을 쫒아가게 되면 지금 이 감정을 느끼는 나 자신이 자연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지금 느낌과 감정을 거부하기보단 그 감정이 자연스럽다고 인정하게 될 때 오히려 격정적 감정의 상황과 상처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됨을 느낍니다. 또한 자신의 마음에 대해 솔직해질 때 자신의 상처와 아픔도 누군가에게 얘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저 역시 마음이 아플 땐 같이 터 놓을 상대방에게 이야기하거나 종종 심리상담을 받으러 갑니다. 신체가 아프면 병원에 가듯이 마음이 아프면 상담과 치료를 받는 건 당연합니다.  


누구나 상처와 아픔을 겪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감정의 형태로 나타나고 종종 신체적 증상으로도 나타나게 됩니다. 지금 내가 겪는 이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서 흔한 말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기보단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게 좋습니다. 느끼는 기분과 감정을 받아 드리면서 왜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되었는지를 스스로에게 되묻는 연습을 해보면 좋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기분과 감정에 솔직해지고 자기 성찰이 이루어질 때 오히려 마음의 근육들이 생겨나서 마음의 상처와 아픔에 대한 회복탄력성이 증가합니다. 



상처에 대한 방탄조끼 따윈 없다 


상처로부터 우리를 완벽히 방어하는 방탄조끼는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유리 멘탈일까? 이렇게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누구나 똑같이 상처를 입고 아파하고 슬퍼합니다. 다만 하나하나씩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느끼고 성찰하다 보면 언제 가는 마음의 근육들로 단련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알아야 할 사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아프고 상처 받을 겁니다. 이를 인정하는 것이 우리가 멘탈갑이 되기 위한 시작입니다. 

세상엔 상처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방탄 마음은 없습니다. 우리 서로 같이 아파가는 처지끼리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저나 여러분이 되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이 시간 아프고 상한 마음 때문에 괴로워하는 분들에게도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스스로에게 높은 자율성을 부여해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