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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 Tak Lee May 16. 2016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진상'이었다  

관찰기#2


출처:  구글 <범죄와의 전쟁>



외부 행사가 끝나갈 무렵, 

제휴 업체 담당자가 다짜고짜 우리 측 담당자를 찾는다. 

행사의 실무 책임자인 선배가 대응하는데, 업체 담당자는 일부 진행과정에 대해 잔뜩 화가 나있다. 그건 서로 명문화된 합의 사항도 아니고, 또한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 사항도 아니었다. 상황에 따라 현장 책임자가 판단하여 진행하는 재량권적인 사항이었다. 그런데도 막무가내로 개인감정과 입장만을 이야기하기, 우리 쪽에서도 도통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


물론 그 담당자는 그 나름대로의 행사에 대한 그림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성공적으로 행사가 끝난 마당에 이제 와서 대세와 상관없는 일부 과정에 대해 본인의 의도와 달랐다고 무조건 목소리 높이고 얼굴을 붉히며 따지는 모습이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심지어 평등한 비즈니스 파트너들에게 나이를 따지고, 인생선배를 들먹거리니 더더욱 그랬다. 여기서 드는 생각. 지금 내 앞에 매우 화가 나있는 이분은 영하 10도가 오가는 이 추운 날씨 속 무얼 얻으려고 이렇게 소리를 지를까? 


개인적으로 컴플레인은 크게 정서적 동조와 위로, 즉시적 조치 이 두 가지의 목적의식에 따라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정서적 위로와 동조, "제가 돈 몇 푼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니잖아요??" 


대응하는 사람 입장에 따라서는 어떻게 보면 참 쉬운 대응일 수도 있다. 속된 말로 진상 고객들에게 논리의 영역으로 설명할 필요는 없다. 그저 정서적으로 내가 당신의 감정에 동조하고 있다는 표현과 함께 위로를 함께 건네면 된다. 다만 타이밍이 중요한데, 처음부터 건네었다가는 오히려 역효과다. 상대방을 충분히 듣고 이해했다는 걸 보여주는 '절대적 대기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내가 진상고객이고 컴플레인을 하는 입장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위에서도 언급했던 "돈 몇 푼"이란 단어를 우리는 종종 사용할 때가 있다. 다만 진정한 사과와 위로를 받고 싶을 뿐인데, 그것조차 받아내기 힘들 때가 많다. 이럴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아무리 화가 나도 상대방의 인신공격과 프라이버시 한 영역까지는 건들지 말아야 한다. 명확한 사실 부분에 대한 지적과 내가 지금 기분이 많이 상해 있다는 점만 확실이 전달하면 된다. 물론 흥분하고 긴장한 상황에서는 정말 쉽지 않은 부분이다. 


우리에게 컴플레인을 걸어온 담당자는 "내가 너희 조직에 아는 사람 많다, 인생 선배로써 얘기하는데.."이런 이야기를 했다. 앞에서는 네네 걸렸지만 결코 난 그분에게 정서적 동조와 위로를 해주고 싶지 않았다. 소리 지르니라 헛된 힘만 낭비하고 그 담당자는 진정 정서적인 위로와 공감이란 목표 달성에 실패한 셈이다.


즉시적 조치, "그래서 지금 어떻게 해줄 건데요?"


컴플레인의 또 다른 목적은 현재 불만족스러운 상황이나 서비스 실패에 대한 개선을 시도하는 것이다. 컴플레인을 하는 입장이라면, 지금 상황에서 가능한 것과 가능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냉철하게 파악해야 한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협상학 중 유명한 강의를 책으로 엮은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이란 책은 협상시 상대방의 지위와 자율성을 인정하는 것이 좋은 협상의 지름길이라 말한다



우리사회에서 너무나 쉽게 들을 수 있는 그 말이다 


"너 말고, 니 위에 높은 사람 나오라고 해" 


이런 말은 사실 실무책임자의 지위와 권한을 완전히 무시하는 행위다. 설사 그 담당자가 권한이 없다고 해도 내부 보고 체계를 통해 지금 내가 겪은 컴플레인에 대한 해결책을 나에게 우호적으로 상사에게 보고할 수 있고, 이는 오히려 컴플레인이 좋게 마무리될 수 있는 기회이다. 커뮤니케이션 효용 측면에서 카운트 파트너를 바꾸는 거야 당연하지만, 무조건 첫 카드로 쓴다면 오히려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들 수 있다. 


다시 외부행사에서 심한 컴플레인을 걸었던 제휴사 담당자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그분은 이미 끝난 행사에서 계속해서 자신의 불만을 토로했다. 행사 중간이었으면 어떻게라도 대안과 방법을 제시하겠는데, 이미 끝난 행사에서 그분의 컴플레인을 들어줄 수 있는 여지는 없었다. 결국 그분이 도대체 뭘 원하는지 몰라 우린 컴플레인을 듣는 내내 어리둥절 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진상'이었다 





사실, 누구나 한 번쯤은 컴플레인을 하고 또 그건 누군가에게 진상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한 번쯤 진상이었다.

그러나 진상짓도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자신이 뭘 원하는지 정확하게 안 상태에서 한다면

나름 갈등을 봉합하고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똑똑한 진상을 부리기 위해선 "분개하여 판단하면 반드시 패한다"란 칭기즈칸의 명언을 

한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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